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구 지주회장, 경영 불확실성에 안정성 중시하자
체제 유지 가능성 속 김성환ㆍ문성필 등 후보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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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소환되며, 올 연말 연임에 영향을 미칠지 증권가의 관심이 모인다. 일단 올해 증권사 업황이 만만치 않았던만큼, 큰 변화 없이 내부 안정에 무게를 둘 거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해외부동산 대체투자 손실과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계속되는만큼 안정성과 연속성을 통해 내실을 다지자는 분위기가 형성된 영향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인사 정체와 쇄신 필요성도 제기하고 있다.
최근 한국투자증권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정일문 사장의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출석을 두고 불안감이 형성되고 있다. 정 사장은 오는 26일 불공정거래 행위 혐의로 국정감사에 소환돼, 중소기업 기술 탈취 및 제휴사 보수 미지급, 채용 공정성 등 부정적 사건에 대해 소명할 예정이다.
특히 정 사장은 증인 신청을 제기한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으로부터 기술탈취 의혹에 대해 집중 질의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핀테크 기업 인덱스마인은 지난 6월 한국투자증권을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 혐의로 공정위에 고발한 바 있다.
금융 이슈도 아닌 '중소기업 기술탈취' 건으로 국감장에 대표를 보내게 된 한국투자증권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정 사장의 연임에 변수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보내고 있다. 정무위 의원들의 집중 공세로 부정적 이슈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정 사장이 연임에 실패할 경우, 차기 후보로는 증권에선 김성환 개인고객그룹장 부사장을 비롯해 오종현 운용그룹장 부사장, 송상엽 글로벌사업본부장 부사장 등이 거론된다. 지주에선 문성필 경영관리실장 부사장과 이성원 전략기획실장 부사장도 대표 후보군으로 꼽힌다.
앞서 정 사장은 지난 2019년부터 대표직에 올라 연임을 거듭하며 5연임에 성공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대표직의 연임 횟수 제한, 나이 제한 등의 규정을 따로 두고 있지 않다. 앞선 홍성일 전 사장도 대표직에 7년 동안 재직했고, 전임 유상호 부회장은 12년 동안 사장직을 지내면서 장수 CEO로 이름을 올렸다.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내부 안정’을 강조하고 있다. 고(高)금리가 지속되면서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및 채권투자 평가손실 규모가 커지는 가운데, 경영 안정성 측면에서 변화보다는 기존 경영진에 힘을 실어주는 쪽으로 기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인사 적체가 지속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분위기 쇄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꼽히는 김성환 부사장만 해도 2016년말 부사장으로 승진해 7년째 부사장직에 머물러 있다. 주요 그룹장ㆍ본부장급 인사들은 대부분 부사장 바로 아래인 전무 직급까지 올라온 상태다.
한국투자증권과 같은 비은행계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비슷한 상황에서 대표이사와 사장을 분리하는 방법을 활용했다. 사장도 '직급'으로 활용한 것이다. 현재 한국투자증권도 김남구 회장, 유상호 부회장(미등기)은 대표이사 직급 없이 경영총괄 역할만 맡고 있다.
내부 관계자는 “인사 시즌이다보니 어느 정도의 불안감은 있겠지만, 아직까지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감돈다”며 “안정을 중시하는 김남구 회장이다보니 지나치게 젊은 CEO 등 임원 물갈이 수준의 변화는 감당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