한동환 부사장 등 나서 '정부 비판 보고서' 진화했지만 실패
정무위 여당 간사와 접촉 많지 않아...'대관 실패' 책임론
절차 들어간만큼 주총 뒤집긴 쉽지 않아...국민연금 움직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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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그룹이 윤종규 회장의 후임으로 양종희 내정자를 선정했지만, 후폭풍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에서는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고 있고, 여당인 국민의힘 측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국정감사에서 KB금융 회장 선임 절차가 다시 논란이 된 것을 두고 '대관 업무 실패'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KB금융이 내부 결속을 다지며 주주총회 준비에 집중하는 가운데, 선정 절차에 대한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으며 양종희 회장 선임에 변수가 되는 것 아니냐는 관전평이 나온다. 다만 현행 법 체계 내에서 주주들의 찬성 표결을 통한 회장 선임을 막기는 쉽지 않을 거란 분석이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17일 오전 회의를 열고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을 27일 정무위 종합검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11일 진행된 금융위 국감 지적사항에 대한 후속조치로, 국민은행 횡령 사고 등 내부통제 부실과 예대마진 수익 구조, 회장 승계 과정의 적법성을 두고 질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앞서 금융위 국감에서는 KB금융 경영연구소에서 내놓은 정부 금융정책 비판 보고서에 대해 성토가 이어졌다. 여당 정무위 간사인 윤한홍 의원은 "KB금융에서 (정부정책에) 반박 보고서를 냈다는 건 금융위가 전혀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윤종규 회장이) 후임자까지 복심으로 앉혔는데 회장 임기가 18년이냐"라고 비판했다.
해당 보고서가 이슈가 된 후 KB금융은 '내부용 문건이 잘못 올라간 것'이라며 이를 삭제했다. 그리고 KB경영연구소장인 한동환 지주 부사장과 국회와의 소통을 담당하는 대관업무 담당자들이 윤한홍 의원실 및 여당 주요 정무위 의원실과 접촉해 "정부 금융정책 관련 비판적 내용과 긍정적 내용이 모두 들어간 종합적 보고서다"라며 해명을 진행했다. 현재 KB금융의 국회 대관 총괄은 박찬용 지주 기획조정부장(은행 기획조정부 전무 겸직)이 맡고 있다.
국회 복수 관계자들에 따르면, KB금융의 이 같은 해명은 국회의원들을 설득하는 데 부족했다는 평가다. 윤 의원이 정무위 여당 간사임에도 평소 KB금융 대관과 접촉이 많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해명을 들은 후에도 윤 의원은 KB금융의 내부통제 및 지배구조에 추가 감사가 필요하다며 최종 의사결정 책임자인 윤 회장의 증인 채택을 주장했다.
이번 국감을 앞두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회장ㆍ행장 증인 채택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이를 여당인 국민의힘 측에서 절충해 각 금융지주 준법감시인을 부르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정책을 비판한 보고서가 도화선이 돼 이슈가 커졌고, 결국 금융지주 회장 중 윤종규 회장만 증인으로 채택되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한 국감 관계자는 "KB금융 대관은 이번 국감을 앞두고 금융지주 전체적으로 회장은 부르지 않게끔 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며 "정무위 1차 증인 목록에서 회장ㆍ행장이 모두 제외되며 다소 방심한 것 같은데, 결국 전략적으로 실패한 셈"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에 이어 집권 여당 쪽에서도 이번 회장 선임 절차의 불투명성에 대해 지적하고 나서며, 양종희 내정자가 이변없이 내달 20일로 예정된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회장으로 취임할 수 있을지에 대해 금융권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KB금융은 현재 내부통제ㆍ지배구조 등 이슈가 된 사안에 대해 대외 언급을 자제하며 주총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 양종희 내정자 역시 외부와의 접촉을 최소화한채 이달 초부터 2주 일정으로 각 계열사 임직원들과의 미팅 및 보고를 진행하고 있다. 오는 24일 전후로 주주총회 소집공고 및 의결권 대리행사 권고가 나가며 투자자관계(IR) 부서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주주 접촉 및 설명ㆍ설득 작업이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달 21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양종희 후보를 지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임시주주총회에 부의한만큼, 현실적으로 주총을 막는 방법은 마땅치 않다는 평가다. 주총 안건 동일성 원칙에 따라 갑자기 의안을 다른 후보로 변경할 수도 없다. 후보자 사퇴 등 예외적 경우 주총 소집을 취소하고, 다른 후보자를 사내이사 및 최고경영자(CEO) 후보로 재의결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입김이 닿는 국민연금공단의 움직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민연금은 상반기말 기준 KB금융 8.2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만약 정부와 여당이 KB금융의 이번 회장 선임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를 통해 불편함을 표시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원칙상 사내이사 선임 반대를 위해선 '객관적이고 명시적인 주주가치 저해 행위'가 있어야 한다. 금융관계 법령 위반이나 배임ㆍ횡령 혐의 등이 대상이다. 반대 혹은 기권을 위해선 민간위원이 참여하는 의결권행사위원회를 소집해 선임 절차의 적법성에 대해 질적 평가를 진행하는 방법 등이 거론된다.
금융당국도 양종희 내정자가 징계 사유가 되는 뚜렷한 위법 행위를 하지 않는 이상 사기업의 CEO 선정 절차 및 주주총회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긴 어렵다. 다만 금융당국은 연말까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 개정을 통해 책무구조도를 도입하고, 이사회의 내부통제 역할을 명확히 한다는 방침이다. 향후 금융사고 발생시 CEO 및 이사회에 직접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만약 양 내정자가 취임 후 지주 혹은 은행에서 금융사고가 발생하고 책무구조도나 내부통제 원칙에 따라 CEO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연임이 힘들어지는 구조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외국인 지분율이 70%에 달하는만큼 해외 주주 설득이 핵심"이라며 "미국 등 선진국처럼 이사회가 매년 CEO 선발 기준을 명문화해 검토하고, 이를 투명하게 외부에 공개하는 방안에 대한 제도화 논의도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