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어닝 쇼크 여파 국내 이차전지 고스란히 미쳐
美 전쟁 지원에 1000억달러 요청 전망...금리 다시 급등
'안정적 대형주' vs '소형주 종목장세' 대응책도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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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만에 코스피 2400선이 무너졌다. 코스닥 지수도 최근 한 달 동안에만 13% 하락했다. 실적 시즌이 시작된 가운데, 먼저 진행되고 있는 미국 기업 실적에 대한 실망감이 낙관론을 희석시키고 있다.
여기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미국이 적극 개입하기 시작하며 진정되는 듯 했던 채권시장도 다시 발작을 시작했다. 사면초가인 가운데, 향후 흐름 및 대응 방향에 대한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20일 전일대비 1% 하락한 2391로 개장해 장중 한 때 2% 가까이 하락하며 2364선까지 밀렸다. 오후 들어 일부 외국인 매수세가 들어오며 낙폭을 축소했지만, 결국 2400선을 지키지 못하고 2375로 거래를 마감했다. 코스피 지수가 종가 기준 2400선을 밑돈 건 지난 3월 이후 7개월만이다.
글로벌 매크로 악재가 국내 증시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전일 미국 나스닥 지수는 3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1만3100선으로 밀렸다. 판매량 부진으로 테슬라가 어닝 쇼크(기대 하회)를 기록하며 주가가 9% 급락한데다, 미국의 중국 반도체 추가 규제로 인해 엔비디아ㆍAMDㆍ퀄컴 등 IT주 역시 약세를 기록한 탓이다.
IB수익성이 악화한 모건스탠리 주가가 6% 하락하고 예상을 밑도는 4분기 가이던스(목표전망치)를 내놓은 유나이니트항공 주가는 8% 급락하는 등 업종을 불문하고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 시즌의 후폭풍이 지속되는 분위기다.
테슬라 어닝 쇼크 여파는 20일에도 국내 증시에 영향을 줬다. 에코프로ㆍ포스코퓨처엠 등 전날 3% 이상 급락한 국내 이차전지주들은 이날에도 3~5%대 하락세를 이어갔다.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한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업체 CATL(중국) 역시 배터리 수요 약화 등으로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내놨고, 주가가 한때 15% 하락하며 국내 이차전지주에 추가적인 악영향을 줬다는 지적이다.
반도체주 역시 쉽지 않은 모양새다. 최근 디램(DRAM) 및 낸드(NAND) 메모리 가격이 완만하게 상승하고 있긴 하지만, 발주량 및 거래량은 제한적인 상태다. 전날 실적을 발표한 세계 최대 반도체장비업체 AMSL은 실적발표 후 설명회에서 "글로벌 경제 불황과 미국의 대중 제재 여파로 주요 고객사들이 반도체 경기 회복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채권시장이 흔들리며 시중금리가 급등, 다시 증시에 부담을 주고 있다. 현지시간 19일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4.99%까지 상승하며 5%에 근접했다. 16년만에 5%를 돌파한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이날 장중 5.11%까지 추가 상승했다.
다소 안정을 되찾는 듯 했던 미국 금리가 다시 급등한 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미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재를 위해 중동을 방문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지원을 위해 1000억달러(약 136조원)의 예산을 의회에 요청할 것으로 전망되는 까닭이다.
미국 정부 재정은 이미 연 2조달러(약 2700조원) 수준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자금 마련을 위해선 국채를 더 발행하는 방법밖에 없다. 장기 국채 공급 가능성이 커지자 다시금 채권 금리가 급등(채권 가격 급락)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 증권사 시황 담당 연구원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뉴욕경제클럽에서 채권시장의 변동성에 대해 연준이 개입할 필요가 없다며 장기채 금리 상승을 허용한다는 듯한 발언을 한 점도 금리 재상승의 원인이 됐다"며 "국내 채권시장의 경우 여기에 고금리 예금 만기도래 부담과 공공기관 발행 증가 우려 등으로 불안 요인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의 경우 별다른 주도 산업조차 없어 대외 변수에 따른 변동성은 계속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한 대응방안 역시 시장 참여자별로 모두 다른 상황이라 증시 혼돈은 당분간 해소가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시중 유동성은 말라가는 징후가 뚜렷하고, 마땅한 주도 섹터는 없는만큼 유동성 위기 부담이 없고 주가가 그간 많이 빠진 대형주 위주로 매수할 계획"이라며 "최근 2~3일간 주가가 급락한 가운데 금융주는 강보합 혹은 상승한 것을 보면 대형 배당주로 피신해있으려는 수요도 적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트레이더는 "소비 지표는 꺾였고 수출 지표 역시 급격한 회복은 어려운만큼, 코스피니 코스닥 지수가 의미있게 오르는 강세장은 당분간 어려운 환경"이라며 "아직 증시 주변 유동성은 예년 대비 적지 않고 사람들의 욕망은 사라지지 않으므로, 테마에 맞는 소형주 위주로 시세가 분출하는 종목장세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