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형 이상 확정시 카카오 대주주 자격 상실할 가능성
금융당국 지분 매각 명령 가능...매각시 한국證이 대주주
"카카오뱅크 경영권 위해서라도 완전 무죄 주장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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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적격성 이슈가 현실화하고 있다. 시세조종 혐의를 받던 주요 임원들에 대해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며, 범죄 혐의가 입증될 가능성이 좀 더 커진 까닭이다.
카카오뱅크는 당장 신규 사업 진출에 발목이 잡힌 것은 물론, 최악의 경우 대주주 카카오가 경영권 지분을 매각해야할 수도 있는 상황에 처했다.
서울남부지법은 19일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둘러싼 카카오-하이브 분쟁 과정에서 시세 조종 의혹을 받는 배재현 투자총괄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지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현재까지 확보된 증거 자료로 객관적 사실관계는 상당 정도 규명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검찰과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지난 2월부터 카카오 및 카카오엔터를 대상으로 관련 조사를 벌여왔다. 지난 8월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김성수 카카오엔터 대표를 출국금지 조치하며 증거를 수집했다. 경쟁자인 하이브의 SM엔터 주식 공개매수 과정에서 불법적 시세조종을 통해 이를 방해했다는 혐의였다.
배 대표가 이날 구속되며 카카오가 조직적으로 SM엔터 주식을 매수,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했다는 혐의가 어느정도 신빙성이 있음이 입증됐다는 게 증권가의 평가다. 이날 카카오 주가는 장중 2.4% 급락하며 지난 6일 기록한 52주 신저가(4만600원)에 다시 근접했다.
카카오의 범죄 혐의가 최종 확정될 경우 가장 큰 불똥이 튈 곳은 금융계열사인 카카오뱅크라는 분석이 나온다.
인터넷전문은행법은 인터넷은행의 대주주 요건으로 '최근 5년간 금융관련법령, 공정거래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을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6개월마다 정기적으로 은행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진행해 인가 유지 여부를 판정한다.
금융당국은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최고 수위의 처벌을 진행하겠다고 밝혀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어느 정도 실체 규명에 대한 자신감은 갖고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번 이슈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인만큼, 범죄가 입증돼 법원에서 벌금형 이상의 처벌이 확정된다면 대주주 자격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된다. 이 경우 금융위원회가 카카오에 카카오뱅크 지분 10% 이상 보유분에 대해 처분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일반적으로 지분 매각 기한은 명령일로부터 6개월이 주어진다.
전례도 있다. 지난 2011년 론스타가 외환카드 주가 조작으로 벌금 250억원의 형사처벌이 확정되자, 금융당국은 론스타에 외환은행 지분 매각 명령을 내렸다.
현재 카카오의 카카오뱅크 지분율은 27.17%로, 2대 주주인 한국투자증권(지분율 27.17% 동률)보다 보통주 1주를 더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가 10% 이상 지분을 매각할 경우 자연스레 한국투자증권으로 경영권이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물론 금융당국이 판결의 경중에 따라 지분매각 명령 외 사업금지 등 다른 징계를 내릴 수도 있다.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행위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이득액의 3~5배에 해당하는 벌금에 처해지도록 규정돼있다. 공시위반 등 다른 법 위반 행위 혐의에 대한 판결도 지켜봐야 할거란 평가다.
대주주 적격성 이슈가 지속적으로 발목을 잡으며 카카오뱅크는 법정공방이 진행될 향후 수 년간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워질거란 분석이다. 이미 지난 5월 관련 이슈로 인해 금융위원회로부터 마이데이터 및 개인 대안신용평가 사업에 대한 허가 심사를 보류당하기도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카카오 입장에서는 카카오뱅크의 경영권을 위해서라도 법원에서 완전 무죄를 주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법정공방에 2~3년 이상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번 배 대표 구속으로 범죄 혐의가 어느정도 입증된만큼 카카오뱅크가 대주주 적격성 이슈를 피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