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차전지 관련주 일제히 하락 마감
IPO 앞둔 에코프로머티 추가 조정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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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가 가격 인하 정책 및 판매량 감소로 인해 올해 3분기 '어닝 쇼크'를 맞자, 국내 증시에 상장한 포스코퓨처엠ㆍ엘엔에프ㆍ코스모신소재 등 이차전지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급락했다.
당장 시선은 조만간 기업공개(IPO)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앞두고 있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이하 에코프로머티)에 쏠리고 있다. 예상 시가총액 약 3조원에 이르는 이차전지 대형 공모주인데, 그룹주인 에코프로나 에코프로비엠 등 동종업계 최근 주가 추이가 심상치 않아서다. 이들은 대부분 주가가 7월말 고점 대비 반 토막 난 상태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주요 2차전지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장 초반부터 우하향 곡선을 그리다 하락세로 마감했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포스코퓨처엠은 전일 대비 4.79% 하락한 31만8000원에 마감했으며, ▲삼성SDI(-3.52%) ▲포스코홀딩스(-4.60%) ▲에코프로비엠(-4.01%) 등도 전부 떨어졌다. 에코프로 그룹주 중 대장격인 에코프로 역시 종가 기준 80만원선을 하회했다.
이차전지 관련주 주가가 부진했던 것은 전일 미국 증시 폐장 후 발표된 테슬라의 3분기 실적 영향으로 분석된다. 테슬라의 올해 3분기 순이익은 18억5300만달러(한화 약 2조5100억원)로, 지난해 동기 대비 44% 감소했다.
문제는 마진이었다. 3분기 영업이익률은 7.6%로, 지난해 동기 대비 9.6%포인트 하락해 '반토막' 수준을 보였다. 매출총이익률도 17.9%로, 지난해 동기(25.1%) 대비 7.2%포인트 떨어졌다.
테슬라의 어닝 쇼크는 가격 인하 정책 때문으로 풀이된다. 테슬라 경영진이 인도ㆍ중국 시장 등을 겨냥, 차량 판매량을 끌어 올리기 위해 공격적으로 가격을 내리면서 3분기 차량당 매출원가가 전 분기 대비 15% 이상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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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실적 부진과 이차전지 주가 하락으로, 연내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는 에코프로그룹의 전구체 생산 자회사 에코프로머티 역시 높은 수익성과 고평가를 유지하기 어려울 거란 시각이 늘고 있다. 전기차를 최종 고객사로 둔 소재기업인 데다, 밸류를 산정하는 비교기업들의 주가가 이달 들어 급락한 영향이다.
에코프로머티는 이미 한 차례 공모희망가 밴드를 수정한 바 있다. 앞서 금융 당국은 이차전지 관련주가 지난 8월 이후 급락하자, 주가 흐름을 반영해 공모가를 낮출 것을 요구했다.
이에 에코프로머티는 지난 11일 증권신고서 정정을 통해 밸류를 결정하는 반기 연환산 EV/EBITDA 거래배수를 기존 76배에서 67.5배로 줄였다.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상단을 기존 대비 1400억원 가량 낮췄으나 '무늬만 조정'이란 비판을 받았다. 밴드 하단은 그대로인채 상단만 4% 소폭 줄이고, 공모가 할인율도 함께 내리면서 당초 제시했던 공모가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까닭이다.
반기 실적을 단순 연환산한 에코프로머티의 올해 예상 주당순이익은 314원이다. 공모희망가 밴드 최상단 기준 주가순이익비율(PER)은 140배로 계산된다. PER이 200배가 넘어가는 에코프로ㆍ포스코퓨처엠보다는 낮지만, 에코프로비엠(80배)ㆍ삼성SDI(17배) 등과 비교하면 2배에서 8배가량 높은 수준의 밸류에이션이다.
이차전지주들이 대부분 7월말 고점을 찍고 현재 고점 대비 50% 이상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현재 에코프로머티의 공모 흥행에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에코프로머티는 성장주인만큼 상장 이후 주가가 급상승해 공모가 대비 수익이 날 가능성이 크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이차전지주 주가가 계속 하락세를 이어나가는 상황에서 에코프로머티 주가만 혼자 급등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란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에코프로머티는 일단 23일부터 시작되는 해외 기업설명회에 사활을 건 상황"이라며 "이차전지 관련 기업도 중장기적으로는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분위기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