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 끝으로 통신3사 모두 미들마일 진출
33조 시장에도…독점 사업자 없고 아날로그
통신사, 네트워크 강점에 AI 기술 접목 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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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통신3사(SKT·KT·LGU+)가 미들마일 물류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통신사들의 비통신 신사업 확장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통신3사가 모두 언뜻 접점이 없어 보이는 물류시장에 진출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LG유플러스는 지난달 화물 운송 플랫폼 '화물잇고'를 출시하며 미들마일 물류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KT가 지난해 4월 자회사 롤랩을 통해 '브로캐리'를 출시하며 가장 먼저 시장에 뛰어들었고, 올해 2월 SKT의 모빌리티 자회사 티맵모빌리티가 '티맵화물'을 출시하며 뒤따랐다. 국내 통신3사가 모두 미들마일 시장에 발을 들였다.
미들마일은 기업과 기업 간 물류 이동이 일어나는 구간을 말한다. 상품 운반 과정에서 허리 역할을 담당하는 영역으로, 물류가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최종 단계인 라스트마일의 직전 단계다. 과거 새벽 배송을 앞세운 컬리, 쿠팡, SSG닷컴 등 주요 이커머스 기업들이 앞다퉈 진출하며 시선을 모은 라스트마일 시장과 달리 미들마일 시장은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졌단 평가다.
국토교통부가 추산한 2020년 기준 미들마일 시장의 규모는 약 33조원으로, 7조원 대의 라스트마일 시장보다 4배 이상 크다. 미들마일은 시장 규모는 크지만 독점적인 사업자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세 사업자가 대부분이고, 차주와 화주간의 연결도 아직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마지막 아날로그의 땅'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통신사가 미들마일 시장에 관심을 갖는 배경엔 통신업에 기반한 네트워크적 강점, AI 기술 접목의 용이성 등이 꼽힌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통신사들은 통신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어 실시간 관제 시스템 등을 큰 부담없이 구축하는 게 가능하단 점에서 (미들마일 시장) 진입 장벽이 낮다"며 "미들마일의 승부처는 연계배차로 알려진 '복화 운송'인데, 이 복화 운송에 실시간 주문 데이터 처리, 차주의 위치 데이터 확인 등 AI 연계 기술을 접목시킬 수 분야가 많다"고 말했다.
올해를 'AI 컴퍼니 원년'으로 선언한 SKT를 비롯한 통신3사는 현재 AI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개발한 기술을 미들마일 시장에서 접목시키기 용이할 것이란 설명이다.
미들마일 시장에서 앞서나가고 있는 곳은 티맵모빌리티다. 회사는 2021년 화물중개 스타트업 와이엘피를 인수한 뒤 오랜 기간 시범운영을 거쳤고, 올해 티맵화물이 공식 출시됐다. 회사에 따르면 티맵화물은 지난해 약 14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최근엔 2026년까지 화물 분야에서만 최소 1조원의 기업가치를 달성하겠다는 성장 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KT의 브로캐리는 지난해 7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68억원의 적자로 아직 수익화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올해 연간 매출을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려잡으며 외형 확장과 함께 수익성도 꾀하겠단 계획이다. KT는 올해 4월 브로캐리 2.0을 발표하며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다.
LG유플러스는 후발 주자로 평가받지만, 경영진이 공개적으로 3년 내 1500억원의 매출 목표를 공언한만큼 업계의 주목도가 크다. 회사는 지난달 화물잇고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매출액 근거는 2년 전에 시장 분석을 한 데 따른 것"이라며 "AI나 데이터 기반 모델링을 많이 얘기하는데 LG유플러스도 많은 노하우가 있고, 많은 데이터가 쌓여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통신3사가 AI를 접목할 신사업 분야로 미들마일을 선택한 만큼, 물류 시장이 비통신업 경쟁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한 증권사 물류·운송 연구원은 "미들마일 시장이 최근 1~2년새 통신사들을 비롯해 CJ대한통운, 카카오 등 대기업들이 진출하면서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며 "KT가 지난 3분기 LG유플러스에 통신업 2위 자리를 내줬는데, 비통신업 영역에서도 통신사들간의 자존심 싸움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