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올라탄 펀드 매니저들, 사유서 작성에 분주
불과 몇 달 전 "에코프로 안 담아서 죄송"과 정반대
내년부터 2차전지 수주 공백기…전기차 수요 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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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올해 증시를 이끌었던 2차전지주의 하락세가 매섭다. '황제주'를 넘어 한때 150만원 선도 돌파했던 에코프로의 주가는 반토막이 났다. 3분기 실적발표 시즌에 맞춰 2차전지주의 거품이 빠지면서 여의도 증권가도 분주해졌다. 특히 2차전지주를 담은 펀드의 손실이 커지면서, 펀드 매니저들은 고객들에게 사과문까지 작성하고 있다. 불과 몇 달 전, 2차전지주를 담지 않아 고개를 숙였던 것과 정반대의 양상이다.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2차전지주를 집중적으로 담았던 펀드 매니저들을 중심으로 고객에게 사유를 해명하고 손실 복구 방안을 설명하는 사례가 보이고 있다. 2차전지 밸류체인 최앞단에 있는 전기차 시장의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2차전지주의 주가가 폭락한 탓이다.
실제로 주요 2차전지 상장지수펀드(ETF)는 최근 3개월간 평균 40%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내 상장 ETF 가운데 개인 순매수 1위를 기록한 'TIGER 2차전지 소재 Fn ETF'는 최근 3개월간 45%의 손실을 기록했다. 해당 ETF는 에코프로와 POSCO홀딩스,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 LG화학 등 2차전지소재 종목을 집중적으로 담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본부장은 "폭락장에서 펀드 손실에 따른 고객들의 불만은 흔히 있는 일이지만, 2차전지주는 올해 시장의 주목도가 높았다보니 유독 고객들의 불만이 많다"며 "매니저들에게 고객들에게 보낼 사유서와 손실을 만회할 방안을 제출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다른 자산운용사 펀드 매니저는 "2차전지주로 펀드 손실이 커지면서 반성문 아닌 반성문을 쓰는 매니저들이 많다"며 "수익과 손실에 책임을 지는 것이 매니저의 업보이긴 하지만, (2차전지주를) 안 담으면 안 담았다고 사유서를 쓰고, 담으면 담았다고 사유서를 쓰니 혼란스러운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펀드 매니저들의 처지는 올 초에도 한 차례 주목받았다.
지난 4월, 이재완 타이거자산운용 대표는 고객과 프라이빗뱅커(PB)를 대상으로 한 1분기 고객레터를 홈페이지에 게재하며 펀드가 저조한 성과를 낸 것에 대해 사과했다. 이 대표는 "시장의 상승이 짧은 시간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올해 코스피는 5%, 코스닥은 15%나 올라 단기 전망이 틀렸다"며 "코스닥은 15% 상승 중 10%가 단 2개 종목만으로 만들어졌고, 시장의 과도한 쏠림 현상에 대한 대비가 없었다"고 했다.
이 대표가 언급한 2개 종목은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다. 이 대표가 사과문을 올렸을 때는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의 주가가 연초 대비 각각 220%, 647% 급등한 시점이었다.
올해 에코프로를 비롯한 2차전지주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된 바 있다. 고밸류 논란이 끊이지 않았지만 주가는 고공행진했고, 이에 애널리스트들은 사실상 분석을 포기해 한동안 에코프로그룹주에 대한 리포트가 발간되지 않기도 했다.
에코프로 매도 리포트를 최초로 증권사와 연구원은 개인투자자들의 항의에 시달려야 했고, 금감원의 조사까지 받았다. 이에 애널리스트 사이에서는 "'sell' 리포트를 쓰라고 해놓고, 썼다고 문제를 삼으면 어떻게 하라는 거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4분기까지는 2차전지 기업의 부진한 실적 흐름을 전망하며 당분간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전기차 수요 둔화가 배터리 셀 업체와 2차전지 기업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단 분석이다. 이에 더해 메탈가격 하락에 따른 판가 하락도 예상된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수요 둔화를 이유로 테슬라, 포드, 아우디 등의 생산 목표 달성이 지연되고 있다"며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 중국의 보복 조치로 인한 원재료 조달 등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