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마켓 등 투자 실패 ‘문책성’ 평가도
강희석 대표 측근 임원들 거취도 주목
이명희 회장 복심 한채양 대표에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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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은 지난달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 쇄신 인사를 단행했다. 그룹의 두 축인 강희석 이마트·SSG닷컴 대표와 손영식 신세계백화점 대표 포함 주요 계열사 대표들이 교체됐다. 겸직 대표가 많아지고 승진자는 줄어드는 등 경고 메시지가 전해졌다.
본격적으로 허리띠 졸라매기에 돌입했지만 당장 눈에 뜨일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본업인 유통업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지만 이를 타개할 묘책은 마땅치 않다. 절대자 쿠팡의 눈치만 봐야 하는 상황이다. 주가는 신세계와 이마트 할 것 없이 역사적인 저점을 지나고 있다.
이마트 주도로 시도한 M&A와 투자활동은 현재로선 낙제점이다. 수조원을 쏟은 지마켓(이베이코리아)은 존재감이 미약하고, 재무적투자자(FI)를 들인 쓱닷컴도 증시 입성을 자신하기 어렵다. 미국 와이너리 쉐이퍼빈야드도 현 시점에선 시너지 효과가 마땅치 않다는 평가가 많다. 잠깐의 유동성 호황기에 벌인 일들이 두고두고 그룹의 재무 상황에 부담을 안기고 있다.
자연히 해당 거래에 관여한 인사들은 꾸준히 좌불안석이었다. 정용진 부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거래들이 대부분이지만 결국 책임은 오너 일가가 아닌 경영진과 임원들이 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번 강희석 대표의 퇴임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베인앤컴퍼니 출신 강 대표는 2019년부터 이마트를 이끌며 굵직한 M&A를 이끌었지만 이후 성과가 좋지 않아 난처한 처지였다. 작년 인사에서 유임됐지만 재신임보다는 상황을 개선시키라는 책임을 부여한 것이란 평이 많았다.
시장의 관심은 앞으로 추가 인사가 단행되느냐다. 신세계그룹에선 이미 주요 인사는 끝났기 때문에 당분간 별다른 움직임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다만 이마트의 전략 기획 담당 인사들과 함께 손발을 맞춰 온 자문업계에선 이들의 거취가 어떻게 되는지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한동안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던 그룹 중 하나였지만 이제는 분위기가 달라질 수밖에 없고, 확장보다는 현상 유지나 관리에 힘을 쏟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부분 담당 인력들이 오랜 기간 손을 놓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정용진 부회장은 측근인 강희석 대표와 계속 함께 하길 원했지만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인사를 결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기가 남아 있는 강 대표도 인사가 임박해서야 내용을 알았을 정도로 전격적이었다. 다만 이명희 회장은 주로 그룹 사장단에 주목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의 복심이자 이마트 대표로 낙점된 한채양 조선호텔앤드리조트 대표가 향후 임원단에 추가 인사권을 행사할지 주목된다.
과거 신세계그룹의 투자활동은 전략실이 주도했는데 정용진 부회장이 실권을 잡고 강희석 대표가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강 대표가 영입한 외부 임원들이 지마켓, 쉐이퍼빈야드 등 중요 거래를 주로 이끌었다.
일부 인사는 부진한 투자 성과가 점점 가시화하는 상황에서도 장밋빛 전망을 내세우며 자신감을 드러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아직 남아 있는 인사들은 일련의 책임론에서 자유롭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는 다음 자리를 알아보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자금 상황이 빠듯한 이마트가 추가로 일을 벌일 것 같지 않기 때문에 M&A 관련 팀도 특별히 할 일이 없을 것”이라며 “이번 인사에서 이명희 회장이 주목한 것은 사장단까지였을 것이고 이후 임원 인사는 후임 한채양 이마트 대표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