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신판 점유율 줄고 ROE 꺾였는데 인력 효율화는 난망
은행채로 조달비용 줄어들고 고객정보 이용 가능 시너지
사업ㆍ조직 축소 불가피하고 비은행 축소...금융당국 승인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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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업계 1위 신한카드를 은행과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배경은 뭘까. 카드사 업황 악화 상황이 심상치 않은 데다, 그룹 차원에서도 비용을 축소하며 내실을 다지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비용 절감과 더불어, 계열사 간 고객정보 활용 시너지도 되살릴 수 있다는 장점도 거론된다.
다만 사업영역이 '은행'의 겸영 및 부대 업무로 한정되며 카드사 특화 사업영역을 대부분 포기해야 한다는 점이 발목을 잡는다는 평가다. 이 과정에서 인력 재배치 등 구조조정도 불가피하다. 카드는 물론, 은행 노동조합 반발이 불가피하며, 금융당국의 승인까지도 쉽지 않은 길이 될 전망이다.
카드사 업황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데다, 향후 2~3년 내 호전이 어려운 상황이라 카드-은행 통합의 불씨는 갈수록 커질 거란 예상이 적지 않다. 당장 2002년 카드 사태 직후 상당수 은행계 카드사가 은행과 재통합된 전례도 있다.
카드 업황 급격한 악화 와중에...1위 신한카드는 '방만ㆍ안주'
신한금융그룹은 현재 비대해진 계열사 효율화를 위해 지배구조 통합을 검토하고 있다. 운용사 등 비주력 비은행 계열사 교통 정리가 주로 거론되는 가운데, 중장기 과제로 신한은행-신한카드 통합 역시 선택지 중 하나로 올라가 있는 상황이다.
카드 업황의 급격한 악화가 은행-카드 통합 검토 배경의 핵심으로 꼽힌다. 당장 신한카드의 올 3분기 말 기준 순이익 규모는 4691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0%나 줄었다. 시중금리가 치솟으며 조달 비용이 늘어난 데다, 고금리 지속에 따른 자산 부실화로 충당금을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쌓으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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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손비용도 늘며 수익성에 악영향을 줬다. 2021년 0.8%던 카드 연체율은 올 상반기 1.43%로 뛰었다. 3분기말 기준 1.35%로 안정화된 듯한 모습이었지만 이는 부실채권을 사전에 상ㆍ매각해 정리한 덕분이다. 부실 전 단계인 연체 전이율(2개월 연체)은 0.4%로 지난 3월과 비슷한 상황이다. 신한카드는 카드 자산 내 카드대출(카드론 및 현금서비스) 비중이 경쟁사 평균 대비 높은 편이라 가계대출 건전성 악화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분석이다.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신용거래로 수익을 올리는 신용카드업 특성상, 고금리에 따른 조달 비용 증가ㆍ연체 증가ㆍ경기 침체는 업황 악화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신한카드의 경우 2021년까지 1%대로 유지되던 평균 조달 금리가 지난해 2.4%로 급등했다. 신한카드가 속한 AA+신용등급의 3년물 카드채 금리에는 올 3분기에도 평균 37bp(0.37%포인트)나 상승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 연기로 고금리 기조는 한동안 이어질 수밖에 없고, 국내 소비 지출은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하락세를 띠고 있다. 국내 경기 역시 코로나19 보복 소비 효과가 끝나고 침체 전조에 들어선 상태에서 2~3년내에 경기가 극적으로 반전할 거라 보는 전망은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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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카드가 안주하는 사이 '압도적 1위' 프리미엄은 사라졌다. 2012년 한때 28%에 달하던 신한카드의 개인 카드 소매 실적 점유율은 올 3분기말 현재 21.3%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 사이 경쟁사인 현대카드는 코스트코와 애플페이에 공격적으로 베팅하며 2년 만에 점유율을 16%에서 18%로 끌어올렸고, 삼성카드 역시 특화상품과 테슬라 독점 구매 기능 등을 내세우며 신한카드를 뒤쫓고 있다.
