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하단가 3만6200원서 확정…락업 건 기관 수는 41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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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투자자(이하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던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공매도 금지 조치에 2차전지 관련주 주가가 오르며 기사회생했다.
공모가 밴드(3만6200~4만4000원) 하단보다 낮은 가격에 공모가가 결정될 수 있다는 전망이 짙었지만, 결국 공모가 밴드 하단 가격인 3만6200원으로 공모가를 확정지었다고 7일 공시했다. 발행 증권수량도 기존 1447만6000주에서 1158만800주로 줄였다.
기관 대상 수요예측 최종 경쟁률은 17.2대 1이다. 주로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참여율이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밴드 상단 가격을 초과해서 써낸 기관 수는 총 52곳이며 밴드 상단 75% 초과해 써낸 기관 수는 38곳이다. 밴드 하단 미만으로 가격을 제시한 기관들은 총 871곳으로 더 많았다. 다만 신청수량은 상단초과(3392만4000주)가 더 많다.
국내 기관 및 거래실적이 존재하는 해외 기관 중 의무보유확약(락업)을 제시한 참여자는 총 41곳이었다. 락업을 걸지 않은 기관 수는 1037곳에 달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기관 수요예측 당시 ▲전기차 수요 부진 등의 이유로 2차전지 관련주 주가가 하락하고 ▲ IR에서 기관들에게 성장성을 입증하지 못하면서 기관들로부터 일부 외면을 받았다고 전해졌다. 당시 국내 대형 기관들의 참여가 저조했고 일부 운용사들은 희망공모가 하단에도 뭇 미치는 2만원 중반대 가격을 써내기도 했다고 전해졌다.
하지만 지난 5일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가 공매도 금지 계획을 발표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그간 공매도 물량이 쌓여왔던 2차전지 관련주인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홀딩스, LG에너지솔루션 등 종목들의 주가가 6일 급등하면서다. 물론 에코프로를 제외한 2차전지 관련주 주가는 7일 하락세를 보이곤 있지만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상장 추진에는 탄력이 붙었다.
일각에서는 수요예측이 3일 마무리되긴 했지만 미달 물량을 기관 대상으로 배정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과거 두산밥캣 상장 당시에도 그랬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당선 소식이 일반 청약 기간과 맞물리며 0.29대 1로 청약 미달 사태가 벌어졌다. 하지만 다음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 수락연설에서 인프라 투자 확대를 강조하면서 건설기계 종목들이 일제히 주가가 오르며 반전을 이뤄냈다. 결국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미달 물량을 모두 받아가 가까스로 상장에 성공한 바 있다.
이번 수요예측 결과만 보면 에코프로머티의 상장 후 주가 추이는 밝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매도 전면 금지로 인한 이차전지주 급등으로 공모 청약 절차를 이어갈 수는 있게 됐지만, 기관들조차 락업 없이 최대한 낮은 가격으로 물량을 확보해 상장일에 처분, 차익을 내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요예측에 참여한 대부분의 국내 기관들은 락업을 걸지 않는 조건을 강력하게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가격미제시로 참여한 대부분의 물량 역시 락업은 걸지 않았다.
한 공모주펀드 운용역은 "이차전지 관련주들의 4분기 이후 실적 전망이 점점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는 상황이라 3개월은커녕 1개월 락업도 걸기 힘든 분위기였다"며 "6일 이차전지주 급등으로 '단기 차익'은 가능하겠다는 판단으로 물량을 받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에코프로머티의 상장일 주가는 상당한 변동성을 보일 전망이다. 공모 청약 후 상장일에 매도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많은데다, 여기에 기관들의 투매 물량까지 더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까닭이다.
이차전지주가 재차 급락한 7일 에코프로는 전일 대비 3.74%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에코프로머티와 사업적으로 밀접한 연관이 있는 에코프로비엠은 4.85% 하락 마감했다. 에코프로비엠의 현 주가는 지난 7월 장중 기록한 58만4000원의 절반 수준인 28만45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