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주도권 약화 등 명확해진 '인사 명분'
삼성'후자' 계열 임원들 임기도 곧 만료
성과주의 인사 개편 여부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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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달 27일 공식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올해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 악화부터 HBM(고대역폭 메모리) 등 차세대 기술 주도권 확보 부진 등 대내외적으로 곤혹을 치렀다. 이런 가운데, 이재용 회장이 연말인사에서 실적 부진을 근거로 인사에 큰 변화를 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그간 인사에 있어 신상필벌(信賞必罰) 기조를 고수해왔다.
2011년 우위 확보에 성공한 메모리사업부 소속 임원은 승진한 반면, 실적이 좋지 못했던 LCD사업부는 승진 폭이 적었던 전례가 있다. 2014년 실적 악화에 시달리던 무선사업부 임원 3명이 한꺼번에 자리에서 물러나는 일도 있었다. 당시 삼성전기 사장도 실적부진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경영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고 재도약을 주도할 인물로 경영진을 쇄신하는 차원이었다.
이같은 기조가 이번 연말인사에도 반영될지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투자업계에서는 그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사장단을 대규모 교체했던 2021년 이래 다시금 삼성전자가 실적 부진 등 위기에 직면해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 2년간 임원을 교체할 명분이 없었는데 올해 들어 다시 명확해졌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21년 말 한종희 부회장(DX부문장)과 경계현 사장(DS부문장)을 중심으로 한 '투톱체제'를 세우는 내용의 2022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2021년은 삼성전자가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호실적을 기록해오던 해다. 2020년 초 코로나가 발발한 이래 재택근무 등 수요 확대로 반도체 부문 실적은 증가했고 CE부문도 타격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2021년 4개 분기 모두 해당 분기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2022년 하반기부터 상황은 달라졌다. 반도체 수요가 줄면서 재고가 쌓여갔고, 화두는 '감산 계획'이 됐다. 지난 상반기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이에 더해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HBM 등 차세대 기술에 있어 주도권을 내어준 것도 뼈아픈 일이었다. 최근의 실적 개선세도 낸드, D램 감산 영향이 어느정도인지를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중순 '7월 최고경영진 조기 인사설'이 대두된 것도 이같은 상황과 궤를 같이한다. 노태문 MX사업부 사장이 대표이사로 임명돼 3인 대표체제로 전환된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다만 거론된 한종희 부회장, 노태문 사장 모두 임기만료가 1년 이상 남아있는 인물들이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발표 직전 내용을 수정해 충격을 안겼던 신세계그룹 사례에서 보듯, 인사는 나와봐야 안다. 그 전까지 끊임없이 수정을 거칠 것"이라면서도 "삼성전자는 최근 불투명한 미래에 직면해있고, 전 부문에 걸쳐 실적이 좋지 않아서 성과에 기초한 큰 폭의 인사 소식이 있지 않을까 예측하고 있다. 조기인사설이 제기된 이후 일찍이 노태문 사장쪽에 줄을 대려는 움직임도 적지 않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회계법인 관계자는 "삼성전자 내 인사적체가 심각한 탓에 의사결정 구조가 굉장히 복잡한 상황이다. 이를 걸림돌로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라며 "차세대 기술 확보나 디지털 혁신 등을 과제로 삼고 임직원들이 고민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의사결정권자가 많다보니 임원 교체 여파가 크진 않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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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주요 계열사의 대표이사들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특히 삼성물산의 전부문 임원들의 임기 만료가 임박한 상태다. 상사부문장인 고정석 사장, 건설부문장인 오세철 사장, 그리고 패션부문장 이준서 부사장은 내년 3월19일 임기가 종료된다. 삼성물산 또한 성과주의에 기초한 임원인사를 단행해온 계열사로, 실적에 따라 임원 교체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삼성물산은 지난 상반기 '건설 부문'이 전체 영업이익 증가를 견인했다. 하이테크 발주에 더해 주택 정비사업 확대, 대만시장 연계 수주 등이 이어진 덕분이었다. 반면 상사부문과 패션부문의 매출은 일부 감소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그 외에도 정진택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황성우 삼성SDS 대표이사, 김종현 제일기획 대표이사 등이 내년 3월부로 임기가 만료된다. 삼성중공업, 삼성SDS, 제일기획은 양호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