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가치 재평가…現 4.7조에서 할인될 가능성
최대주주 할증 20% 두고도 투자업계서 이견 나와
정부도 '경영권 없는 비상장주 누가 사나' 고심
-
- 이미지 크게보기
- (그래픽=윤수민 기자)
정부가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자 유족이 상속세로 물납한 그룹 지주회사 NXC 지분 29%를 공개 매각한다. 최초 가격은 4조7000억으로 비경영권 주식에 프리미엄까지 붙여졌다. 올해 연말까지 총 2차례의 공개 입찰에서 유의미한 원매자가 나타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시장에선 매각 절차를 거듭하며 어느 정도까지 가격이 떨어질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이하 캠코)는 오는 18일부터 29일까지 고 김정주 회장 유가족이 상속세 대신 납부한 NXC 주식 85만1968주(지분 29%)를 공개 매각한다. 이번 매각이 유찰되면 오는 25~26일 같은 가격으로 2회차 공매를 진행할 예정이다. 매각 절차는 온라인 공공자산 처분 시스템 '온비드'에서 진행한다.
정부는 감액 없는 2회차 공매에서도 주인을 찾지 못하면, 이후 별개의 상대방과 수의계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수의계약도 무산되면 기획재정부 증권분과위원회는 내년에 다시 매각 방법과 절차, 조건 등을 결정하게 된다. 사실상 올해는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해당 지분을 인수하려면 인수가는 4조7000억원이고, 60일 안에 대금도 내야 해 부담이 크다.
기재부 관계자는 "3회차 공매 전까지는 동일 금액으로 수의계약도 열어둘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입찰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유찰 이후 상황에 대해선 논의된 바 없다"면서도 "1년에 한 번 이상 가치평가를 해야 한다는 내부 규정에 따라, 공매가 내년으로 넘어가면 회계법인으로부터 가치를 다시 평가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내년에 NXC 지분 매각 본게임이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매각을 두고 투자업계에선 '경영권 없는 비상장주식'의 가치가 얼마나 낮아질 수 있는지 가늠할 실질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앞서 국세청은 이 물납 주식 가격을 평가할때 '프리미엄'을 붙여 20%를 할증했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모든 법인의 최대주주에 대해선 20%의 할증평가규정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
- 이미지 크게보기
- (그래픽=윤수민 기자)
시장에선 일단 비경영권 비상장 주식인 만큼 프리미엄은 제외되는 것이 맞고, 오히려 할인한 금액이 기준이 돼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 김정주 회장 유족이 특별결의도 가능한 수준의 지분을 갖고 있어 경영에 있어 목소리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외국계 IB(투자은행) 관계자는 "상증세법을 기계적으로 적용, NXC 지분 29%에 최대주주 프리미엄을 붙였지만 실질적으론 아니라고 봐야 한다"며 "매각자들은 20%를 할인한 3조4000억원 정도로 거래 시작가를 추정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내년 이후 거래부터는 할인율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통상 공공기관 출자 비상장주식 매각은 3회차부터 최초 매각예정가의 10%씩 단계적으로 감액된다. 원매자가 계속 나타나지 않을 때마다 할인율을 더하기는 어렵겠지만, 매각을 위해선 결국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다. 거듭되는 유찰 끝에 가치가 거의 사라지는 비상장주식도 적지 않았다.
가격에 대한 시각차 문제를 제외하더라도 NXC 지분의 매력도는 높지 않다는 평가다. 유가족과의 주주간계약(SHA) 등을 통해 경영권 참여나 회수 방안을 보장받지 못하면 투자자가 발을 뺄 방도가 마땅치 않다. 배당이나 기업공개(IPO) 등도 유족 동의가 있어야 한다.
NXC의 상장 자회사 넥슨(NEXON Co.Ltd)의 배당수익률은 지난 2022년 기준으로 0.34%에 불과하고, 2017년과 2018년엔 배당을 건너뛰었을 정도로 배당 성향이 낮다. 넥슨이 도쿄거래소에 이미 상장된 상황이고, 그 가치를 대부분 인식하는 NXC를 굳이 상장할 이유는 많지 않다.
정부도 이를 인지하고 상반기 한국수출입은행에 대한 자본확충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NXC의 지분 29%를 현물출자하는 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진다. 공매보다 실효적인 방안을 찾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 M&A 전문 변호사는 "NXC 지분을 인수해도 주주권리 행사 방도는 유족을 상대로 한 정보 열람 청구나 넥슨 일본법인을 향한 배당 압박 등 최대주주를 귀찮게 하는 것뿐인데 이 역시 최대주주가 무시하면 얻어갈 게 마땅치 않다"며 "최대주주의 협력이 없는 비상장주식의 가치가 얼마나 낮아질 수 있느냐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실질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