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2차 사업부터 모펀드 운용사 ‘공모’ 계획
약 1조원 규모 모펀드 운용사 자리 두고 치열한 경쟁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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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성장사다리펀드2호(가칭)가 곧 출범한다. 성장사다리펀드는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이하 성장금융)의 출범 계기가 된 2013년에 조성된 민관합동 모펀드다. 성장사다리1호펀드는 성장금융이 단독으로 모펀드 운용사 역할을 해왔으나 금융위는 2차 사업부턴 경쟁입찰을 통해 운용사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10년간 성장금융의 가장 큰 성과이자 수익을 안겨준 성장사다리펀드가 경쟁입찰로 전환하면서 성장금융의 위기감은 여느때보다 커졌다. 반대로 조 단위 모펀드를 운용할 기회가 생긴 민간 금융기관들 사이에선 기대감이 감지된다.
19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말 성장사다리펀드2 출범을 위해 출자기관들 간 협약을 맺는 의사결정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모펀드 운용사 선정은 당초 이달 중으로 계획돼 있었으나 일정이 다소 지연되면서 11월중 선정 작업에 착수한다.
성장사다리펀드는 2013년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민간자금과 정책금융이 총 1조8500억원 규모로 공동 출자한 민관합동 모펀드다. 산하에 자펀드를 거느리는 형태로 자펀드 운용사들은 국내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에 모험자본을 집행해왔다. 해당 펀드를 맡아오던 정책금융공사가 산업은행과 합병한 이후, 전문성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면서 산업은행에서 성장금융이 별도법인으로 2016년 떨어져 나왔다.
성장사다리펀드 모펀드 운용사는 별다른 경쟁절차 없이 줄곧 성장금융이 맡아왔다. 입찰 없이 정부 사업에 이름을 올리는 데 "공공기관 같다"는 평가가 나오는 등 '민간 금융기관인 성장금융의 역할론'을 두고 논란이 이어져왔다. 이는 매년 국감에서 거론되던 주제기도 하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출범 당시 민간 부분의 미성숙 및 참여 부족 등으로 (성장금융의 단독 운용사 선정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이 와중 지난해 전 정권의 '알박기 인사' 논란이 일며 현 정부 눈 밖에 났다는 평가도 있었다. 당시 투자운용 경험이 없는 전직 청와대 행정관이 20조원 규모 한국판 뉴딜펀드 운용 책임자 후보로 오르면서 논란이 일었는데 후보의 자진사퇴 이후로도 자리를 비워두며 업무 공백이 생겼다.
투자금융업계 관계자는 "기업구조혁신펀드 1호부터 3호까지 운용을 도맡던 성장금융이 4호 운용사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한 데 금융당국의 눈밖에 났다라는 평가가 있었다"며 "미래가 어둡다고 본 실무진들이 일찌감치 퇴직을 택하는 사례도 더러 있었다"고 말했다.
성장사다리펀드2호의 모펀드 운용 규모는 1호에 비해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재원은 기존 성장사다리펀드의 회수재원(매년 2000억원 추정)을 활용하고, 딥테크와 기후대응 등 분야에 주로 투자한다. 기존 민간금융사들이 출자한 1조8500억원 규모 투자금에 대한 회수 재원을 활용하는 만큼 펀드에 대한 각 금융사들의 지분율은 동일하게 유지된다. 특정 주기에 따라 성과평가와 펀드운용 재검토 절차를 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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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금융과 경쟁하게 될 주요 금융사들은 우리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 정도가 꼽힌다. 우리자산운용은 올해 성장금융 혁신금융실 인력들이 자리를 옮긴 곳으로 알려져있다. 현재 정부에서 민간 모펀드 운용사 활성화를 정책적 기조로 내세우고 있는만큼, 모펀드 결성을 추진하는 금융지주 산하 운용사들도 참전할 가능성이 열려있다.
다만 성장금융이 오랫동안 성장사다리펀드의 운용사로서 역할을 하며 쌓아둔 경험 등을 감안하면 성장금융이 타 운용사 대비 여전히 우위에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성장사다리펀드를 담당하는 금융위원회 한 관계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공모를 해봄으로써 타 운용사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한다"라며 "기본적으로 (참여를 희망하는 금융기관들에게) 기회가 열려있으며 출자기관들이 객관적인 평가지표를 만들어서 선정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