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IPO' 투자유치 4개월 만
매출액 줄고, 손실폭 커진 상황
설비 증설해 2025년 IPO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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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의 미국 수소연료전지 회사인 하이엑시엄(HyAxiom)이 자산유동화대출(ABL)을 통해 190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을 추진 중이다. 두산그룹은 수소사업을 주력 사업 중 하나로 삼고 있는데, 해외로의 사업영역 확대 거점이 되고 있는 하이엑시엄은 그룹 내에서 차기 유력한 기업공개(IPO) 후보로 거론된다.
10일 투자금융(IB) 업계에 따르면 하이엑시엄은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대출을 받고, 해당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ABL을 SPC에 지급하는 구조로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 현재는 대주단을 모집중이다. 목표금액은 총 1900억원으로 해당 자금은 연구개발(R&D), 생산능력(CAPA) 확장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하이엑시엄은 2014년 두산그룹이 파산에 이른 미국 클리어엣지파워를 인수해 설립한 기업이다. 지난해까지는 '두산퓨얼셀 아메리카'로 불렸지만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해 사명을 변경했다. 두산그룹은 해당 기업을 인수하면서 인산형연료전지(PAFC) 기술을 확보했다. 두산퓨얼셀이 SK그룹과 달리 '기술 국산화'를 앞세워 수주 측면에서 약진하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하이엑시엄의 실적은 상당히 부진하다. 올해 상반기 하이엑시엄의 매출액은 170억원으로 전년동기(1122억원) 대비 84% 줄었고, 순손실은 같은 기간 29%가량 늘었다. 현재는 20% 규모의 R&D 인력 대상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이엑시엄은 올해 7월 국내 주요 기관투자자들로부터 1963억원의 투자유치를 받았다. 상장전투자유치(Pre-IPO) 성격으로 당시에도 이번 자금조달 목적과 같은 연구개발과 시설투자 자금을 유치했다.
두산그룹 측은 이번 자금 조달과 관련해 "향후 지속 성장을 위한 투자금 마련 목적의 자금조달이다"고 밝혔다.
두산그룹의 수소 사업은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여겨지고 있다. 지난 수 년간 핵심 계열사를 매각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그룹 규모가 줄어든 탓에 하이엑시엄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계열사로 부상했다.
두산퓨얼셀은 '2023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하이엑시엄이 개발한 모빌리티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한 버스를 2년 내 국내에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올초에는 하이엑시엄과 함께 남호주 주정부와 수소산업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사업기회 발굴 의지를 밝혔다.
하이엑시엄은 2025년 미국 나스닥 시장 상장을 목표로 삼고 있다. ㈜두산의 100% 자회사인 까닭에, 상장이 원활하게 진행된다면 ㈜두산은 일부 자금 마련 효과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이엑시엄에는 오너 일가도 몸담고 있다. 지난해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 겸 두산에너빌리티 회장의 장남 박상우씨가 사업개발 부서 파트장으로 옮겨 근무중이다. 최근 두산로보틱스의 상장이 두산그룹 4세인 박인원 두산로보틱스 대표의 성과로 기록된 것과 같이 하이엑시엄의 상장이 오너가에 두산로보틱스의 사례와 유사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