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증 강행한 배경엔 앵커LP NH투자증권과의 법적 다툼 가능성
차입금 역마진 구조에 유증까지…미래에셋 부동산투자 비판 커
미래에셋그룹 '메가 딜' 지연…"대체시장서 미래에셋 위상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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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ㆍ페덱스 등 미국 소재 물류센터 10여곳을 인수, 글로벌 대체투자 명가로 거듭나려던 미래에셋금융그룹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미래에셋의 해외부동산투자신탁회사(REITs)인 '미래에셋글로벌리츠'의 텍사스 물류센터 인수가 계속 지연되자, 투자자인 NH투자증권이 소송을 언급하면서 양사 갈등이 불거졌다. 미래가 소송을 피하기 위해 꺼내든 유상증자마저 청약 미달로 결국 전면 재검토하게 된 상황이다.
연이은 실패로 부동산 투자업계에서 미래에셋그룹의 위상도 예전 같지 않아졌다. 전체 물류센터 인수비용만 1조원 수준에, 증권사와 운용사 등 핵심 계열사들이 총출동한 '메가딜'이니만큼 시장의 관심이 높았던 까닭이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증자 소식까지 더해지자, 미래에셋글로벌리츠 주가가 급락하면서 주주들의 원성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글로벌리츠는 미국 텍사스 휴스턴에 있는 물류센터(아카데미 휴스턴)를 인수하려던 계획이 작년에 이어 또 한 번 지연됐다. 리츠에 자산을 편입하기 위해 시행하려던 유상증자(600억원)와 차입(400억원) 구조가 유증 청약 미달로 취소되면서다.
앞서 진행한 유증 청약 절차에서 구주주의 청약률은 28.9%에 그쳐, 조달할 수 있는 자금도 246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에쿼티(증자금)가 줄어들면 차입을 늘려야 하는데, 차입을 제공하는 엘비자산운용이 '현지 특수목적법인(SPC) 지분의 80% 이상을 취득한다'는 선결조건을 내걸었던 탓에 대출 계약 자체가 무산된 것이다.
미래에셋 측은 "유증이 적게 모이다보니 현 대출 계약을 취소하고 인수 구조를 다시 짜게 됐다"며 "물류센터 지분을 일부만 인수하거나, 채권 발행 및 해외금융기관 대출로 선회하는 등 다른 방안을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당초 투자업계에선 '무리한 유증'이라는 비판이 컸다. 미래에셋글로벌리츠의 시가총액은 약 740억원으로, 거의 시총 규모만큼 유증을 하려고 했던 셈이다.
게다가 미래에셋글로벌리츠가 엘비자산운용과 계약한 400억원의 차입금은 약 1년반 만기에 금리 7.5%의 단기차입금이었다. 미래에셋글로벌리츠의 평균 배당률이 6%인 것을 감안하면 역마진 구조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배당이 6%인데 단기 대출금리가 7.5%면 배당을 받아서 이자를 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시장에선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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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이 무리한 유증을 시도한 배경에는 NH투자증권이 있었다. 투자자인 NH투자증권이 인수 지연을 이유로 법적 대응을 예고한 것이다.
리츠사가 인수하려고 했던 물류센터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미래에셋맵스미국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18호'(이하 맵스18호)라는 펀드 비히클로 먼저 매입해둔 부동산이다. 지난해 초 운용사가 투자자(LP)들을 모아 총액인수했고, 이를 리츠사가 6개월 안에 자금을 마련해 인수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글로벌 기준금리 인상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미래에셋글로벌리츠가 펀드 만기 연장을 두 차례나 요청하면서, 앵커 투자자인 NH투자증권(펀드 지분 50%)과의 갈등이 시작됐다. NH투자증권은 2대 주주인 미래에셋증권(38%)보다 많은 금액을 투자한 최대 주주다.
셀다운이 연기되자 NH투자증권의 대체투자본부는 수익 실현도 하지 못한 채, 총액 인수에 들어가는 비용의 10%를 회계상 손실로 처리하는 '페널티'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수 했을 때 받는 수수료도 페널티를 받게 되면 제로(0)로 평가된다. 대체투자담당 본부는 아무런 실익이 없는 헛노동을 하게 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이를 문제 삼은 NH투자증권 측에서 소송을 검토했고, 미래에셋의 빠른 문제 해결을 압박했다"고 설명했다.
유증 실패와 NH투자증권과의 갈등으로 미래에셋그룹이 구상한 '물류센터 메가딜'도 차질을 빚게 됐다. 미래에셋그룹은 아마존과 페덱스 등 글로벌 물류센터 10여곳을 약 1조원에 인수, 글로벌리츠로 넘기는 그림을 구상하고 있었으나 계속 지연되는 상황이다.
미래에셋글로벌리츠 주가 역시 1년 만에 40% 이상 급락하면서 시장의 평가도 나빠졌다.
앞선 업계 관계자는 "작년에 시총 4배 수준인 4000억원 유증을 시도한 전적이 있는 상황에서 이번 유증까지 더해져 시장에서 미래에셋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쳤다"며 "물류센터는 해외 상업용부동산 대비 안정적인 자산임에도 투자자들이 믿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NH투자증권 측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최초 투자시 약속한대로 맵스18호 투자자가 피해를 입지 않게 선관주의 의무를 다하라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자산운용 측은 "NH투자증권의 법적 대응과 관련해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얘기가 나왔던 것은 맞다"면서도 "수익자 전원 동의로 펀드 만기가 연장됐기 때문에 아직까진 문제가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