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림 사장의 경우 29일 증선위 징계가 최대 변수
부실 책임론 캐피탈ㆍ6년 재임 운용 교체 가능성 제기
은행ㆍ카드 등 리더십은 유지 유력...부회장은 공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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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지주가 조만간 양종희 회장 선임 이후 첫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를 열고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에 들어간다. 양 회장은 회장 후보 지명 이후 계열사별 업무 보고를 받으며 내년 그룹 경영을 함께 할 CEO 후보군에 대해 깊이 고심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증권ㆍ캐피탈ㆍ자산운용 등 이슈가 있거나 현 CEO가 3연임 이상을 거쳐 장기간 이끌어온 계열사 위주로 세대교체를 위한 쇄신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은행ㆍ카드ㆍ생명보험 등 비교적 최근 CEO 교체가 이뤄진 계열사의 경우 경영 안정을 위해 유임 가능성이 더 크게 점쳐진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 이사회는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군을 확정하기 위한 대추위를 오는 30일을 전후해 열 예정이다. 이후 12월 중순 최종 대추위를 열어 대표이사 단수 후보를 확정, 각 계열사 이사회에 추천하게 된다.
KB금융 대추위는 양종희 회장이 위원장으로 참여하며, 오규택ㆍ여정성ㆍ최재홍 사외이사와 이재근 국민은행장(비상임이사)이 위원을 맡는다. 이재근 행장의 경우 이번 대추위에서 본인의 연임 여부도 심사하게 되므로, 이해상충 소지에 따라 참석하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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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KB금융 안팎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계열사는 KB증권이다. 박정림ㆍ김성현 두 대표가 3연임을 거쳐 5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다.
두 대표 모두 용퇴보다는 연임을 희망하고 있다는 게 그룹 안팎의 진단이다. 박 대표의 경우 현재 그룹에서 가장 직위가 높은 여성 리더라는 점이 언급된다. 또 김 대표는 양종희 회장이 후보로 선출된 이후 같은 호남 출신 CEO라는 점이 주목받았다. '금융당국 고위 간부까지 엮인 청탁이 이뤄지고 있다'는 풍문이 파다하게 돌 정도로 두 사람의 거취는 증권가의 최대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일단 박경림 대표는 오는 29일 예고된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결과가 관건이다. 박 대표는 지난 2020년 11월 라임펀드 사태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통보받았다. 이를 확정해야할 증선위가 차일피일 미뤄지며 징계가 확정되지 않았고, 박 대표는 그 사이 두 차례 임기를 연장했다. 이번 정무위 국정감사에서도 이런 지적이 나오자 금융위는 빠른 처리를 약속했다. 때문에 이번 증선위 정기회의에서 의결이 이뤄질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박 대표 측은 징계 단계가 경징계인 '주의적 경고'로 한 단계 낮아질 가능성을 기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경우 금융회사의 임원이 되는 데 결격 사유가 사라진다. 반대로 중징계가 확정되면 연임은 물건너가게 된다.
김성현 대표는 그룹 일각에서는 '증권 전문가가 없다'는 이유가 연임 가능성의 이유로 거론된다. 증권 대표를 오래한만큼, 지주로 적을 옮겨 자본시장 혹은 기업금융 부문장급 직급을 맡을 거란 전망도 있다.
그러나 리스크 관리능력에 물음표가 제기되고 있는 점이 난관이다. 지난해 엔지켐생명과학에 이어 올해 미코바이오메드 유상증자 과정에서 KB증권이 대규모 실권을 떠안은 점, KB증권의 IB수수료 수익이 작년 최고점을 찍은 이후 올해 연 단위로도, 분기 단위로도 하락 추세라는 점 등이 거론된다. 나이도 부담이다. 김 대표는 1963년생으로 이미 그룹 타 계열사 CEO들에 비해 연령대가 높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KB증권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익은 지난해 대비 19% 증가했지만, 이는 2조원대 부동산 익스포져(위험노출액)에도 불구, 대손충당금을 덜 쌓았기 때문이라는 시선도 존재한다"며 "회장까지 바뀐 상황에서 이미 5년의 임기를 소화한 두 대표를 다시 연임시킨다면, 이사회와 주주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B캐피탈의 황수남 대표 역시 5년째 CEO 임기를 소화하고 있다. 황 대표는 안정적인 자동차금융을 기반으로 2020년 이후 부동산금융과 개인금융 자산을 공격적으로 늘리며 순익을 취임 전 대비 2배 이상으로 늘렸지만, 2022년 이후 건전성 관리에는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올 3분기 누적 순익이 1589억원으로 전년동기 2020억원 대비 21% 줄었다. 이는 충당금전입액이 588억원에서 1737억원으로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부동산PF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21년말 0%에서 지난 상반기말 10.6%로, 개인신용대출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같은 기간 3.3%에서 5.2%로 급증했다. 요주의이하 여신비율도 6.3%에 달해 당분간 부실위험은 지속될 전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레버리지비율은 9.1배인데 2025년부터는 8배 규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당분간 외형 축소가 불가피하다"며 "KB캐피탈은 레버리지비율을 한도까지 끌어쓰며 공격적으로 자산을 늘렸는데, 지금은 그 부작용이 표면화하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CEO 교체설에 좀 더 힘이 실린다"고 평가했다.
마찬가지로 올해 역성장한 KB자산운용의 이현승 대표 역시 교체설이 제기되는 CEO다. 현재 6년째 CEO로 재임 중이다. 그룹의 자산지원을 받으며 자산 기준 국내 빅3 운용사로 올라섰지만, 수익성은 업계 최상위권 경쟁사들보다 뒤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운용업계에선 지난해 KB자산운용이 주도한 KB스타리츠 IPO가 공모 과정에서 대규모 실권을 냈고, 상장 후에도 주가가 공모가 대비 30% 이상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점이 회자되기도 한다.
일부 주력 계열사의 리더십은 유지될 전망이다. 2022년 1월부터 임기를 시작한 이재근 국민은행장, 이창권 KB카드 사장의 첫 2년 임기가 올해 말 끝난다. 금융사고나 징계 등 큰 허물이 없다면 '2년+1년' 총 3년의 임기를 보장하는 관행상 이들은 일단 2024년까지 임기를 이어나갈 것이란 전망이 많다. 같은 시기 선임된 이환주 KB라이프생명 사장은 올해 초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 통합 대표이사로 취임하며 2024년말까지 2년의 임기를 새로 보장받았다.
지주 조직개편도 일부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 17일 윤종규 전 회장의 퇴임에 맞춰 허인ㆍ이동철 부회장 역시 이임식을 열었다. 현재 KB금융의 부회장직은 공석인 상태로, 앞으로도 당분간 비워둔 채 부문장-총괄 시스템을 통해 경영이 이뤄질 전망이다. 부문장 및 총괄은 새로 선임될 각 계열사 CEO과 지주 핵심 임원이 겸직하는 시스템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현직 계열사 CEO는 늦어도 12월 초까지는 거취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1961년생인 허인ㆍ이동철 부회장이 윤종규 회장과 함께 물러나며, 1961~1963년생 현직 CEO들은 일단 세대교체 대상이 됐다는 평가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