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임원 인사에서 변화 나타날 지 주목돼
신사업 발굴·컨트롤 타워 조직 있는 상황에서
대표 직속 '미래사업기획단' 신설 배경에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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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이번 사장단 인사 키워드는 ‘안정’이었다.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이 유임되면서 2인 대표이사 체제가 지속된다.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변화보다는 조직 안정에 무게를 둔 인사였다는 평이다.
삼성전자는 '미래사업기획단'을 신설하고 전영현 삼성SDI 이사회 의장(부회장)에 지휘봉을 맡겼다. '미래 도전' 키워드를 내걸면서 향후 삼성전자의 핵심 조직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사업지원TF 등 기존 유사한 역할을 하는 조직들과 신설 조직이 원활한 협업이 이뤄질 수 있을지, 그룹 수뇌부의 유임 속에 변화를 꾀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실적부진으로 ‘3인 대표 체제’ 부활, 사장단 전격 교체 등 여러 관측이 나왔지만 실제 인사에선 ‘투톱 체제’가 유지되는 등 큰 변화는 없었다.
예년보다 일주일 이상 빠른 조기 인사를 단행한 것은 조직 개편을 확정짓고 선제적인 사업 전략 마련에 나서 조직의 안정과 변화를 추진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도 이번 인사를 안정에 방점을 찍는 데 영향을 줬을 것으로 분석된다.
정현호(부회장)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팀장과 함께 삼성전자 이사회 멤버인 박학규 최고재무책임자(CFO·사장), 노태문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사장)도 모두 유임됐다.
이번 인사에서 삼성전자 사장 승진도 2명에 그쳐 지난해(7명)에 비하면 줄었다. 반도체 부문에선 사장 승진자가 나오지 않았고, 디바이스경험(DX) 부문에서만 사장 승진자가 나왔다.
한 부회장이 내려놓은 DX부문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으로 승진한 용석우 신임 사장은 1970년생으로 오너가를 제외하고 삼성에서 나온 첫 1970년대생 사장이다. 외교통상부 출신인 김원경 DX 부문 경영지원실 글로벌공공업무팀 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인사가 유임되면서 이번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는 변화보다는 안정에 초점을 뒀고, 사장 승진도 ‘발탁 승진’ 정도로 소폭 단행했다”며 “상무-부사장급 임원 인사가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삼성의 세대교체 여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와 동시에 삼성전자는 신사업 발굴을 위해 부회장급 조직으로 '미래사업기획단'을 신설하고, 단장에 전영현 삼성SDI 이사회 의장(부회장)을 보임했다. 사업부 소속 신사업테스크포스(TF) 등 삼성 내 신사업을 발굴하는 조직은 상시 운영했지만, 대표이사 직속 전담 조직을 꾸리기는 이례적이다보니 해당 조직이 어떤 역할을 맡을 지 주목되고 있다.
신사업추진단은 김순택 전 삼성SDI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초대 단장을 맡았다. 당시 삼성은 태양전지와 자동차용 전지, 발광다이오드(LED), 바이오시밀러, 의료기기 등 5대 신수종 분야를 육성해 사업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신사업추진단에게 초기 육성을 전담하도록 했다.
이번에 10년 만에 신사업 전담 조직을 신설한 만큼, 삼성이 이차전지와 바이오시밀러에 이어 새로운 분야에 본격 진출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삼성은 미래 먹거리로 바이오, 인공지능(AI), 전장사업 등을 육성하고 있다. 삼성의 멈췄던 인수·합병(M&A) 시도가 본격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은 삼성전자뿐 아니라 삼성 그룹 차원의 다양한 사업을 발굴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기존 사업과 연장선에 있지 않는 신사업을 발굴해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할 기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업지원TF도 미래사업 발굴을 담당해오는 등 유사한 조직들이 이미 있는 상태에서 신설 조직이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보일 수 있을 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다.
현재 정현호 부회장이 이끄는 사업지원TF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과거 미래전략실 이후 전자 계열은 사업지원TF, 건설 계열은 EPC경쟁력강화TF, 금융계열은 금융경쟁력제고TF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이중 핵심 조직인 사업지원TF가 삼성그룹 전자계열사들의 전략과 인사 업무뿐 아니라 미래사업 발굴 등도 담당해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업지원TF가 전 계열사 인사 등 다양한 분야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정현호 부회장이 사업지원TF를 계속 이끌게 되면서 그룹 내 무소불위 입지를 이어가게 됐다”며 “삼성에서 신사업 추진 조직들이 없던 것이 아니고, 이미 사업지원TF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데 비슷한 역할이 예상되는 새로운 조직을 만든 이유에 대한 의문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미래사업기획단의 수장만 발표됐을 뿐 조직 구성이나 규모가 발표되지 않아 정확한 성격을 가늠하긴 이르다는 관측이 중론이다. 후속 인사에서 발표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조직 성격이 과거 ‘신사업추진단’과 유사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2006년 당시 삼성을 이끌던 고(故) 이건희 회장이 '신사업추진팀'을 출범했고, 2009년 ‘신사업기획단’으로 확대·개편된 후 2013년 해체됐다.
삼성전자는 기존 경영진 체제에서 공격적인 신사업 확장이나 M&A를 하는 데 제약이 있었다. 진취적인 사업 개발보다는 사업이 실패했을 때의 파장을 고려하다 보니 보수적인 행보를 보였다. 기존 핵심 경영진이 대부분 유임된 만큼 신설 조직의 행보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