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는 은행, 하나는 증권, 신한은 보험이 最多
충당금 적립 등 지주차원 대응 이어질 듯
해외 부동산 여파는 "일반 금융사·연기금·공제회가 먼저"평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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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자본시장에선 '해외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아직 터지지 않은 폭탄과 같다'는 말이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유럽은 물론 미국 조차 '소비의 위축, 공실률의 증가, 부동산 가치 하락, 신규 자금 유입 감소'의 연쇄 고리가 이어지고 있는데 현재의 상황이 쉽게 반전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 금융권에선 주로 증권 계열사가 벌인 해외 부동산 관련 리스크가 은행을 거쳐 그룹으로 전이될지에 대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금융지주회사들의 3분기 실적발표에도 해외 부동산 현황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 앞으로 금융지주사들이 대책 마련에 더욱 분주해 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회사(KB·하나·신한·우리·NH)들의 최근 자료를 종합해 보면 현재 해외 부동산 투자액이 가장 많은 곳은 KB금융지주로, 총 5조9000억원의 투자액을 기록했다. 이어 하나금융지주 약 4조6000억원,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가 약 4조원, NH농협금융지주가 약 2조원 규모의 해외 상업용 부동산 익스포저를 보유하고 있다. 해외 상업용 부동산의 붕괴 위기감이 퍼지면서 국내 금융지주들은 연초와 비교해 투자를 늘리지는 않은 모습은 지속되고 있다.
KB금융지주의 해외 상업용 부동산의 주요 투자처는 북미와 유럽 지역이다. 오피스 및 주거용 시설이 약 60%를 차지한다. 전체 익스포저의 대부분은 3분의 2 이상은 은행을 통해 보유중이다.
KB금융지주는 별도의 태스크포스(TF)를 마련해 해당 자산들의 공실률과 스트레스 테스트를 관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최철수 KB금융지주 리스크관리총괄 부사장(CRO)은 컨퍼런스 콜을 통해 "이슈 자산은 전체의 1% 수준이다"며 "현재까지 손실 가능성은 제한적이다"고 했다.
4조6000억원 규모의 익스포저를 보유한 하나금융지주는 KB금융지주와 달리 절반 이상(약 2조4000억원)이 하나증권을 통한 투자이다. 약 1조3000억원 규모는 은행을 통한 투자로 파악된다. 하반기 들어 신규 투자건은 없었다. 전체 익스포저 가운데 오피스가 절반을 차지하고 물류센터와 호텔 등이 나머지를 구성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올해 상반기 오피스(상업용 부동산) 투자건에 대해 일부 충당금을 쌓은 상태다. 하나증권의 경우 3분기까지 1800억원가량의 충당금을 쌓았다.
정승화 하나증권 최고위기관리자(CRO)는 "미국과 유럽쪽으로 재실사하여 평가손실이 예상되는 부분을 올해 전부 다 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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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지주의 4조원 규모 해외 부동산 투자는 보험 계열사가 가장 많은 투자액을 보유하고 있다. 전체 투자 가운데 60%는 역시 북미 지역에 편중돼 있고 이중 오피스와 주거시설이 절반을 넘는다. 고정 이하 여신은 규모는 약 1600억원으로 전체의 약 4% 수준이다.
신한금융그룹은 올해 실적 발표 자료에서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현황을 별도의 페이지로 분류하기도 했다. 올해 하반기엔 해외 부동산 전수조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방동권 신한금융지주 최고리스크관리(CRO) 부사장은 "그룹 차원에서 하위 10% 자산 정도을 들여다 보기 위해 2개 지역으로 나눠 현지 실사를 계획중이다"고 했다.
우리금융지주의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는 약 4조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은행에서 상당 부분 투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미 홍콩 오피스 투자 펀드(시몬느대체투자전문사모투자신탁제12호)의 투자 손실을 확정했는데 이와 관련해 540억원 충당금을 적립한 바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승남 의원실에 따르면 NH농협금융지주의 총 해외부동산 투자액은 1조9210억원이다. 각 계열사의 투자 건수는 총 75건, 투자액 대비 현재 가치는 550억원가량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충당금을 적립하는 등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자산에 대해 부실화에 대응하기 위한 금융지주사차원의 대책 마련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지주의 경우 은행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이 양호해 충당금을 쌓는 등 그나마 대응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부터 해외 상업용 부동산 붕괴로 인한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할 가능성이 높은데, 금융지주 계열은 물론 일반 금융기관과 연기금, 공제회 등에서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