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과잉 공급에 따른 임차인 확보 난항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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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 확대에 따라 대용량 데이터 처리가 필요해지며 데이터센터가 수혜를 볼 것이란 전망이 전세계적으로 나오고 있다. 국내 투자기관들 또한 위축된 부동산 시장 분위기에도 데이터센터 투자에는 여전히 관심을 보이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코로나 팬데믹 당시 데이터 사용량 급증에 따라 필요성이 부각되며 주목받기 시작한 투자처다. 관심은 올해 들어 더욱 커졌다. 챗GPT 등 생성형AI 서비스가 주목받으면서 정보통신(IT) 기업들이 대규모로 데이터를 처리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세종과 안산에 데이터센터를 준공하는 등 인프라 투자를 확대 중이다.
이같은 분위기에도, 데이터센터를 바라보는 대주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 따라 처리할 데이터 용량이 커지면 수요가 자연스레 늘 것이며 이러한 현상이 수년간 지속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지만, 실제론 최근 신규 클로징되는 딜은 없는 상태인 것으로 파악된다. 수도권에 치중된 공급에 따른 임차인 확보 난항과 부동산경기 악화 여파 등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지난해 기준 국내 데이터센터 187개소인데,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위치해있다. 올해 신규 건축 허가를 받은 국내 데이터센터들도 수도권에 지어질 예정이다.
IT기업 개발자들의 수도권 근무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점이 원인 중 하나다. 통상 대주단들은 데이터센터 투자 결정 시 투자제안서(IM)에 굵직한 기업이 임차인으로 올라와있는지를 주로 확인한다. 이를 고려하면 데이터센터를 설립하려는 디벨로퍼들은 임차인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임차인 수요에 맞는 지역을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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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지역에 공급이 몰릴 경우 전력 과부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단 우려도 있는데, 이와 별개로 향후 공실률이 늘어날 수 있단 분석도 나온다. 임대 가능한 데이터센터가 많아질수록 임차 의사가 있는 기업이 협상력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최근엔 대형 부동산 전문 운용사가 서울특별시 남서부 지역에 임차인 사전 확보 없이 데이터센터 개발에 착수하려다 공실률 관리에 애를 먹은 사례가 업계에서 다시 회자되고 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데이터센터는 임차 수요가 한정적인데, 최근엔 데이터센터를 전대하려는 기업들의 수요를 찾기 어려워졌다"며 "데이터센터를 쓰는 기업들이 선택권과 협상력이 높아지는 등 분위기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데이터센터가 제2의 물류센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한때 투자처로 떠올랐던 '저온 물류센터'는 최근까지 공급 과잉으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종합 부동산 서비스기업인 CBRE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수도권 물류시장 평균 공실률은 전반기 대비 7%포인트 상승한 17%를 기록하는 등 임차인 확보에 난항을 겪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높아진 공사비와 낮아진 수익률에 투자 수요 또한 감소하고 있다.
투자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2021년 쯤엔 한국 내 상업용 데이터센터 캐파(CAPA)가 3년 사이 3배 정도 늘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건자재값이 오르면서 이 또한 시기가 늦어졌고 향후 데이터센터 공급량이 급격히 늘 가능성이 있다"라며 "경색된 부동산 시장에서 그나마 투자처로 주목을 받곤 있지만 조(兆)단위인 투자규모와 향후 공급 과잉에 따른 수익률 저하 등을 고려하면 투자를 검토하기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