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과 갈등 사이…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불편한 동거
입력 2023.10.26 07:00
    加잠수함 수주전, 현대重은 '팀 코리아' 계획
    한화오션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아
    호위함 5·6번함 수주전 0.1422점 차이로 한화오션에 패배
    HD현대의 부당 인력 유출 논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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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라이벌 구도가 점점 격화하고 있다. 국내외 수주전에서 계속 부딪히고 있는 데다, 조선업계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인력 빼가기' 문제에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으면서다.

      캐나다 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잠수함 발주 사업에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여전히 서로 다른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팀 코리아' 형태로 국가 대항전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인 데 반해 한화오션은 이를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캐나다 정부는 600억캐나다달러(약 58조원)를 들여 12척의 잠수함을 발주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캐나다 정부가 원하는 기준을 충족해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는 국가는 한국과 일본 정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은 미쓰비시와 가와사키가 컨소시엄을 꾸려 준비 중이다. 

      가삼현 HD한국조선해양 부회장은 지난 17일 경기도 성남에서 열린 '서울ADEX 2023'에서 한화오션과의 컨소시엄 구성 계획을 내비쳤다. 가삼현 부회장은 이날 한 기자에게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은 사업자들끼리 의견이 맞아야 하지만 다양한 전문가들이 (한화오션과) 공동 입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일본은 미쓰비시와 가와사키중공업이 한 팀을 꾸려 국가 대항전 성격으로 캐나다 잠수함 사업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도 한화오션과의 '팀 코리아'를 강조한 바 있다. 우권식 HD현대중공업 특수선영업 담당 상무는 7월 27일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 '스페셜 게스트'로 등장해 한화오션과의 컨소시엄 의지를 드러냈다. 우권식 상무는 "캐나다 잠수함은 국가 대항전으로 보시면 될 것 같다. 아마 '팀 코리아' 같은 형태로 국가 간 경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생산능력 등의 이유로 국가가 정책적으로 HD현대와 한화오션을 양대산맥으로 끌고 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오션은 여전히 HD현대중공업과의 컨소시엄 구성 계획이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한화오션은 "국익 차원에서 가능성이 높은 업체가 주도하도록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방위사업청은 HD현대중공업의 주장에 대해 공식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은 정부에서 결정할 사항이 아니다. 수출은 말 그대로 '사는 쪽'의 요구가 중요하다. 파는 입장인 한국에서 결정할 부분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캐나다의 요구사항을 맞출 가장 좋은 방향을 찾아봐야 하겠지만, 사업 착수가 안 된 지금으로서는 너무 앞선 얘기"라고 말했다. 

      한화오션의 잠수함 기술은 HD현대중공업에 앞서있다는 평가가 많다. 한화오션은 2004년 인도네시아 잠수함 창정비 사업 수주 이후 6척의 1400톤급 잠수함을 수출한 실적을 갖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아직 잠수함 수출 실적이 없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입장에서는 독자적으로 수주에 성공할 가능성이 작으니 컨소시엄을 만들자고 하는 것 아니겠냐"고 분석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전부터 시작된 두 회사의 갈등이 점점 깊어지는 모습이다. 최근 HD현대중공업은 울산급 배치3(Batch-Ⅲ) 호위함 5·6번함 수주전에서 한화오션에 0.1422점 차이로 패배했다. HD현대중공업은 10년 전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개념설계도를 몰래 빼돌린 혐의로 페널티(1.8점 감점)를 받았다. HD현대중공업은 이의 신청과 가처분 신청을 이어가며 결과에 불복하는 행보를 보였다.

      조선업계 가장 큰 이슈인 인력 문제에서도 두 회사는 팽팽히 맞서고 있다. 지난해 8월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 대한조선, K조선은 "인력을 부당하게 빼앗겼다"며 HD현대중공업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최근 삼성중공업, 대한조선, K조선은 신고서를 자진 철회했지만 한화오션은 "신고서 제출 당시와 입장이 바뀌지 않았고 자진철회 계획 역시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021년부터 지난 5월까지 한화오션에서 HD현대 조선3사로 유입된 경력직은 179명으로 파악된다.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조사에 들어갔지만, 지금까지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HD현대중공업은 경력직 채용을 정당한 절차로 진행했다고 맞섰다. HD현대중공업은 "경력직 채용은 통상적인 공개 채용 절차에 따라 모든 지원자가 동등한 조건에서 이뤄졌다"며 "부당 인력 유인은 사실이 아니며, 공정위에 신고서를 제출한 회사 중 대부분이 신고를 철회한 바 있다"고 해명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1983년생)과 정기선 HD현대 사장(1982년생)은 한 살 터울로 재계 '절친'으로 전해진다. 각 그룹의 후계자인 이 둘이 방산과 조선 사업을 이끌어가면서 둘의 관계와는 별개로 양사의 경쟁은 더욱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