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으로 자금조달하는 여전사 어려움 가중
수신금리 경쟁 막기 위한 조치지만
CP·여전채 조달 이중고 겪는 여전사 '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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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4분기부터 은행채 발행 한도 제한 조치를 폐지하자 여전사의 자금 조달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당국이 수신에만 의존해 자금을 조달하는 저축은행들이 시중은행과의 수신 경쟁으로 피해를 보지 않도록 은행채 발행 제한을 풀자 반대로 채권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여전업계가 타격을 입는 양상이다.
금융위원회는 18일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금융감독원 및 각 금융권 협회들과 함께 '금융시장 현안 점검·소통회의'를 개최했다. 해당 회의에서 시중은행들은 필요자금 조달을 수신에 의존하지 않도록 은행채 규제가 유연하게 조치된 대신 과도한 은행채 발행이 채권 시장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시장 상황에 따라 발행 규모와 시기를 조절하기로 했다.
이는 한도 폐지로 은행채 발행이 늘어 회사채 및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지난 17일 AA+ 3년물 기준 여전채 스프레드는 76bp, 금리는 4.763%로 한 달 전 수치(72bp, 4.618%)보다 상승했다.
당국 입장에선 은행은 채권시장, 저축은행은 예금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도록 교통정리를 해준 셈인데, 채권시장에 의존하는 여전사에 불똥이 튀게 됐다. 가뜩이나 금융당국이 증권사 채권형 랩·신탁 만기 미스매치 사태 조사에 들어가며 여전사 기업어음(CP) 매입 큰손이었던 증권사 수요가 끊겨 CP를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는데 여전채 수요마저 줄어든 것이다. 통상 여전사들은 자금 조달 70% 가까이를 여전채에 의존한다.
당국이 이날 회의에서도 금융시장 불안요인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이뤄진 경쟁적 예금 금리 인상을 한목소리로 지적한 만큼 은행채 발행 규모에 다시 제한을 둘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채 발행 한도 제한은 지난해 레고랜드 (보증채무 미이행) 사태로 인한 채권시장 경색에 은행권이 더 불을 붙이지 않도록 당국이 잠시 협조를 구했던 사항"이라며 "발행 한도를 풀며 일시적으로 물량이 많을 수는 있지만 4분기 전체 평균으로 보면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여전업계에서는 조달 채널 다각화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한 여전업계 관계자는 "여전사는 수신 없이 자금을 조달해 사업을 하는 구조라 조달 이슈 타격이 크다"며 "외화채권 신규 발행을 허용해 자금 확보에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