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소송 의사 투자자만 300여명
커진 소송 가능성에 로펌들 자문 기회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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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기업공개(IPO) 당시 내놓았던 실적 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매출을 내놓은 '파두' 사태가 법정 공방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법무법인 한누리(이하 한누리)는 발행사인 파두와 IPO 주관사인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을 대상으로 집단 소송을 예고한 상태다. 집단 소송 예고에 파두와 주관사단 모두 대응이 필요한 상태라 법률 자문을 맡기 위한 로펌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파두는 지난 8월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활용해 증시에 입성했다. 파두는 금융당국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올해 연간 매출액을 1202억원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2분기 5900만원, 3분기 3억2000만원에 그치는 매출을 기록하면서 달성이 요원한 상태임이 드러났다. 그 뒤 주가는 연이어 하락세를 기록했다.
한누리는 발행사와 주관사를 대상으로 배상 책임을 묻는 집단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의사가 있는 투자자들을 모집 중이다. 한누리에 따르면 23일 오후 4시 기준 300명의 투자자가 소송 의사를 밝혔다. 며칠 만에 여러 투자자들이 소송 의사를 밝히며 해당 사태가 소송으로 번질 가능성에 주목도가 커지고 있다. 쟁점은 2·3분기 매출이 급락한다는 재무 정보를 발행사와 주관사가 인지했는지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로펌들도 물밑작업에 나서고 있다. 발행사와 주관사의 법률 자문 용역을 맡기 위해서다. 특히 대형 로펌들의 경우 발행사인 파두보단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법률 대리를 맡고자 하는 의지가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파두가 서류상 매출 하락 가능성을 기재하지 않는 등 다소 불리한 상황에 놓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파두는 상장 전 금융당국에 제출한 증권 정정신고서(투자설명서)에 매출 변동 가능성을 언급 하지 않았다. 해당 문서에 "안정적인 수주 현황을 유지하고 있고 영업활동이 악화할 가능성이 없다"고 기재하고, 낸드(NAND) 가격이나 주가의 변동성 관련 위험 만을 경고했다.
국내 대형 법무법인 한 관계자는 "상장 전 파두가 제출했던 투자설명서에 매출 변동 가능성에 대해 한 줄이라도 간단히 언급을 했다면 재판에서 반론할 여지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관사단은 파두에 비해 상대적으로 혐의를 부인할 여지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주관사로서 공시 작성을 주도했을 NH투자증권이 파두에게 충분한 자료를 받지 못했거나 거짓 정보가 기재된 자료를 받았을 가능성을 제기할 수 있단 설명이다. 법률 자문 용역을 확보함과 동시에 상대적으로 대응이 수월할 것으로 판단되는 클라이언트를 선호하는 모습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기존 고객인 증권사를 자문하는 것이 트랙레코드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란 판단도 깔려있다. 로펌들은 상장 시장이 호황이던 2020년부터 주관사인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법률 자문을 제공하기 위해 한국거래소 인력을 고문으로 영입하는 등 조직을 확대·정비해왔다.
법무법인 한 관계자는 "법적 분쟁으로까지 번지는 등 세간의 이슈가 된 파두 사태에 대해 로펌 쪽 자문 수요는 있는데 주관사에 관심을 보이는 분위기"라며 "파두가 최종적으로 책임을 물게 될 것이란 판단을 갖고 로펌들이 선별적으로 수임에 나서는 모습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