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순위 금리 10%대…"지금 이만한 수익률 투자처 없다"
GP 선정이 중요한 사모대출 시장…글로벌 경쟁 치열해
외부 인력 수혈 불가피하지만…성과급 개편은 공회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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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민연금이 사모대출(PD·Private Debt) 전담조직을 신설한다. 운용수익률 제고를 위해 사모대출에 힘을 주겠단 뜻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국민연금이 대체투자처로 사모대출을 콕 집어 선택한 만큼 수익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인력 구성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반응이 나온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사모대출과 부동산플랫폼 투자 전담 조직을 신설한다. 이와 함께 해외투자 비중을 2028년까지 약 60%까지 확대하고, 내년부터는 대체투자 분야 인력도 대폭 확충한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 27일 보건복지부가 심의한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에 담겼다.
사모대출은 전통적인 은행권 대출, 회사채 발행이 여의치 않은 기업들에 직접 대출(Direct Lending)해주거나 메자닌 등에 투자하는 자산군이다. 최근 고금리 시장 환경과 은행의 대출 규제 강화가 맞물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민연금이 전담조직까지 신설하는 사모대출은 현재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연기금들도 관심을 갖는 유망한 대체자산군으로 꼽힌다. 국민연금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사모대출에 힘을 싣는 것에 대해 공감하는 목소리가 많다.
한 국내 공제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현재 선순위 사모대출 금리가 10%정도 나오는데, 최소한 현 시점 사모대출만큼 위험 부담을 덜 지면서 이 정도 수익률을 보장해주는 투자 상품은 없다"며 "사모대출 시장의 호황이 얼마나 오래 갈지 섣불리 예단할 수 없지만 최소한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내년까지는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모대출은 회사의 지분 등을 담보로 잡고 대출이 이뤄지다 보니 손실 위험이 크지 않고, 동시에 10%대의 수익률을 보장해줘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는 기관투자가가 선호한다는 설명이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대부분 선순위로만 들어가 있어 사모대출에 따른 손실은 현재까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민연금이 이번 연금 개혁안에 따라 운용수익률을 1%포인트 이상 올리기 위한 방안으로 사모대출을 택한 만큼, 반드시 수익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도 클 것으로 보인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국내 기관들의 보유자산 중 사모대출 비중은 올 상반기 기준 6.1%를 차지하고 있는데, 전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비중을 늘리는 것이 불가피하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기관들이 사모대출을 통해 쏠쏠한 수익률을 올리고 있지만,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디폴트를 선언한 부실기업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기 때문에 무작정 비중을 늘리는 것은 위험성이 있다"며 "결국 사모대출은 운용사(GP)가 어떻게 펀드를 구성하고 트렌치를 다양화해 위험을 분산하느냐에 달렸다"고 전했다.
사모대출 운용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GP 선정과 전담인력 구성인데, 두 가지 모두 난항이 예상된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현재 사모대출 시장에서는 업력이 오래되고 실적(트랙레코드)이 충분한 유력 운용사로 자금이 몰리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글로벌 연기금들 사이에서도 GP 선정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현재 미국 샌프란시스코 해외사무소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현지에서 새로운 투자 기회를 물색함과 동시에 현지 운용사들과의 접점을 늘리기 위함이란 관측이다. 앞서 지난 10월 서원주 기금운용본부장은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해 글로벌 위탁운용사와 만남을 갖기도 했다.
사모대출 전담조직이 신설되면 외부에서도 인력을 수혈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은 업계 대비 낮은 연봉 수준과 지방 근무 등의 이유로 현재도 인력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운용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인적 네트워크가 중요한 대체투자 담당 인력의 몸값이 주식 등 전통자산 담당 인력보다 높은 점도 부담이다.
국민연금은 기금운용직 성과급 체계 개편을 위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등 관계 부처와 현재 의견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앞서 지난 6월 관련 논의가 한 차례 무산된 바 있어 결과를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연금 측은 "사모대출 전담조직 신설이 이번 개편안에 담겼지만, 시기나 규모 등 세부 사안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기에 지금 단계에서는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