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株 급락…에코프로비엠 CB 최저 조정가액 아래로
에코프로향 매출 큰 에코프로머티 공모 흥행도 경고등
기관들 미확약에 과배정까지 우려…WCP 악몽 떠오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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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지수가 31일 사실상 올해 신저가 수준으로 추락했다. 반도체ㆍ자동차 등 전통의 제조업 기업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던 가운데, 글로벌 전기차 관련업체발(發) 악재로 인해 국내 대형 이차전지주 주가가 이날 추가 급락하며 지수도 악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증시가 연일 하락세를 기록하며 현재 수요예측 절차를 진행 중인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이하 에코프로머티) 등 공모주에 대한 기관투자가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일단 기관들은 최대한 의무보유 확약(락업)을 줄여 리스크 노출 기간을 짧게 하는 방식으로 대응을 고민하고 있다.
10월 마지막 거래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1.4% 급락한 2277.99로 거래를 마감했다. 올해 1월 5일 이후 최저 수치다. 지수가 연중 저점 근처까지 밀리며 코스피 지수는 올해 상승분은 사실상 모두 반납했다.
이날 지수 하락은 이차전지주가 주도했다. 국내 이차전지 대장주로 꼽히는 LG에너지솔루션과 포스코홀딩스는 각각 38만5500원(-4.81%), 41만1500원(-4.97%)에 장을 마감했다. 포스코퓨처엠과 포스코인터내셔널도 전 거래일보다 7% 이상 떨어졌다.
에코프로는 전 거래일 대비 6.34% 내린 62만원을 기록했다. 마찬가지로 삼성SDI, 금양, 엘앤에프, 코스모신소재 등 관련 기업들도 줄줄이 내림세로 장을 마감했다.
국내 이차전지주의 동반 하락세는 글로벌 전기차ㆍ배터리 기업들의 영향이다. 테슬라는 이날 4.8% 급락한 197.36달러로 장을 마감, 지난 5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3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한 상황에서, 전기차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온세미컨덕터가 4분기 전망치를 낮춘데다 테슬라의 배터리 공급 업체인 파나소닉이 일본 내 배터리 생산을 줄이기로 했다는 소식이 악재로 작용했다.
이차전지 악재가 잇따라 터지며 지수를 끌어내리자, 지난 10월 30일부터 수요예측을 진행 중인 에코프로머티에 대한 기관들의 고민도 함께 커지고 있다.
에코프로머티의 매출에서 93%의 비중을 차지하는 에코프로비엠의 주가는 이날 20만원선이 붕괴된 19만62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 7월 발행했던 CB(전환사채)의 최저 조정가액(20만6250원)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결국 (7월 CB 발행은) 고점 발행이라는 것을 증명한 것"이라며 "2차전지 기업들은 중장기 마진과 멀티플이 유지되기 어렵고, 밸류 역시 거품이라는 게 투자업계 공통의 시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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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기관들 사이에선 의무보유확약(락업)을 걸고 물량을 크게 배정받는 것을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간 대형 공모주 수요예측에선 기관들이 물량을 많이 배정받기 위해 경쟁적으로 락업을 거는 경향을 보여왔다. 그러나 최근 2차전지 관련주들이 연이어 폭락하면서 에코프로그룹에 대한 시장의 인기도 시들해지자, 오히려 주관사로부터 과배정을 받을까 우려한 기관들이 확약을 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기관투자자는 "아직 주문이 쏠리는 마지막 날이 아니라서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과배정 받으면 전체 물량의 10% 수준까지 떠안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며 "작은 기관들도 과배정을 우려해 초일가점을 포기했다고 들었다. 그만큼 실무진들 사이에선 (2차전지주는) 부담스러운 주식"이라고 말했다.
다른 운용사 관계자도 "상단에 미확약으로 실수요를 기입할 예정"이라며 "하단 또는 하단 이하에 주문을 넣겠다는 기관들이 많아, 굳이 확약을 걸지 않아도 원하는 물량을 배정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공모주 투자 기관들은 최근 증시가 하락세를 보이자 락업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아직 시장가가 확정되지 않은 공모주는 비교적 시세 변화에 덜 민감한데, 이를 활용해 락업 없이 물량을 받은 뒤 상장 직후 매각하는 방식으로 차익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을 제외하고, 두산로보틱스 이후 수요예측을 진행한 15개 공모주의 평균 락업 비율은 10.8%에 그쳤다. 절반이 넘는 8개 공모주는 락업 비율이 한 자릿 수에 불과했다. 이 중 상장을 완료한 7개 종목의 경우, 상장 당일 시초가는 공모가 대비 평균 79% 높았지만 종가는 시초가 대비 평균 24% 하락하며 거래를 마감했다. 기관들이 투매에 합세하며 상장 당일 주가 변동성이 커진 것이다.
앞서 IPO를 추진했던 2차전지 소재사(분리막 생산기업) '더블유씨피'(WCP)가 상장 당일부터 주가가 급락했던 사례도 기관들의 투심을 악화시키는 요소다.
지난해 WCP는 수요예측 직전까지도 4조원 이상의 몸값을 인정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밸류 산출을 위한 비교그룹에 적용된 국내외 2차전지 핵심 소재 기업들의 주가가 당시 급등하면서, 적용 EV/EBITDA 배수도 42.69배를 기록한 까닭이다.
그러나 일반 청약에서도 한 자릿수 경쟁률에 머물렀고, 상장 당일마저 공모가 대비 30% 가량 낮은 주가를 기록하면서 예상보다 많은 주식을 받은 기관들은 큰 손실을 보기도 했다.
앞선 운용역은 "WCP와 에코프로머티는 각각 분리막과 전구체 기업으로 사업 내용은 다르지만, 공모 분위기는 비슷하게 가고 있다"며 "최근엔 개인 수급마저 예전만큼 따라주지 못해 상장 당일 주가가 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높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