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가 앞세워 국내 직구시장 고속성장
쿠팡이 1위 굳힌 국내 이커머스 변수로?
알리바바의 韓기업 투자 가능성도 촉각
가품 이슈·중국 자본 거부감 등은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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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쿠팡이 주도권을 굳힌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중국의 알리바바가 새로운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11번가 매각은 난항을 겪고 있고 신세계의 쓱, 롯데의 롯데온 등 기존 유통 공룡들도 온라인 성과를 보여야 하는 격동의 상황에 알리익스프레스가 ‘초저가’ 공세로 국내 직구(직접구매) 시장을 잠식해가자 국내 이커머스 업계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고성장이 계속된다면 국내에서 압도적인 쿠팡에도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대로 알리바바 등 중국 업체들이 가품 이슈, ‘중국 자본’에 대한 시장의 거부감 등 문제를 넘어서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알리익스프레스는 고물가 시대에 극강의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고속성장을 보이고 있다. 쿠팡 등 국내 이커머스에서 판매하는 중저가 제품의 다수는 중국 제조 제품들인데, 알리익스프레스는 중국에서 제조한 제품을 직접 매입해 유통 마진을 최소화해 국내 업체에 비해 훨씬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앱·리테일 분석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9월 기준 알리익스프레스 모바일 앱 국내 사용자 수는 545만명으로 지난해 9월(274만명)과 비교하면 2배 증가했다. 쿠팡(2862만명), 11번가(846만명), G마켓(636만명)에 이은 4위권으로 ‘빅3’도 머지않았단 관측이 나온다.
알리익스프레스의 약진에 힘입어 올해 국내 직구시장에서 중국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올해 중국이 처음으로 미국을 밀어내고 1위에 올라설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알리익스프레스 외에도 중국 이커머스 업체 ‘핀둬둬’가 운영하는 글로벌 쇼핑 플랫폼 ‘테무(Temu)’도 7월 한국 진출 후 사용자가 급증했다.
2018년 한국에 상륙한 알리익스프레스는 올해 3월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선언하고 마케팅 공세를 펼치고있다. 이달 연중 가장 큰 쇼핑 행사인 ‘광군제’를 맞아 알리익스프레스도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했는데, 올해는 광군제 매출 규모가 한층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현재 국내에서 알리익스프레스의 거래액 등 절대적인 규모가 쿠팡에 비할 수준은 아니다. 아직 알리익스프레스의 영역이 ‘직구’에 집중됐다는 한계도 있다.
국내 제품 판매 확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달 알리익스프레스는 싼 가격에 무료 배송을 내건 ‘한국제품 전문관(K-venue)’을 열고 국산 제품을 국내에 배송하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쿠팡 외의 선택지를 원하는 기업들의 참여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쿠팡의 대척점에 있는 CJ-신세계-네이버-11번가 등의 행보가 주목된다. CJ제일제당은 쿠팡 납품을 중단한 가운데 CJ대한통운은 최근 알리익스프레스의 국내 배송을 늘리고 있다. 3월 CJ대한통운은 알리바바그룹의 물류 계열사 차이니아오와 전략적 협력을 맺고 알리익스프레스의 국내 배송 확대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 이커머스 시장 직접 투자에 나설 지도 업계 초미의 관심사다. 11번가 매각을 두고 SK스퀘어와 큐텐 간의 협상이 속도를 내기 전에는 알리바바도 유력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됐다. 최근 국내 업체들을 접촉하며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알리바바의 국내 M&A(인수합병)에 어느 정도 의지가 있는지는 미지수지만 자본력을 앞세운다면 후보군에 올릴 만한 기업들이 적지 않다. 중국 내 규제 벽이 높아지면서 한국 등 다른 시장을 살필 필요성도 커졌다. 올해 이커머스를 포함한 한국 기업들의 몸값이 크게 떨어진 분위기도 고려된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큐텐의 11번가 인수 협상이 무산된 이상 중국 기업이 투자자로 나설 가능성도 없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알리익스프레스가 저가 전략이기 때문에 굳이 국내 업체를 인수할 이유는 없고, 그냥 '더 싸게' 파는 것이 시장 장악에는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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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익스프레스의 절대 물동량이 늘어나는만큼 국내 물류 기지에 대한 수요는 높아질 수 있다. 알리바바의 차이니아오는 글로벌 확장 전략 하에 전세 항공편과 해외 창고를 늘리고 있다. 2020년부터 아낌없는 물류 네트워크에 대한 투자를 단행 중이다. 최근 국내 대형마트들이 점포 매각 등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만큼 오프라인 기지를 노려볼 만하다.
알리익스프레스의 한계도 있다. ‘가품 이슈’를 개선하지 않으면 성장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과거 쿠팡과 네이버쇼핑은 가품 논란으로 정치권의 거센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지난달 국회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알리의 가품 판매에 대한 질타가 나오기도 했다. 한국 시장의 '중국 자본'에 대한 거부감 역시 변수로 꼽힌다.
국내에서도 최근 국회에서 오픈마켓의 가품 방지를 위한 사전 의무와 책임을 묻겠다는 법안들이 발의되고 있다. 관세청은 가품 유통 실태조사를 내년부터는 알리익스프레스 등 해외 사업자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다만 국내에 들어오는 거의 모든 가품이 중국발인 점을 고려하면 완벽한 적발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관측이다.
해외에서도 경계심을 높이는 분위기다. 이달 초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알리익스프레스에 이달 말까지 가품 등 불법 제품에 대한 정책 방안을 밝히지 않으면 관련 조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한 M&A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중국 기업이 크게 M&A를 한 사례가 없고 알리바바 입장에서도 국내 확장을 하려면 자체 투자를 늘리는 게 빠른 방법이긴 하다“며 “여전히 국내 시장에서 중국 자본에 대한 거부감이 있기 때문에 이커머스 투자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