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매년 약 1% 자사주 소각 계획 이행
과거 자사주 활용방식,투자자들 비판 많아
일단은 '약속 지킨' 네이버에 긍정적 반응
주가 바닥인 경쟁사 카카오 '대비효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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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지난 5월 발표한 주주환원 계획의 일환인 대규모 자사주 소각 계획의 첫발을 내딛었다. 이전까지 상호교환·M&A(인수합병) 등 네이버의 자사주 활용에 대한 시장의 비판이 있었던 만큼 이번 약속 이행으로 시장의 평가도 달라질 지 주목된다. 플랫폼 양대 산맥인 카카오가 전사적인 사법 리스크로 시장의 외면을 받고 있는 사이 네이버의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주가 부양으로 이어질지 관심사다.
네이버는 이달 7일 기존에 취득했던 자기주식 가운데 보통주 164만491주를 소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는 네이버 총 발행 주식의 1%에 해당하며, 소각 예정금액은 3052억원이다. 금액은 이사회 결의일인 10월 31일 전일의 종가(18만6100원) 기준이며, 소각 예정일은 변동될 수 있다.
이번 네이버의 자사주 소각은 역대 최대 규모다. 최근 10년 간 네이버가 자사주를 소각한 것은 이번을 포함해 세 번째다. 지난 2020년 2월 981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했는데 이는 발행 주식 총수의 0.33%였다. 2021년 11월 869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했다.
이번 자사주 소각은 5월 네이버가 발표한 주주환원 정책의 첫 번째 단계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5월 8일 주주서한에서 자사주 소각을 통한 주주환원 정책을 약속했다. 최 대표는 2025년까지 현재 8%인 자사주 비율을 5% 이내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당시 "자사주를 상당수 보유하는 점에 대해 저희의 본의와는 다른 견해를 가지고 바라볼 수 있다"며 "현재의 혹은 미래의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 향후 3년간 자사주의 총 3%를 매년 약 1%씩 소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네이버의 주주환원책은 투자자들의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네이버는 그동안 자사주를 M&A나 타사와의 전략적 제휴 수단으로 적극 활용해왔다. 미래에셋증권, CJ대한통운, CJ ENM, 이마트, 카페24 등과의 지분 교환을 이어갔다.
이러한 네이버의 행보에 대한 시장의 비판도 있었다. 지난 5월 세계 3대 연기금 운용기관인 네덜란드의 APG는 “네이버는 국내 기업 가운데 상호주가 가장 많다”며 “주주 권리 침해의 우려가 있어 APG가 주주관여 활동 중이다”고 공개 비판했다.
당시 APG의 박유경 아시아태평양 책임투자 총괄이사는 “상호주가 형성되면 전체 지분 구조에서 소수 주주의 비율이 줄어 주주의 권리가 침해된다”며 “4월 초 네이버에 상호주를 형성한 배경을 문의했고 네이버가 진정으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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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소각은 유통 주식 수를 감소시키고 나머지 주식의 가치는 높이는 대표적인 주주환원책이다. 미국의 애플이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과 소각으로 주가를 끌어올린 대표적인 회사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자사주 소각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가 활발하진 않았는데 최근엔 행동주의펀드 및 소액주주들의 주주행동으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금융지주사들과 현대차그룹, SK그룹 등이 적극적으로 자사주를 소각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장에서는 일단 네이버의 ‘약속 이행’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내놓는 분위기다. 자사주 소각 계획 발표 후인 이달 1일 네이버의 주가는 다소 반등세를 보였다. 2일에도 네이버 주가는 전날 대비 3200원 오른 19만900원에 마감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은 예견된 이벤트였지만 어쨌든 네이버가 약속을 지키면서 투자자들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고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이 좋아할 것”이라며 “네이버의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분도 많고 장기 투자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도 주가에 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의 행보는 팬데믹 기간 양대 플랫폼주로 떠오른 카카오의 부진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전방위적으로 뭇매를 맞고 있는 카카오는 대통령의 공개 저격까지 이어지며 고립무원의 상태에 놓였다. 카카오가 미운털이 박인 상황이라 네이버의 주주환원 행보가 더욱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국내외 투자자들은 사법 리스크가 진정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카카오 투자를 사실상 보류한 분위기다.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 과정에서 불거진 시세조종 의혹으로 김범수 센터장까지 구속 기로에 놓이는 등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고 있다. 계열사인 카카오모빌리티가 ‘매출 부풀리기’ 의혹으로 금융감독원의 회계 감리를 받고 있다. 사법 리스크가 떠오르면서 지난달 27일 카카오 주가는 52주 최저가인 3만7300원까지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