수익성은 뒤떨어졌다. 2021년만 해도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0.38%로 그룹 평균(9.4%)을 앞섰지만, 지난해엔 8.91%로 떨어지며 증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계열사보다 낮아졌다. 올 3분기 기준으로는 8.09%로, 일반적으로 4분기 수익성이 이전 분기의 절반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연간 ROE가 7%대로 밀리는 것 역시 불가능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효율화 노력이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신한카드는 2022년과 올해 초 희망퇴직을 실시했지만, 현재 근로자 수(기간제 포함)는 2607명으로 5년 전인 2019년말 2628명에 비해 큰 차이가 없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1만4182명에서 1만3382명으로 800명, 6%의 인원을 감축했다. 올해 희망퇴직의 경우 15년차 이상을 대상으로, 단 하루만 신청할 수 있도록 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런 지표는 지난해 말 선임된 문동권 신한카드 대표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거란 평가다. 문 대표는 최초의 내부 출신 CEO다. 신한금융은 카드 업황이 갈수록 악화하자 내실을 다져달라며 LG할부금융으로 입사해 신한카드에서만 근무해 온 문 대표에게 경영을 맡겼다.
전임 임영진 대표 시절엔 6명의 핵심 고위 임원(사장ㆍ부사장 5명) 중 4명이 신한은행 출신이었지만, 문 대표 취임 이후엔 LG 출신이 4명으로 늘며 구도가 바뀌었다. 문 대표와 함께 신한카드에서만 20년 이상 근무한 이기봉 부사장이나 신한카드 내 재무ㆍ회계통으로 손꼽히는 김남준 부사장 등 '카드업 전문가 집단'이 신한카드의 경영을 주도하게 됐지만, 고금리ㆍ연체 증가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모양새다.
은행-카드 합병 시 조달ㆍ운영비용 절감 가능...고객정보 시너지도
은행-카드 통합은 이런 위기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고육지책으로 통한다. 실제로 신용 거품이 붕괴하며 터진 '2002년 카드 사태' 이후 국민카드, 우리카드 등 은행계 카드사는 대부분 은행에 다시 흡수 통합됐다.
은행과 카드를 통합하면 일단 조달비용면에서 이득을 볼 수 있다. 현재 신한은행의 신용등급은 AAA, 신한카드의 신용등급은 AA+다. AAA 은행채와 AA+ 여전채의 2년물 기준 민평금리 격차는 현재 27bp(0.27%포인트)다. 신한카드의 회사채 발행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21조원으로, 27bp가량 조달 금리가 낮아진다면 단순계산해 연간 이자비용을 580억여원가량 아낄 수 있다.
디지털ㆍIT 부문 중복투자에 따른 비효율도 줄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신한은행은 약 2조원, 신한카드는 3400억여원을 디지털ㆍIT 부문 예산으로 썼다. 각각 2021년 대비 2배가량 늘어난 규모였다. 은행은 '신한 쏠' 앱을, 카드는 '신한 플레이' 앱을 각각 고도화했다.
전산 고도화 및 마이데이터 사업 등으로 향후 디지털ㆍIT 비용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전산 부문 인력 및 관리 절차 통합을 통해 일정 부분 비용 절감 효과가 가능할 거라는 평가다.
고객 정보가 점점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2014년 금융지주회사법 및 신용정보법 개정 이후, 계열 은행과 카드는 영업 목적으로 고객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금지됐다. 사고 방지 등 목적의 계열사 간 고객 정보 공유 절차 역시 복잡해 금융지주 계열 금융회사들은 역차별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NH농협금융지주는 이 같은 이유로 인해 은행 내 카드사업부 분사 계획을 철회했다. 카드 사용 고객의 고객별ㆍ상품별 소비패턴 및 수익성 분석 자료를 은행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NH농협은 고객 데이터에 기반한 맞춤형 상품을 차세대 수익원 중 하나로 보고 있다. 분사 시 이 같은 시너지를 포기해야 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고객 풀(pool)이 훨씬 넓은 은행의 고객군에 카드의 소비 데이터를 합치면 마케팅 등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며 "신한카드의 등기이사 급여도 연간 20억원 가까이 된다"고 말했다.
