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신 2금융권 눈 돌리던 NPL투자사들…건전성 우려에 신평사 "모니터링 시작"
입력 2023.12.07 07:00
    코로나19 이후 NPL 업계 경쟁 치열해지며
    기업구조조정, 부동산개발 및 투자 확대
    주요 투자처인 은행권 담보부 NPL에 비해 안정성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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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부동산 개발 및 투자, 기업구조조정 등 부수업무를 확장해 왔던 부실채권(NPL) 투자전문회사들에 신용평가사가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기업구조조정(CR; Corporate Restructuring)이나 부동산 개발관련 자산은 NPL투자사들이 주로 해왔던 은행권 담보부 NPL 자산 대비 재무안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NPL투자사들의 주요 투자 영역은 은행권 담보부 NPL이다. 은행들은 통상적으로 약 100개의 부동산 담보부 NPL을 묶어 입찰 또는 수의계약 방식으로 NPL투자사들에 매각한다.

      그러나 코로나19 직후 정부의 금융안정화 조치로 은행권 담보부 NPL 공급이 축소하고 키움F&I와 우리금융F&I가 출범하면서 은행권 담보부 NPL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에 NPL투자사들은 수익성을 방어하기 위해 기업구조조정, 부동산 개발, 토지담보대출 등 은행권 담보부 NPL 외의 다른 투자를 확대해 나갔다. 

      연합자산관리(유암코)는기업구조조정부문(CR) 투자를 전체 투자자산의 약 40~60% 수준까지 확대했고, 대신F&I는 대신프라퍼티 등 종속회사를 통해 부동산 개발 및 투자자산을 전체 자산의 50%까지 확대했다. 

      하나F&I와 키움F&I 등은 부동산PF나 사업장 인수 시 대주단으로 참여했던 증권사, 캐피탈,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대출채권을 펀드를 통해 양수하기도 했다. 명동에 위치한 티마크그랜드호텔이 대표적인 사례다. 티마크그랜드호텔을 인수했던 기존 대주단은 2021년 기한이익상실(EOD)후 엑시트(자금회수)를 위해 보고펀드자산운용의 '보고NPL3호' 펀드를 통해 대출채권을 하나F&I, 키움F&I, 유암코에 매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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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문제는 이러한 부동산 개발 및 투자 자산은 기존 주력 투자처였던 은행권 담보부 NPL 대비 회수 가능성이나 회수 시기, 가치 변동성 측면에서 훨씬 열위하다는 데 있다. 부동산 경기 저하로 경매 물건이 증가하면서 담보 부동산 매각이 길어지고, 회수 금액이 예상보다 하락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면서다.

      특히 대규모 사업장을 하나의 담보로 둔 NPL을 인수한 경우 리스크 분산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은행권 담보부 NPL은 100개의 NPL마다 각각의 다른 담보가 있어 리스크가 분산되는 반면, 수백억 가치의 건물 담보의 NPL을 인수한 경우 위험 분산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NPL투자사 한 관계자는 "보통 NPL 투자사들이 공개입찰로 사오는 은행권 NPL은 10억 내외의 담보가 80~100개로 묶여있어 일부에서 손실이 발생해도 리스크가 분산되지만, 수백억에서 수천억원 규모의 담보가 한 개인 NPL의 경우, 손실이 발생하면 리스크가 크다"며 "그나마 공시지가가 높은 서울 사업장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낮추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평가사는 부수업무를 확대한 NPL투자사들의 수익성을 모니터링하겠다는 입장이다. 2023년부터 은행권 NPL 매각 규모가 다시 증가한 점은 긍정적이지만 기존에 투자했던 제2금융권 NPL 회수에 실패하거나, 회수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기업구조조정(CR)부문과 부동산 개발 부문은 은행권 담보무 NPL 자산 대비 투자건별 규모와 최종 손익 변동성이 크고 회수기간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투자자산 확대 속도와 레버리지배율 관리 수준, 투자 포트폴리오 구성 등을 검토해 신용평가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