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된 유찰에 자산 처분 통한 회수 묘연해지나
투자사들 우려…"경쟁에 NPL 매입가도 여전히 높아"
-
- 이미지 크게보기
- (그래픽=윤수민 기자)
"NPL을 비싸게 사서 싸게 팔게 되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다" (한 F&I 업계 관계자)
연말 들어 서울 아파트 낙찰률이 하락하는 등 경·공매 시장이 위축되면서 부실채권(NPL) 투자사들의 자산 처분을 통한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매입 경쟁에 NPL 가격 또한 비교적 높게 형성되고 있어서 투자에 어려움을 느끼는 투자사가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통상 전문투자사들은 금융사로부터 NPL을 매입한 후 담보 부동산을 매각해 수익을 낸다. 경기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NPL 시장은 커지는 모습이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국내 NPL 거래 규모는 4조원 수준으로 지난해 거래규모의 2배 수준이다.
개화할 NPL 시장에 발맞춰 투자사들의 움직임도 분주했다. 지난해 말부터 운용업계는 관련 펀드를 조성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올해 상반기에는 코람코자산신탁, 이지스자산운용 등도 NPL 펀드 조성 계획을 알렸다.
다만 NPL 매입 가격 뿐만 아니라 회수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투자성과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분위기다. 이에 사전에 NPL 펀드를 조성해둔 투자사들은 매입 시기를 늦추는 등, 지금으로선 관망세를 유지하려는 의지가 있다고 전해진다.
먼저 NPL의 매입가가 낮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입 경쟁이 치열한 이유에서다. 투자사 입장에서는 최대한 낮은 가격에 금융사로부터 매입해야 수익을 낼 가능성이 커진다. 상반기 은행권 NPL 입찰 당시에도, OPB(매각 시점의 미상환 원금잔액) 대비 낙찰금이 100%를 넘어선 사례가 나오는 등 투자사간 매입 경쟁이 여전히 치열한 모습이 나타났다.
NPL 운용사 한 관계자는 "NPL 전문 투자사 입장에서는 높아진 금리에도 불구하고 차입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NPL을 매입하고 있다"라며 "그런데 경쟁 심화에 NPL 매입가가 여전히 높은 편이다. 투자사마다 생각이 다르긴 하지만, NPL을 매입하면서 비싸다고 느끼는 것이 말이 안 된다는 의견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라고 말했다.
-
뿐만 아니라 NPL의 담보자산을 원하던 감정가 수준으로 매각하기 쉽지 않아졌다. 최근 들어 경공매 시장에서 유찰이 잦아지면서다.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장기화한 데 따른 현상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담보로 잡힌 자산을 경공매 시장에 내놓는 것을 망설이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투자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브릿지론 관련 NPL에 담보로 잡힌 토지를 몇 번이나 공매에 내놓았는데 여러차례 유찰된 사례가 회자됐다"라며 "유찰이 잦아질 수록 가격이 떨어지고, 그러면 투자사는 자산 처분을 통한 회수를 못하니 NPL 투자를 실패하는 것이 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률은 하락하는 추세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인 지지옥션이 발표한 '2023년 10월 경매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238건이다. 2016년 5월 이후 7년 5개월 만에 월별 최다건수를 기록했는데, 낙찰률은 줄었다. 당월, 7월(37.9%) 대비 11.4%포인트 하락한 26.5%의 낙착률을 기록했다. 고금리 여파로 아파트 경매 신건이 늘고 있는 데다 유찰이 거듭된 것이 이유로 분석됐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올해 연말까지 NPL 투자사 관계자들은 관망세를 유지하려고 할 것이다. 최근 경공매 시장에서 3~4번 이상의 유찰을 겪는 매물이 늘고 있는데 한 번 유찰될 때마다 기존 감정가의 20%씩 떨어지기 때문에 투자사 입장에서는 투자금 회수를 위해선 경공매 시장 경색이 부담스럽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