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 차원에서 위험가중자산 관리 방점
연말 인사 앞두고도 내부 분위기 뒤숭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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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피탈업계 ‘큰 손’으로 통하는 신한캐피탈이 연말을 앞두고 투자 활동에 제동을 걸었다. 올 초부터 전면 시행된 바젤3 규제에 맞춰 신한금융지주가 위험가중자산(RWA) 관리에 속도를 내고 있는 탓이다.
이에 내부에서도 당장의 실무보다는 연말로 다가온 인사에 좀 더 촉각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올해 말 정운진 대표이사 사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데다, 지주 차원에서도 신한캐피탈 대표 자리를 눈여겨 보는 임원들이 많아 관심이 쏠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2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신한캐피탈은 4분기부터 투자 활동을 잠정 중단하고 있다. 신한캐피탈은 수백억원 규모의 딜(Deal)을 다루는 중대형 사모펀드(PE)부터 VC(벤처투자) 하우스까지 두루 실탄을 쏴주던 대표적인 기관투자자 중 하나다. 크고 작은 프로젝트 딜을 준비하는 PE들은 신한캐피탈이라는 커다란 ‘자금줄’이 막히자 상당히 난색을 표하는 상황이다.
이는 올해부터 바젤3가 완전 적용되면서 금융지주들이 위험자산 관리에 고삐를 당기고 있는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바젤3는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새로 고안한 은행권 리스크 규제다. 2013년부터 순차 도입됐고 올해에는 그간 도입되지 않은 부분까지 모두 적용됐다.
이에 신한금융지주는 올해 들어 위험가중자산(RWA) 감소를 통한 보통주자본비율(CET1) 관리에 각별히 힘을 쏟고 있다. 신한금융지주의 상반기 기준 RWA 규모는 310조66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단 6.6%, 2분기보단 1.6% 늘었다. CET1 비율은 지난 상반기 12.95%로 1분기보다 소폭 높아졌지만 아직까지 금융당국 권고치인 13%에 못 미친다.
업계 상위권 순위를 다투는 KB금융지주의 지난 상반기 CET1 비율이 13.78%로 신한금융과 다소 차이가 나는 점도 부담이다. 이에 신한금융지주는 연말을 기점으로 각 자회사에 RWA 관리를 집중적으로 주문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 때문에 신한캐피탈 외부에선 ‘사실상 올해 장사는 접었다’는 평이 다수를 이룬다. 여기에 연말 인사까지 겹치며 내부에서도 실무보다는 향후 벌어질 인사 결과에 더욱 촉각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정운진 신한캐피탈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말로 임기가 만료되면서 인사 결과에 관심이 몰리고 있는 탓이다. 신한금융그룹 내부에서도 신한캐피탈 대표는 가장 선호도가 높은 자리라는 평이다. 상대적으로 영업 압박이 적은 자회사인 데다, 투자 부문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 자율성이 보장된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신한캐피탈 대표 인사와 관련해 여러 말들이 오고가는 상황으로, 아직까지 인사 결과는 불분명하다는 의견이 많다. 다소 부진한 실적을 감안하면 정 대표의 임기 연장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시선이 있는 반면, 정 대표의 의지나 은행 GIB그룹장 및 경영기획그룹장 등을 두루 맡았던 점을 놓고 볼 때 연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의견도 있다.
신한캐피탈 관계자는 “지주 차원에서 RWA 관리에 힘을 쏟은 것은 이전부터 진행되어 온 일”이라며 “최근 시장 분위기가 위축되어 있는 점도 (투자활동 감소에) 영향을 준 부분이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