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 유치 및 11번가 매각 실패
여러 이슈에 '큰 폭 변화' 예상도
투자 유치 및 투자 성과 책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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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이 연말 정기 임원 인사를 앞두고 술렁이고 있다. 전사가 총력을 다한 부산 엑스포 유치는 실패했고 사실상의 11번가 경영권 포기로 평판 리스크에 직면했다. 당초 SK도 '안정 속 변화'를 꾀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최근 그룹 안팎의 상황을 고려하면 '쇄신'에 방점이 찍힐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이르면 오는 7일 정기임원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지난달 28일 부산 엑스포 유치 결과 발표가 예정돼 있어 조기인사가 점쳐지기도 했지만 올해도 12월 첫째주 목요일, 혹은 이후 정기인사 진행이 유력하다.
올해 인사는 예년보다 변화폭이 클 것이란 예상이 나오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은 최근 '서든데스(돌연사)'를 언급하며 변화를 강조했다.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도 인사 결정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최 회장이 그동안 유치전에 총력을 가했지만 이제는 인사와 사업 계획 구체화만 남았다. 불안정한 시장 상황에서 ‘안정 속 변화’가 예상됐지만 안팎으로 시끄럽다보니 ‘파격 인사’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졌다.
최근 SK스퀘어가 11번가에 대한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포기했다. 향후 11번가의 운명이 재무적투자자(FI)들의 손에 달린 가운데 시장 내 파장이 적지 않다.
SK그룹이 적극적으로 자본시장을 활용해 계열 사업을 키워온 만큼, 이번 사건으로 SK그룹 전반이 평판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SK그룹이 ‘선택과 집중’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외부 투자자들이 불안함을 내비치기도 하는 분위기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엑스포 유치에 시선이 쏠렸었고, 경영진들은 인사를 앞두고 있으니 SK 내부에서 누구도 대규모 자금이 투입될 결정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SK가 벌여둔 일이 많은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시장에서 SK의 전략 방향에 대한 의문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SK가 이번 기회(?)에 본격적인 세대교체 방아쇠를 당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삼성은 사장단 인사에선 ‘안정’을 택했지만 임원 인사에서 40대 부사장, 30대 임원 등을 대거 발탁했다. LG는 권영수 부회장이 물러나는 등 두드러진 세대교체를 보였다. 구광모 LG회장은 올해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 CEO 교체를 단행해 신상필벌 의지를 드러냈다.
올해 SK 부회장들의 거취가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그동안 계열사를 이끈 공적이 인정됐지만 올해는 내세울 것이 마땅치 않다는 시선이 많다.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장동현 SK㈜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등 그룹 내 60대 부회장단의 세대교체가 이뤄질 지가 핵심이다.
11번가 등 시끄러운 사안에 관련된 인사들의 책임론 부상도 관심 여부다.
박성하 SK스퀘어 대표이사는 이번 11번가 매각 작업을 진두지휘한 인물중 하나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평이다. 큐텐과의 매각 협상 과정에서도 SK 측에서 책임지고 주도할 인물이 없다보니 논의가 매끄럽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SK가 사실상 11번가 경영권을 포기한 상황인데, 그동안 11번가의 기업가치 하락을 방치했다는 비판이 불가피할 수 있다.
과거 투자유치를 주도했던 인물들 중에선 현재 11번가에 관여하는 인사가 없다. 11번가의 투자유치는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을 비롯해 SK그룹의 M&A(인수합병) 담당 핵심 인사들의 ‘치적’ 중 하나다. 박정호 부회장은 SK하이닉스 각자대표 부회장과 SK스퀘어 부회장을 맡으면서 하이닉스에 집중하고 있다.
베트남 투자를 이끈 경영진의 거취도 주목된다. SK는 베트남의 마산그룹, 이듬해 빈그룹 등 적극적 투자를 이어왔다. 투자 기업들의 실적과 주가가 부진해 현재로선 투자 성과가 좋다고 하기 어려워졌다. 주요 투자는 박원철 SKC 사장이 동남아투자법인 대표로 있을 때 이뤄졌다. 동남아투자법인엔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장동현 SK㈜ 부회장도 디렉터 직으로 자리하고 있다.
SK그룹 내부에서는 인사를 앞두고 술렁이는 분위기가 전해진다. 만약 '쇄신 인사'가 이뤄지면 새롭게 발탁될 경영진이 누가 될 지도 핵심이다. 올해 시장에서는 일부 IB 뱅커들이 SK그룹에 영입될 것이란 이야기가 꾸준히 흘러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그룹 수뇌부의 변동 가능성을 우려해 성사가 어려웠을 것이란 추측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SK 내부에서는 지금 ‘있는 임원’들도 자리 보전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올 정도인데, 후한 조건을 제공하고 새로운 자리 등을 마련해야 하니 여러 조건상 외부 인사 영입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