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피에드 청담'도 결국 만기 연장…쌓여가는 부실에도 '버티기 모드' 돌입
입력 2023.12.06 09:55
    새마을금고, 10월 18일까지 만기 연장 반대하다
    24일 당국 회의 후 입장 선회…만기 연장 동의
    당국 입김 작용 관측…"총선 전까진 안정에 방점"
    PF 정상화 지원 펀드도 총선만 바라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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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기한이익상실(EOD) 위기에 놓였던 '르피에드 청담' 브릿지론이 만기 연장에 성공했다. 선순위 대주인 새마을금고중앙회가 만기 연장에 반대하던 기존 입장을 선회하면서다. 

      만기가 연장되면서 르피에드 청담 브릿지론에 참여한 후순위 대주단들은 시름을 덜게 됐지만, 새마을금고가 입장을 선회한 배경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새마을금고는 시행사인 미래인이 제시한 이자 일부 상환과 신속한 서울시 인허가 진행 등의 조건을 검토한 뒤 내부 심의를 거쳐 입장을 선회했단 입장이다. 하지만 PF업계에선 총선 전까지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는 사건을 최소화하려는 당국의 입김이 작용했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국내 주요 PF 사업장 다수의 선순위 대주로 참여하고 있는 새마을금고는 그동안 부실 사업장에 대해 개발 재개보다 공매를 통한 투자금 회수 의지를 보여왔다. 지난 9월 26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조성한 PF 정상화 지원 펀드의 지원을 받아 신한자산운용에 낙찰된 '삼부빌딩' 부지가 대표적이다. 이 사업장은 선순위 대주였던 새마을금고가 브릿지론 만기 연장에 반대해 결국 공매로 넘어갔다.

      새마을금고는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동일한 이유로 르피에드 청담의 기존 브릿지론 만기일이었던 10월 18일까지도 연장에 반대했다. 당시 새마을금고는 대주단협의회의 논의 자리에도 참석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새마을금고는 10월 24일 금융위원회 주재로 열린 '부동산PF 사업 정상화 추진상황 점검 회의' 이후 입장을 선회했다. 당시 회의에는 금융감독원과 기획재정부, 정책금융기관 등이 참석했는데, 이 자리에서 르피에드 청담 브릿지론 만기 연장과 관련한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만기 연장에 당국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PF 만기 연장만으로는 리스크의 궁극적인 해소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에선 앞서 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수면 아래로 내려갔던 '9월 위기설'이 사실은 총선 이후로 이연된 것일 뿐이라는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9월 위기설은 주요 금융사가 보유한 PF 브릿지론의 만기 상당 부분이 9월에 집중돼있단 사실이 시장에 알려지면서 제기됐다.

      신용평가업계 한 관계자는 "새마을금고가 당국 회의 뒤 만기를 연장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꾼 것을 보고 당국이 총선 전까지는 부동산 시장 안정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다만 지금 약 1년치의 부실 PF 사업장이 만기 연장을 통해 숨만 붙어 있는 채로 쌓여 있어 당국이 총선 이후 대책을 마련은 해 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PF 만기가 연장되는 사업장이 늘어나면서 부동산 PF 정상화 지원 펀드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총선 이후만 바라보고 있단 평이 나온다.

      부동산 PF 정상화 지원 펀드는 사업성이 부족하거나 부실 우려가 있는 PF 사업장의 정상화와 재구조화를 지원하기 위해 금융당국 주도 하에 만들어진 펀드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9개 캐피탈사, 저축은행 10곳·저축은행중앙회, IBK기업은행·유암코, 하나·NH·우리금융지주 등 여러 주체가 각각 부실화한 PF사업장을 지원하기 위해 펀드를 조성했다.

      캠코 펀드는 삼부빌딩 이후에 추가로 지원할 사업장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여전업권 펀드는 투자대상이 확정됐을 때 투자기관이 자금을 납입하는 방식인 '캐피탈 콜'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투자할 사업장 확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펀드 자금이 집행되지 않고 있다. 저축은행 펀드도 협상 중인 사업장만 있을 뿐, 계약 체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계약 체결이 미뤄지는 근본적인 원인은 대주단과 펀드 운용사가 생각하는 대출채권 가격의 괴리가 크기 때문인데, 여기에 총선이라는 변수가 작용하고 있단 설명이다. 펀드 운용사는 저렴하게 채권을 매입해 수익을 내야 하는 반면 대주단은 당국의 만기 연장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굳이 총선 전에 손실을 확정하지 않겠단 속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대주단들은 총선 전까지는 정부의 만기 연장 기조가 계속 이어질 텐데 구태여 매각해 손실을 확정하느니 일단 총선까지는 만기를 연장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대주단의 눈높이는 낮아질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총선이 지나야 본격적으로 부동산 PF 정상화 펀드를 통해 정상화되는 사업장이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총선이라는 이벤트가 끝나면 금융당국도 만기 연장을 계속 유도하기보다는 경·공매를 통한 사업 재구조화를 유도할 것"이라며 "그때는 대주단들의 눈높이가 내려와 PF정상화펀드로 체결되는 사업장들이 생겨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