'은행업 부대 업무'에 발 묶여 신사업에 제한...노조 반발ㆍ당국 승인도 관건
다만 통합시 사업 규모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역효과도 있다. 은행법상 은행이 겸영하는 신용카드사는 신사업ㆍ부대업무 추진 시 은행법의 영향을 받는다. 사전에 금융당국에 신고하면 '원칙 허용, 예외 규제'의 네거티브(Negative) 규제를 적용받는 여신전문업법상 부대 업무와 달리, 은행업 부대 업무는 은행법 및 시행령에 상세히 규정돼 있다.
당장 최근 카드사들의 신사업 부문인 여행ㆍ문화 분야 사업을 지속하는 게 어려워진다. 여행 부문은 미국 아멕스(AMEX)가 1915년부터 주력 사업으로 육성해 핵심 사업 동력으로 만들어 낸 이후 카드사들의 '롤 모델'로 꼽혀왔다. 아멕스는 이렇게 확보한 충성 고객층을 기반으로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선불카드 및 개인간(P2P)송금ㆍ지급결제대행(PG)ㆍ온라인게임 결제 플랫폼 등 신사업 확장을 거듭하고 있다.
카드사 내 쇼핑몰 운영 등 물품판매업도 어려워진다. 카드사들은 중소기업적합업종이 아니라면 금융당국 신고 후 물품판매업에 진출할 수 있었다. 아직 수익성은 미미하지만, 고객들의 결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맞춤형 상품을 소싱(sourcing)ㆍ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기 먹거리 중 하나로 기대를 받아왔다.
사업 규모 축소는 자연스레 인력 재배치 및 구조조정 이슈로도 이어진다. 그간 은행계 카드사들은 은행으로부터 분사 후 자산 및 사업 규모를 키운다는 명분으로 조직 규모를 크게 키워왔다. 당장 가장 규모가 작은 하나카드조차 분사 전 은행에 470여명의 카드사업부 담당 인력이 있었는데, 분사 후 현재 770명 규모로 조직을 키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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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역시 부담스러운 이슈다. 10년 이상 분리돼 채용 등을 별도로 진행해 온 대규모 조직이 은행 내로 돌아와 섞이는 게 쉽지 않을 거란 지적이다. 중신용 고객을 대상으로 신용 거래를 하는 카드업 특성상 비교적 부실한 자산이 섞여 드는 것도 은행 입장에서 꺼려지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지주의 비은행 부문이 크게 줄어든다는 점도 이슈다. 올해 3분기 실적 기준, 신한금융그룹의 은행 부문 기여도 비중은 63%다. 비은행 37% 중 3분의 1이 카드와 저축은행이다. 만약 카드를 은행과 다시 합친다면 순식간에 은행 비중이 74%로 치솟는다. 비은행부문 실적이 가장 좋았던 지난 2021년 기준 신한금융의 비은행 실적 기여도는 42%에 달했는데, 카드를 빼는 순간 13%로 쪼그라든다.
신한금융의 경우 카드 외 이렇다 할 대형 비은행 계열사를 키워내지 못했다는 점이 뼈아프다는 평가다. 올해 신한라이프와 신한캐피탈이 선방하고 있긴 하지만, 체급 차이가 나는 만큼 그룹 실적에 기여 효과는 다소 아쉽다는 지적이다.
만약 실제로 카드-은행 통합을 진행하려 한다면, '은행이 대규모 신사업을 영위하려는 것'인 만큼 사전에 금융당국의 승인이 필요하다. 다만 현재 금융당국은 전업카드사 분리를 유도해 경쟁구도를 갖추고, 은행업과 여신전문금융업을 따로 감독하는 체제를 선호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2010년 이후 카드사 분사를 사실상 독려하며 전업카드사간 경쟁을 촉진하는 촉매로 썼다"며 "금융당국에도 '명분'이 필요한 만큼, 카드사가 한두 곳 쓰러질 정도의 큰 사건이 터지는 게 아니라 단순히 수익성이 줄어드는 것 정도라면 은행-카드 통합에 보수적 입장을 보일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