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화 바쁜 이스타, 여객용 증자한 에어프레미아는 '여력 부족'
에어인천, '큰 항공사' 요구하는 EC 반려 가능성…인수전 난항
LCC들은 대한항공 '매각 의지' 의심…"최소한 IM 일정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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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항공사 4곳의 인수의향서(LOI)를 받으며 시작한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부 매각 작업이 난항을 겪는 분위기다. 항공업계에서 '인수 1순위'로 꼽히던 티웨이항공은 인수 의사를 철회했다. 나머지 원매자 후보인 에어프레미아ㆍ이스타항공ㆍ에어인천도 이번 인수합병(M&A) 딜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거나, EU집행위원회(EC)의 승인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상황이 어렵게 흘러가자, 원매자로 나선 저비용항공사(LCC)들은 '대한항공의 매각의지' 혹은 '진정성'을 의심하는 분위기다. 수천억원짜리 딜임에도 불구, 원매자와 접촉해 자금조달 방식에 대해 논의하거나 투자설명서(IM)를 배포하는 등 통상 M&A에서 이뤄지는 모든 행위들이 없었다는 것이다.
24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 화물 사업부 인수 원매자 후보에서 티웨이항공이 빠지면서, 인수전은 에어프레미아ㆍ이스타항공ㆍ에어인천의 3파전 양상으로 흘러가게 됐다.
당초 티웨이항공은 합병이 성사될 경우 아시아나의 유럽 4개 노선을 배분받을 수 있어, 이 수혜를 입기 위해서라도 화물을 떠안을 가능성이 높았다. 실제로 대한항공이 아시아나 화물 매각 작업을 구상할 때, 가장 먼저 접촉한 것도 티웨이다. 양사는 물밑에서 화물기ㆍ승무원 등 다양한 옵션을 협의하며 합병 작업을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티웨이는 최근 대한항공에 인수전 불참 의사를 전달했다. 문제는 남은 LCC 3곳도 아시아나 화물 사업을 인수할 만한 조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시아나의 미주 노선을 노리고 있는 에어프레미아는 화물 사업에 대한 노하우가 없다. 최근엔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JC파트너스가 뉴욕과 프랑크푸르트 등 장거리 여객 노선 확대를 위해 1500억원 규모의 증자에 나선 만큼, 화물만을 위한 추가 자금 조달도 힘들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굳이 제조된 지 20년이 넘는 아시아나의 노후화된 화물기 11대를 인수해 화물 사업을 시작해보겠다는 의지도 없는 분위기다.
이스타항공 역시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사모펀드 VIG파트너스가 추가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이스타항공 인수에 사용한 4호 펀드(9500억원) 자금이 대부분 소진돼, 아시아나 화물을 인수할 경우 5호 펀드에서 자금을 끌어와야 한다.
관건은 5호 펀드 LP(기관투자자)들의 설득인데, 현재 8호기와 9호기 리스 등 이스타항공 정상화에 드는 돈만 지속 발생하는 상황에서 LP들의 참여까지 이끌어내긴 어렵다는 게 투자업계 중론이다. 아직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이스타항공은 정상화에 드는 기간만 최소 2년으로 추정된다. 흑자 전환 시기도 빨라야 내년인데, 당장 지출할 게 많은 화물 사업에 출자를 할 가능성은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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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인수 의지와 여력이 있는 곳은 에어인천 한 곳으로 좁혀지지만, 이마저도 가능성은 많지 않다.
앞서 대한항공은 티웨이에 아시아나 화물 사업부 전체를 매각하는 방안도 추진했지만, EC 측에서 '더 큰 항공사'를 요구하면서 해당 안을 반려한 바 있다. 자본총계 1조원 이상의 티웨이가 EC의 승인을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200억원대의 에어인천이 통과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평가된다.
M&A 성사가 어렵게 흘러가자, 원매자로 나섰던 LCC들은 대한항공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다. 애초에 대한항공이 '거래가 성사를 바라지 않는 것처럼' 행동했다는 언급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실제 대한항공은 LOI를 접수받은 지 약 2주가 흘렀지만 IM을 배포하지 않고 있다.
LOI 접수 당시 대한항공으로부터 '삼정KPMG의 자문을 받아 IM을 작성하고 있으며 주관사를 곧 선임할 계획'이라는 답변만 들었을 뿐, LCC들은 배포 날짜와 매각 주관사도 전달받지 못한 상황이다.
아직까지 LCC들은 1차 숏리스트도, 실사 일정도, 아시아나의 금융 리스와 항공기 리스 현황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몇백억원 짜리 딜도 최소한 물밑에서 원매자와 접촉해 자금 조달은 어떻게 할 건지, 어떤 부분에 관심이 있는지 알아본다"며 "이 같은 과정이 전혀 없어, 원매자 입장에서는 대한항공이 '피치 못한 사정'으로 딜이 깨지는 그림을 원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도 "애초에 합병의 1차 분수령인 30일 아시아나 이사회에서 승인이 난다고 해도 EC 통과까지 한참 남았는데 공개 매각을 진행한다고 했을 때부터 이해가 가질 않았다"며 "EC와 DOJ 승인이 난다고 해도, 일각에서 거론되는 5000억원 이상의 밸류를 주장하며 거래를 성사시키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런 외부의 시각에도 불구, 대한항공은 화물사업부 매각을 진행, 합병승인에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대한항공 측은 "이달 말까지 시정조치안을 확정해 EC에 제출할 계획"이라며 "정부 주도의 인수합병이니만큼, 조속한 시일 내 승인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