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프라이즈부문 축소 가능성도 거론
"구현모 체제서 임명된 인물이 정리 대상"
-
KT그룹이 내달 초 상무급 이상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물갈이 인사'와 일부 사업부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 올해 휴대폰 외 이동통신 분야에서 LG유플러스에 비해 수익성이 약화된 것이 단초가 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그룹 내부에선 이번 정기인사가 '친(親)구현모 인사 정리'로 이어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높다. 대표가 바뀐 만큼, 구현모 전 대표가 임명한 계열사 대표와 임원들 위주로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는 시각에서다.
최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그룹은 이르면 이달 말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상무보급 이상 임원들을 대거 교체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CEO 재선임 과정을 둘러싼 진통 속에서 인사를 건너뛴 탓에, 올해 임원 교체 폭은 절반 이상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KT는 올해 8월 김영섭 대표 취임 후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과 강국현 커스터머부문장, 신현옥 경영지원부문장 등 3명의 인사를 '원 포인트'로 교체했다. 이들은 구현모 전 대표의 핵심 인사로 분류됐던 인물이다. 빈 자리는 현재 김영진 재무실장과 이선주 경영지원부문 D-TF장, 이현석 충남충북광역본부장이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KT 내부에서는 약 300명에 달하는 상무보급 임원을 절반으로 줄이고, 이에 따라 상무·전무·부사장 직급도 정리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그중에서도 기업영업(B2B)을 담당하는 엔터프라이즈부문 임원을 축소할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KT와 LG유플러스의 올해 3분기 이동통신(MNO) 가입 회선 수는 KT 1773만5000개, LG유플러스 1829만2000개다. KT가 사상 처음으로 업계 3위였던 LG유플러스에게 밀려 2위 자리를 내준 것이다. KT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29% 감소했다.
KT에서는 이 원인을 카인포테인먼트 등 사물통신 영업 부족에서 찾고 있다. 이 때문에 해당 사업을 담당하는 엔터프라이즈 사업부 내부에선 경질성 인사가 있지 않겠느냐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실제 김영걸 커스터머부문 상무도 이달 기자간담회에서 "LG유플러스가 (KT를 제치고) 현대자동차와 카인포테인먼트 계약을 체결한 것은 뼈아픈 사실"이라며 "이를 복기하면서 사물지능통신 사업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엔터프라이즈부문) 임원들의 경우 정리해고 방식이 아니더라도 계열사 인력파견 형태로 사실상 방출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쉬었다 오라는 교육파견의 형태처럼 보이지만, 임원들의 경우 복귀해서 다시 자리 잡기가 힘들기 때문에 현재 인원에서는 많이 감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KT 내부에서는 이번 인사가 경질성 인사의 탈을 쓴 '구현모 라인 정리'로 이뤄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구 대표를 비롯, 그와 가까운 윤경림 사장 등이 정부와 국민연금의 입김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영향이다.
이에 따르면 구 전 대표와 손발을 맞춘 KT 임원들 및 계열사 대표들이 주 교체 대상이다.
현재 KT 내 부사장급 인사 중 송재호 AI·DX융합사업부문장, 신수정 엔터프라이즈부문장, 박병삼 윤리경영실장, 안상돈 법무실장 등이 구현모 전 대표가 임명했던 인물로 알려졌다.
52개 계열사 중 KT스카이라이프, KT알파, 지니뮤직 등 9개 상장사들의 대표 임기는 내년 3월까지로 얼마 남지 않아 교체가 거론된다. 서호성 케이뱅크 행장, 최원석 BC카드 사장 등 KT 주요 금융사 대표들의 임기 역시 올해 연말까지로, 대표 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내부 관계자는 "조직 구조는 그대로 두고, 주요 인물을 김 대표와 가까운 사람으로 교체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얘기가 있다"며 "최근 광역본부장들 사이에선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KT 측은 "인사와 관련된 내용은 아직 아무 것도 정해진 바 없고, 승진 인사와 조직개편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