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튼 여의도, 그때는 '완판' 지금은 '일단 대기'…흔들리는 하이엔드 주택
입력 2023.11.02 07:00
    브라이튼 여의도, 분양 방식 두 차례 변경
    임대 후 분양으로 선회, 시행사·대주단의 수익성 확보 고민 결과
    르피에드 청담, EOD 위기…"사업성 낮다" 평가
    루시아 청담 514 더테라스, 우여곡절 끝 정상화
    더팰리스73, 최근에야 시공사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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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초고가·초호화 주거시설을 일컫는 '하이엔드' 주택의 인기가 시들고 있다. 다수 사업장은 브릿지론 만기 연장으로 겨우 숨통을 트고 있으며, 완공된 사업장도 입주자를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대출 금리가 치솟는 상황에서 과거와 같이 하이엔드 시설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크게 줄었다는 평가다.

      여의도 개발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브라이튼 여의도는 공동주택 2개동, 오피스텔 1개동, 오피스 1개동으로 이뤄진 복합단지로 옛 여의도 MBC 부지(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제금융로 39)에 들어섰다.

      오피스텔은 '완판'했다. 지난 2019년 8월 브라이튼 여의도 오피스텔 청약에서 849실 공급에 총 2만2462건이 접수돼 평균 26.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당시 청약당첨자의 약 70%가 본계약을 진행했으며, 미계약분은 이후 추가계약을 통해 '인기몰이'를 했다.

      과거 오피스텔 계약 때와는 달리 최근 공동주택 계약 분위기는 다소 '차분'하다.

      시행사인 신영은 자금 회수를 위해 분양 방식을 선분양에서 후분양으로 변경했는데, 현재는 임대 후 분양으로 선회했다. 임대 보증금은 기존 분양가 대비 50~60% 수준인데, 여전히 분양을 완료하지 못했다. 초기 계약률은 40%에 못미쳤다.

      공동주택은 지하 6층~지상 49층 규모로, 전용면적 84~132㎡의 454세대로 구성돼 있다. '임대 후 분양'(4년 단기 민간임대 형태)로 공급하며, 현재 임차인을 모집 중이다. 임대보증금은 3.3㎡당 4200만~5900만원이다. 이와 별도로 임차료(월세)도 추가로 지불해야한다.

      최근 임대 후 분양으로 분양 전략을 재수정한 건 시행사인 신영이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는 상황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최근 얼어붙은 부동산 경기로 3.3㎡당 1억원의 기존 초고가 전략을 밀어붙이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분양가를 낮추는 대신 고액의 반전세로 필요한 자금을 우선 끌어모으는 우회 전략을 사용한 셈이다. 임대 후 분양을 진행할 경우 별도의 분양가 산정 기준이 없다.

      2019년 당시 신영이 후분양 방식으로 전환한 것도 '수익성' 때문이었다. 

      2019년 '성공적'인 오피스텔 분양으로 분양대금 약 4000억원을 마련할 수 있었으나, 여의도MBC부지복합개발PFV(신영·GS건설·NH투자증권)가 마진을 남기기에는 충분하지 못했다. 토지비·시공비 등 사업비가 총 1조2000억원이 드는 프로젝트에서 이윤을 내기 위해 아파트 분양도 흥행해야 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가 2019년 10월부터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하며 '제값'을 받기 힘들어졌다. 여의도MBC부지복합개발PFV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분양가를 3.3㎡당 약 4000만원으로 제출했지만 거절당하기도 했다.

      최근 하이엔드 주택을 향한 인기는 예년만 못한 것이 사실이다. 적게는 수 십억원에서 수 백억원대에 이르기까지 고액자산가들을 타깃으로 한 하이엔드 주택은 2020년 이후 공급 물량이 늘어났지만, 이 시기와 맞물려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위축하기 시작했다.

      특히 고금리 상황에서 주택 매수 심리와 투자 심리가 악화한 영향이 크다. 코로나19 기간 금리는 낮고 집값은 일제히 오르는 상황에서는 분양가가 높아도 분양 흥행을 기록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고금리 기조에 부동산 경기가 악화하자 시장은 실수요 위주로 재편됐다. 고분양가 단지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으며, 집값 추가 하락 가능성 등에 따라 청약에 신중해지는 분위기다. 

      디벨로퍼 미래인은 알짜 부지를 사들여 하이엔드 시설로 탈바꿈시킨다는 전략을 내세우며 2021년 '르피에드 청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청담동 프리마 호텔을 공동주택 및 오피스텔로 개발하는 사업인데 도산대로 하이엔드 주거시설 중 최대 규모인 데다 한강과 인접해 있어 기대가 컸다.

      그러나 현재 '르피에드 청담'의 브릿지론은 기한이익상실(EOD) 위기에 처했다. 브릿지론의 만기는 지난 18일이었지만 선순위 투자자인 새마을금고의 반대로 만기연장이 이뤄지지 않았다. 새마을금고는 총 4640억원 규모의 브릿지론에서 약 39%인 1800억원의 자금을 선순위로 대출했다.

      새마을금고가 만기를 연장하는 방안으로 가닥을 잡아도 사업성이 낮아 본PF로 전환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시행사인 디벨로퍼 미래인이 지난 5월 5700억원 규모의 브릿지론 리파이낸싱을 논의한 것도 본PF 전환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루시아 청담 514 더테라스'는 겨우 정상화 절차에 돌입했다. 루시아 청담 514 더테라스는 작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EOD가 발생했으며, 이후 자금난으로 토지와 사업권이 공매에 넘어갔다. 시행사인 루시아홀딩스가 대주단을 설득해 지난 7월 브릿지론 만기를 올해 12월 말로 연장하며 사업을 재개할 수 있었다. 이곳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 일대에 건설되는 지하 6~지상 20층 규모의 하이엔드 주거시설(아파트 25가구, 오피스텔 20실 등 총 45가구)로 평당 분양가가 2억원을 웃돈다.

      서울 쉐라톤강남호텔 부지에 지어질 '더팰리스73'은 상황이 나아졌다. 지난 10일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현재 본PF 전환을 협의중이며, 착공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시행사 더랜드도 본PF 전환에 어려움을 겪었다. 시행사는 지난 3월 대주단과 브릿지론 6개월 연장에 합의한 이후 한 차례 더 연장해 상환기간을 12월까지 미뤘다. 시공능력평가 1위인 삼성물산은 더팰리스73의 사업성을 보고 시공사로 참여했다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하이엔드 아파트·오피스텔들이 브릿지론 만기 연장 합의 실패·본PF 전환 실패·미분양·할인분양 등 각종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완공된 사업장 중 미분양을 떨어낸 곳이 없는 점을 감안할 때 완공해도 못 해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