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급락 미리 알았을 것으로 예상되며 비난 거세
다만 기술특례상장 기업 중 실적 괴리율 큰 곳 많아
제도적 허점 여전한데 감독기관 검증 부족했나
-
"파두 사태는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의 검증을 통과한 상장 기업은 신뢰할 만하다라는 시스템의 근간을 흔든 사건이다. 바이오 기업이 기술특례상장으로 우후죽순 상장할 때는 적어도 임상실험이 성공할 가능성을 믿고 투자를 진행했다. 그런데 이번엔 실적 자체를 속인 사례에 가깝다. IR 당시에도 파두 측은 실적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었다" (한 공모주 펀드 운용역)
조단위 기업가치로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반도체 팹리스 업체 파두가 충격적인 실적 부진으로 '부실 상장' 의혹에 휩싸였다. 파두는 '특례상장' 절차를 통해 증시에 입성했는데, 이전 바이오 기업들의 부실 특례상장과는 결이 다르다는 점에서 새로운 유형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파두가 상장 전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를 진행할 당시에 2분기 매출 공백을 인지했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결과가 어떻게 됐든 '특례상장' 제도는 또 다시 손질이 불가피할거란 전망이 나온다.
파두는 지난 8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국내에 흔치 않은 반도체 설계 전문 팹리스 업체로, 기술력 평가를 통해 특례상장 절차를 밟았다. 주당 3만1000원에 공모했지만 상장 당일 주가는 2만7600원으로 하락 마감했고, 현 주가는 2만원선 아래로 내려가며 공모주 투자자들은 40%에 가까운 손실이 난 상태다.
미래 예상실적을 끌어와 1조5000억원의 몸값을 인정받았는데 2분기 매출액이 전년동기대비 98% 감소한 것이 주가 급락의 방아쇠가 됐다. 파두는 기업설명회(IR) 당시 기관투자자들에게 올해 연간 실적 가이던스로 1200억원을 제시했는데, 이에 턱없이 모자라는 실적이 발표된 것이다.
기관투자자들 대상 수요예측 당시에도 이미 매출 추정치를 과도하게 잡은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많았다. 파두는 주요 고객사인 SK하이닉스에 SSD(Solid State Drive) 전용 컨트롤러를 공급하는데 반도체 산업이 다운턴에 접어들며 올해 낸드사업은 일찍이 불황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SK하이닉스에 SSD 컨트롤러 공급이 중단되며 2~3분기 발생한 매출은 4억원이 안된다.
투자자들에 이러한 위험 요소를 알리지 않은 공모 주관사에 비난의 화살이 향하고 있다. 대표주관사인 NH투자증권과 공동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이 기업실사를 마친 건 6월29일로 7월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IR을 다니면서 매출 급락을 모르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파두와 같이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증시에 입성한 기업중 실적 추정치와 현실이 동떨어진 사례가 적지 않다. 예비 상장 기업의 예상치나 시장 성장성 등만을 활용해 실적을 추적하는데 한계가 있단 설명이다. 예비 상장 기업의 경우 다소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을 가능성이 많다.
예컨대 국내 성장성 특례상장 1호 기업인 셀리버리는 지난 2018년 상장 당시 2019년 매출액 추정치 192억원을 바탕으로 공모가를 책정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2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이후 흑자전환에 실패하며 현재 상장폐지 갈림길에 섰다.
이에 이번 파두 사태에서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의 검증 부실에 대한 책임론이 적지 않다. 파두 및 공모 주관사단이 내놓은 매출 추정치와 결산 실적이 부합하는지 검증할 기회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거래소나 금감원에서 실제 실적간 괴리율을 확인할 기회가 있었다. 매출 추정치를 알고 있었던 만큼 발행사와 주관사가 투자자 접촉 하는 기간에 한 번쯤 물어볼 수 있었을 것"이라며 "현재 파두 사태에서 관건은 주관사나 발행사가 투자자와 접촉하는 기간 동안 매출 급락 사태를 인지했느냐 아니냐. 감독기관 책임론이 나오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기술특례상장 기업들의 추정 실적 근거를 상세히 기재하도록 증권신고서 서식을 개정했다. 그러나 기존에도 실적 추정치에 대한 세부 근거를 꼼꼼히 적도록 했고 이를 지키지 않을 시 별다른 패널티도 없기 때문에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금융감독원이 기술특례상장기업의 실적 괴리율을 줄이도록 지도하고 있지만 과연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기존에도 실적 추정치를 세세하게 적도록 했다. 이번엔 서식을 바꾼 것"이라며 "패널티가 없는 상황이라 강제성은 적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