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도입한 HQ체제는 실효성 갑론을박
경영 보폭 넓히는 신유열…승계 속도낼까
'복심'은 누구?…의사결정 구조 변화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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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 일부 대기업이 '물갈이 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롯데그룹 인사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롯데그룹은 통상 11월 말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한다. 올해 롯데그룹의 실적이 부진하다보니 파격 인사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해 그룹 조직개편 차원에서 도입한 HQ(헤드쿼터)체제는 그룹 안팎으로 실효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가 경영 후계자로서 보폭을 늘리고 있는 만큼 본격 승계 구도의 초석을 다질 인사가 이뤄질 지도 주목된다.
롯데그룹이 인적 쇄신 혹은 문책성 인사를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인사 시기를 앞당길 것이란 관측도 있다. 다만 신동빈 회장이 적극적으로 챙기는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여부가 이달 28일 이뤄질 예정이라 그 전에 롯데 정기 임원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은 적다는 평이다. 공정거래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롯데의 재계순위는 지난해보다 한 단계 밀린 6위로 나타났다. 롯데는 2017년부터 재계순위 5위를 유지했었다.
이번 정기 인사 관전 요소로는 김상현 유통군 총괄대표 겸 부회장과 정준호 롯데쇼핑 대표, 이영준 롯데케미칼 대표, 최홍훈 호텔롯데 월드사업부 대표 등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대표들의 교체 여부가 꼽힌다.
신동빈 회장이 지난해 도입한 사업군별 HQ(헤드쿼터) 체제에 변화를 줄지 여부도 관심이 쏠린다. HQ는 롯데그룹의 주요 계열사를 유통, 화학, 식품, 호텔 등 주요 사업군으로 묶고 ‘실행력이 강화된 조직’에 방점을 뒀다. 롯데 측은 HQ 도입 이유로 각 계열사들의 책임 경영을 강화하고 의사결정을 바로 회장에게 보고하는 형태로 권한을 강화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안팎에서 호텔HQ를 중심으로 회의론이 나온 바다. 호텔군 HQ는 롯데호텔 외에 리조트, 관광, 서비스 등을 산하에 두고있는데, 호텔군 HQ를 이끌던 이완신 전 호텔HQ 총괄대표 및 호텔롯데 대표이사 사장이 7월 자리에서 물러난 후 총수 공백 시기가 나타나는 등 혼선을 겪었다. 롯데는 8월 호텔군HQ에 재무와 ESG 기능만 남기고, 나머지 조직 임직원을 원부서로 복귀시켰다.
한 롯데 계열사 관계자는 “호텔HQ는 굳이 묶이진 않아도 되는 사업들이라 HQ 필요성이 적은 것 같고 식품 쪽도 이슈가 딱히 없는데, 유통이나 화학은 연결 수요가 있다보니 고민이 있을 것“이라며 “옥상옥 구조 비판은 있지만 어쨌든 사업군별 통합 컨트롤타워는 있어야하는데 지주를 비대하게 만들기도 힘드니 HQ를 없앨 수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지난해 상무로 승진한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의 행보가 주목된다. 신동빈 회장의 장남이자 롯데가 3세인 신 상무는 작년 8월 롯데파이낸셜 최대 주주인 롯데스트레티직인베스트먼트 공동대표로 선임된 데 이어 같은 해 12월 한국 롯데케미칼 기초 소재사업 상무로 승진했다. 올해 7월 일본 롯데파이낸셜 대표이사로도 선임됐다.
신 상무는 최근 신 회장과 동행하며 후계자로서 보폭을 키우고 있는데, 유통 부문에도 이름을 올릴지가 주목된다. 신 상무는 올해 9월 말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개장식에 신 회장과 동행했고, 작년 10월에는 잠실 롯데마트와 롯데백화점을 찼았다. 개장식에서 신 회장은 “아들이 여러 공부를 하고 있고, 유통을 포함해 앞으로 국내외 사업을 전반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시장에선 신 상무가 내년 한국 국적을 회복하고 본격 승계 작업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신 상무는 내년에 38세(1986년생)인데 국내 병역법상 국적 회복자는 38세부터 병역의무가 면제된다. 다만 신 상무의 승계 작업에선 복잡한 한일 롯데 핵심 계열사의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일 것으로 보인다. 신 상무가 롯데 계열사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선 매입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최근 신 상무가 롯데캐피탈 임원들로부터 경영 보고를 받고 있기도 해서 내년 국내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며 “신 상무가 금융권 경력이 있다보니 국내 금융 계열사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도 거론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신 상무가 경영 전면에 나서기까지 승계 작업을 조율하고 지원할 복심으로 누가 발탁될 지도 주요 관심사다. 대기업 총수 일가에는 ‘2인자’로 불리는 최측근이 존재하는데, 지배구조 개편이나 인사 등 그룹 경영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후계자의 연령이 어리고 경영 성적이 부족할 때 이들을 보좌하는 역할은 결정적이다. 김동관 부회장과 금춘수 부회장의 한화그룹이 대표적 사례다.
신 회장이 호남석유화학에서 한국 활동을 시작할 때 황각규 전 롯데 부회장이 해당 역할을 했다. 이후 M&A(인수합병) 등 굵직한 사업에서 늘 신 회장을 지원하며 최측근 역할을 수행했다. 과거 ‘뉴롯데’를 표방할 당시 새 컨트롤타워인 경영혁신실의 수장을 맡아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주도했다. 황 전 부회장은 신 회장의 ‘옥중경영’ 시기에도 대외 활동을 대신하고 신 회장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등 그룹 살림을 도맡았다.
'2인자' 등 주요 인사는 단순 인사를 넘어 그룹의 조직 전략 방향과 상통하기 때문에 관심이 모인다. 과거 2020년 8월 롯데 ‘깜짝’ 임원인사를 발표하며 황각규 부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을 때, 그 배경으로 그룹의 실적 부진도 있지만 신 회장이 추진하는 BU(비즈니스유닛) 체제가 황 전 부회장의 ‘컨트롤타워’ 역할과 상충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 바다. 현재 그룹의 실적 부진이 나타나고 있고, HQ체제가 회의론을 받고 있는 만큼 그룹의 의사 결정 체제에 변화가 올 지 주목되는 바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 회장의 ‘옥중경영’ 당시 황각규 전 부회장이 반기(?)를 들었던 점이 급작스러운 퇴진의 배경이라는 후문이 있었는데, 이후 신 회장이 측근들을 임원진에 올리는 등 ‘롯데스러운’ 인사가 이어졌지만 힘이 실리지 않으면서 사실상 이전 같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진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