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 있지만 개발해야 담보가치…사실상 브릿지론
3Q 적자 1413억…충당금 마련 위해 자금조달 압박
당국 "취지 맞게 PF 비중 줄이고 여·수신업 집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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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건전성 관리를 위해 토지담보대출(토담대)을 PF대출과 동일하게 분류하고 관리할 예정이다. 토담대가 PF대출로 분류되면 추가 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한만큼, BIS 비율 악화 등 내년 이후 저축은행의 재무 건전성 압박이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저축은행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저축은행의 토담대를 PF대출과 동일하게 분류해 관리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저축은행은 총 여신 대비 ▲건설업 30% ▲부동산업 30% ▲부동산PF 20%까지만 대출을 취급할 수 있다. 소위 '20%룰'이라고 불리는 이 규정은 지난 2010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리스크 관리를 위해 강화됐다.
금융감독원 상호저축은행 자산건전성 분류 해설에 따르면 대출상환자금이 특정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인 경우 원칙적으로 PF대출로 분류해야 한다. 다만 여신취급시부터 사업종료시까지 지속적으로 담보물의 유효담보가액이 대출한도액의 130%를 초과하는 경우 PF대출에서 제외가 가능하다. 저축은행은 높은 유효담보가액률 설정을 통해 사실상 PF대출인 토담대를 일반대출로 취급해왔다.
한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취급하는 토담대는 유형의 담보물이 있긴 하지만 개발이 진행돼야 실질적인 담보가치가 생기게 돼 사실상 브릿지론으로 봐야 한다"며 "그동안은 유효담보가액률을 높게 잡아 (PF대출을) 일반대출로 취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토담대가 PF대출로 분류되면, 충당급 적립비율도 달라진다. 일반대출인 기업대출의 요주의이하 자산 충당금 적립 비율은 1%지만, PF대출의 경우엔 10%로 오른다. 올 3분기까지 누적 적자 1413억원을 기록한 저축은행 입장에선 충당금을 쌓기 위해 추가 자금조달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등 부담이 가중된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벌써부터 업계에서 결산 이후 내년 저축은행의 건전성이 크게 악화할 것이란 전망과 더불어 당국이 일부 저축은행들에는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자금조달을 압박할 것이란 이야기가 돌고 있다"며 "애써 벌어들인 영업익을 충당금 명목으로 사용하면 BIS비율 관리도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과 신용평가업계 등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저축은행의 부동산 PF대출 규모는 약 10조원 수준인데, 일각에선 당국의 규제 강화에 따라 PF대출로 분류될 토담대의 규모는 그 이상일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저축은행의 PF연체율은 2분기 기준 지난해 1.7%에서 4.6%로 늘었고, 브릿지성 토담대의 요주의이하 여신비율은 3월 말 24.1%에서 6월 말 33.4%로 10%p가까이 증가했다.
이같은 시장의 우려에 대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사실 저축은행의 토담대를 PF대출로 관리, 감독해야 한단 지적은 오래 전부터 업계에서 나왔던 이야기"라며 "저축은행이 설립 취지에 맞게 부동산PF 비중을 줄이고 여수신업에 집중하면 될 일이고, 내년부터 시행하는 안으로 검토중이라 저축은행이 대응할 시간이 있을 거라 본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제도를 소급해서 적용하지는 않을 예정이라 신규 취급분에 대해서만 저축은행이 충당금을 쌓으면 되고, 당국으로선 내년 부동산 시장 상황을 미리 대비하는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규 취급분에 한하여 규정을 적용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단 설명이다.
저축은행중앙회측은 "규제가 강화되면서 영업에 제한이 생기는 등 어려움이 있을 수 있겠지만, 당국의 지침대로 충실히 충당금을 쌓고 시장의 PF 부실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