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열 전무 승진…'미래성장실' 맡아
대표이사 14명 교체…세대교체 가속화
롯데온 등 부진한 계열사 '외부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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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이 올해도 ‘세대교체’와 ‘외부인사’에 방점을 둔 인사를 단행했다. 김교현 롯데케미칼 부회장, 류제돈 롯데물산 대표 등 ‘올드보이’가 용퇴하며 계열사 대표이사 14명이 교체됐다. 롯데온 등 성과가 부진한 계열사는 '구원투수'로 외부 인재를 투입했다.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는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는 전무로 승진해 그룹의 ‘미래먹거리 발굴’ 중책을 맡는다.
6일 오전 롯데그룹은 롯데지주 포함 38개 계열사의 이사회를 열고 각 사별로 2024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롯데그룹의 정기 임원인사는 매년 11월 마지막 주에 단행됐으나 올해는 신동빈 회장이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전에 직접 나서 일정을 소화하느라 인사가 다소 늦어지게 됐다. 지난해에는 롯데건설발 유동성 위기가 그룹 자금난으로 번지면서 예상 시기보다 늦어진 바 있다.
이번 인사에서 전체 임원 규모의 변화는 크지 않지만 지난해 대비 주요 경영진이 대폭 교체됐다.
롯데그룹의 화학사업을 5년간 총괄해 온 롯데그룹 화학군 총괄대표 김교현 부회장은 용퇴한다. 후임으로 롯데지주 ESG경영혁신실장 이훈기 사장이 부임한다. 이훈기 사장은 롯데케미칼 등 실적 악화에 빠진 그룹 화학 부문의 체질을 개선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1967년생인 이훈기 사장은 1990년 그룹 기획조정실로 입사해 2010년 롯데케미칼 기획부문장, 2019년 롯데렌탈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2020년부터는 롯데지주 ESG경영혁신실장을 맡아 M&A, 미래 신사업 발굴을 총괄했다.
식품군 총괄대표 이영구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한다. 롯데제과와 롯데푸드의 합병, 식품군의 포트폴리오 개선, 글로벌 사업 확대, 미래 먹거리 발굴을 통한 신성장 동력 확보 등을 총괄한 성과를 인정받았다는 설명이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김상현 유통군HQ 총괄대표 부회장은 계속해서 롯데의 유통 사업을 이끌 전망이다. 김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이 2021년 그룹 순혈주의를 깨고 직접 발탁한 인사다. 어려운 경기 상황과 업황 부진이 이어지면서 중장기적 유통 전략을 끌어가고 있는 김 부회장을 유임해 안정을 꾀했다는 해석이다.
롯데는 지난해에 이어 계열사 대표이사의 세대교체도 이어갔다. 이번 인사에서 60대 롯데 계열사 대표이사 8명이 퇴진하고 이를 포함한 계열사 대표이사 14명이 교체된다.
롯데헬스케어 대표이사로 우웅조 상무(승진)가 선임되면서 그룹 계열사 40대 대표이사가 기존 롯데바이오로직스 이원직 대표이사, 에프알엘코리아 정현석 대표이사를 포함해 3명이 됐다.
롯데지주 경영개선실장 고수찬 부사장,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 고정욱 부사장, 롯데백화점 정준호 부사장 등 총 3명이 사장으로 승진한다. 최근 3년 내 사장 승진 중 가장 큰 규모다.
외부 인사 수혈도 이어졌다. 롯데물산 대표이사에 장재훈 JLL(존스랑라살) 코리아 대표가 내정됐다. 류제돈 롯데물산 대표는 용퇴를 결정했다. 류 대표는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비서로 회장 일가를 측근에서 보좌한 인물이다.
롯데 이커머스 사업부(롯데온)를 이끌 수장으로는 박익진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 글로벌 오퍼레이션그룹 총괄헤드가 내정됐다. 박익진 부사장은 맥킨지앤컴퍼니, ING생명,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 등을 거쳤다. 롯데 이커머스의 턴어라운드와 오카도(OCADO) 시스템과의 시너지 창출 과제를 부여받을 전망이다.
전임인 나영호 대표이사 부사장은 이베이코리아 전략 기획본부장 출신으로 지난 2021년 4월 롯데온의 ‘구원투수’로 영입된 후 전문관 론칭 등 차별화를 꾀했으나 성과가 눈에 띄지 않아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AMC 대표이사에는 김소연 HL리츠운용 대표가 내정됐다. 신임 롯데AMC 대표이사로 내정된 김소연 전무는 국내 첫 부동산 자산운용사 여성 대표로 약 30년 이상 부동산개발시행, 컨설팅, 자산운용 등 분야에서 근무했다. 롯데 계열사 중 여성 대표이사가 기존 롯데GFR 신민욱 전무, 롯데멤버스 김혜주 전무를 포함해 총 3명이 된다. 롯데그룹은 2018년에 처음 여성 CEO를 발탁한 바 있다.
롯데 측은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이사도 외부에서 물류 전문가를 영입해 선임 절차를 진행 중이다. 롯데는 9월 롯데GFR 대표이사 신민욱 전무, 10월 롯데지주 디자인전략센터장 이돈태 사장을 영입했다. 올해 총 6명의 대표이사급 임원을 외부 전문가로 영입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는 1년 만에 전무로 승진했다. 신 전무는 롯데지주에서 글로벌 및 신사업을 전담하는 신설조직 ‘미래성장실’을 이끈다. 그룹 중장기 비전과 신성장 동력 발굴, 미래 신사업 확대의 중책을 수행한다는 설명이다. 신 전무는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글로벌전략실장도 겸직한다.
2020년 일본 롯데에 입사한 신 전무는 작년 5월 롯데케미칼 일본지사에 상무보로 합류한 뒤 8월에 일본 롯데파이낸셜 최대 주주인 롯데스트레티직인베스트먼트(LSI) 공동대표로 선임된 데 이어 12월에 상무로 승진했다.
롯데 측은 “신유열 전무는 LSI 대표이사, 롯데파이낸셜 대표이사 등 투자 계열사 대표직을 역임하며 재무에 대한 전문성을 높여왔다”며 “롯데케미칼 동경지사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발굴하는데 기여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