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눈치보며 DPS 300원 언급…증권가선 지속가능성 지적
향후 배당 줄이면 주가 악영향…한화그룹 재무적 버퍼 해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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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악화로 배당을 중단했던 한화생명이 3년 만에 배당에 나설 전망이다. 현재 언급되고 있는 배당액은 주당 300원으로, 배당 기대감에 주가가 지난 3개월간 40%가량 급등하기도 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이런 배당이 지속 가능할지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회계제도 변경 이후 보험사들에 '과도한 배당은 자제하라'며 감시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한화생명의 자본 여력이 경쟁사 대비 우월한 상황은 아닌 까닭이다. 향후 배당 규모가 줄면 기대감으로 급등한 주가에 오히려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거듭 배당 의지를 강조하는 한화생명을 두고 최대주주인 ㈜한화를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한화생명은 일단 내년 초 이사회를 열고 배당 성향을 결의, 3월부터 주주들에게 배당을 시작할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 실적이 나오지 않은 만큼 배당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경영진들은 최대 DPS(주당배당금) 300원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당 300원은 한화생명이 3, 4분기에 호실적을 거둔다는 가정 아래 배당할 수 있는 최대치로 평가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300원은 '곳간 구석'까지 털어야만 나올 수 있는 금액이라 부담이 있을 것"이라며 "다만 DPS 300원 달성에 대한 경영진의 의지가 확고했고, 이를 지속하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배당정책이 재무에 줄 영향이다. 한화생명의 신지급여력비율(킥스ㆍK-ICS)는 현재 180% 수준이다. 주당 300원의 배당을 실행할 경우 5~6%가량 K-ICS가 하락할 전망이다. 당국 권고치인 150%로부터는 여유가 있다지만, 한화생명의 K-ICS가 경쟁사 대비 여유로운 수준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말 기준 국내 생명보험사 K-ICS 평균치(경과조치 미적용 기준)는 196.2%다. 삼성생명 223%를 비롯, KB라이프ㆍ신한라이프ㆍ미래에셋생명 등 주요 대형 생보사는 대부분 200%를 넘어서고 있으며, 외국계 생보사의 경우 300%가 넘는 곳도 다수다.
주당 300원의 배당이 지속 가능할지도 미지수라는 지적이 많다. 올해엔 회계기준 변경으로 지난해 대비 실적이 좋을 수 있겠지만, 이후 실적이 유지되지 않으면 오히려 배당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배당 기대감으로 최근 급등한 주가를 유지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한화생명의 분기별 순이익은 올해 1분기 4635억원에서 2분기 2403억원까지 감소했다. 3분기 이익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1200억원 안팎이다. 한화생명의 올해 연간 순이익 컨센서스는 약 8300억원으로, 최근 3개월간 6.4% 하향 조정됐다.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는 "한화생명은 2분기 신계약 매출 중 경비의 상당 부분을 당기에 비용 처리하면서 예실차가 크게 발생했다"라며 "향후에도 높은 신계약 성장에 수반되는 비용을 예실차에 반영할 경우 단기적으로 실적에는 부담이 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감독원 역시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착시효과를 의식해 최근 각 보험사에 직접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의 배당을 권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칙적으로 배당은 각사의 자율적인 경영에 맡기지만, 재무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과도한 배당은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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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한화생명은 보완책으로 5년 전 배당을 중단한 자회사 한화손해보험의 배당 재개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화손보의 목표 DPS(주당배당금)는 300원으로, 이를 통해 최대주주인 한화생명(지분 51.36%)은 최소 180억원의 배당금을 얻을 수 있다.
문제는 한화손보도 주당배당금 지속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화손해보험의 3분기 별도 순이익은 70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업이익도 16% 내려간 916억원으로 예상된다.
한화손보 측은 "배당 여부와 배당 규모 등에 대해선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한화생명ㆍ한화손보가 배당 확대를 추진하는 원인으로 한화오션의 유상증자 등 최근 그룹 확장 과정에서의 자금 유출을 지목하고 있다. 한화오션 지원에 막대한 재원이 사용되면서 그룹 차원의 부담이 증가하자, 최상위 지배회사인 ㈜한화가 금융계열사의 배당으로 재무적 여력을 확보하려는 게 아니겠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한화생명이 주당300원 배당을 실시하면, 최대주주인 ㈜한화가 최대 수혜자가 된다. DPS를 300원으로 가정할 경우 2000억원이 넘는 배당금 중 한화(지분 43.24%)가 가져가는 몫만 1100억원에 이르는 까닭이다. 그외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최대 약 45억원,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9000만원 상당의 배당금을 챙길 수 있다.
한화오션은 최근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는데, 해당 재원의 대부분을 ㈜한화의 자회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손자회사인 한화시스템이 출자해야 한다. 당장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3853억원, 한화시스템은 2000억원을 출자해야 하고, 향후 조선업 경쟁력 강화 과정에서 재무 부담이 추가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시스템의 경우 오는 2025년까지 신재생에너지부문 설비 증설 등으로 연평균 3조원 이상의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 탓에, 중단기적으로는 자금 부족에 따른 차입금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신용평가사에서도 계열 전반의 자금 소요 확대된 상황에서 예정된 유상증자 규모를 고려할 때, 지배회사인 ㈜한화 역시 추가 자금조달 방안 등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한화에 대해 "별도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 단기 금융상품 등 약 2300억원과 향후 1년 간 예상되는 영업 부문의 현금창출 규모는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 CAPEX, 배당금 지급 등의 자금소요를 충당하기에 다소 부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증권사 금융 전문 연구원은 "경영진이 비공개 IR을 통해 DPS 300원 의사를 내비쳤을 때부터, 시장에선 한화오션 증자 등 한화그룹의 재원 충당 움직임이라는 시선이 많았다"며 "배당을 첫 해에 많이 주고, 다음 해부터 순이익 급감을 이유로 줄이게 되면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화생명은 "증권가 전망과는 달리 주당 300원 배당시 K-ICS 하락폭은 1%대 수준에 그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며 "올해 회계년도가 끝나지도 않은 시점이라 배당금액이나 수준을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