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합병 승인 위해선 아시아나 화물사업 매각 필수
30일 아시아나항공 이사회 매각 여부 결정
압박 수위 높이는 KDB산업은행
'명분'없이 알짜 사업 매각하면, 이사회 배임 논란 휩싸일 수도
"매각 결정하면 자금지원", 합병 승인 및 배임 논란 최소화 포석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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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에 현금지원과 대출 등 재무 관련 지원을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항공은 EU집행위원회(EC)로부터 합병 승인을 얻기 위해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 매각이 반드시 결정돼야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알짜 사업부 매각에 대한 상당한 부담을 갖고 있는 상태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오는 30일 열고 화물사업부 매각을 최종 의결한다.
24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에 향후 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장기간 대출해 주는 방안을 전달했다. 금리 또한 낮은 수준으로 책정한다는 방침이다. 대한한공은 이와 별개로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화물사업부 매각을 결정하면, 1500억원 규모의 현금 지원을 해주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화물사업부 매각 결정만을 전제로 한 것으로 대한항공과 합병 여부와는 무관한 지원책이다.
투자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일단 화물사업부 매각 안건에 찬성하면 추후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여부와 상관없이 금융지원을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에 대한 압박 수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강석훈 산업은행장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무산되면 3조6000억원에 달하는 공적자금 회수가 어렵다"며 "이사회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자금 지원책들은 일종의 회유책이란 평가를 받는다.
KDB산업은행(이하 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이하 수출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에 제공한 대출 연장 주기를 1년에서 3개월로 줄이는 등 관리 수위를 이미 높인 상태다.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2400억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 상환하면서 운전자본이 크게 줄었다. 자체 사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도 물론 있지만 자금 압박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한항공의 자금 지원이 절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평가다.
대한항공과의 '합병'만을 목적으로 알짜 사업부인 화물사업부를 매각한다면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추후 배임 논란에 휩싸일 여지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사회가 알짜 사업부인 화물사업부를 매각하기 위해선 마땅한 명분이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이사회가 화물사업부 매각 결정을 내리는 조건으로, 대한항공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약속받는다면 논란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크다. 매출은 올해 상반기 기준 8000억원 수준으로, 전체 매출의 22%가량을 차지한다. 물류대란이 한창이던 2021년에는 전체 매출액의 72% 수준을 기록했다.
투자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안정성이나 경쟁력 훼손 등을 감안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라고 평가했다.
대한항공 측은 "경쟁당국에 제출하는 시정조치안이나 딜에 대한 계약 관련 사안등은 모두 기밀 유지 조건이 있기 때문에 확인해 주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