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그룹 이끈 '부회장 4인방' 2선으로 퇴진
7개 계열사 CEO 교체, 7년 만에 '세대 교체' 방점
'서든 데스' 경고에 쇄신…최 회장 장녀 임원 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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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이 세대교체를 중심으로 한 2024년 정기 인사를 단행했다. '그룹 2인자'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 동생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올랐다. SK그룹을 10년 가까이 이끌어온 ‘부회장 4인방’은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난다.
또한 이번 임원 인사에서 7개 계열사 대표를 교체하면서 50대 CEO를 전면 배치했다. 2016년 말 인사에서 주력 사장단을 50대로 전면 교체한 지 7년 만이다. 최근 최태원 회장이 ‘서든 데스(돌연사)’를 경고하고 나선만큼 확실한 변화를 통해 그룹 안팎을 둘러싼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7일 SK그룹은 최고협의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를 열어 의장 등 신규 선임안을 의결했다.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임기 2년의 새 의장으로 선임됐다. 최창원 부회장은 2007년 SK케미칼 대표이사에 취임했고 2017년 중간 지주회사인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를 맡아 SK의 케미칼, 바이오 사업을 이끌고 있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지동섭 SK온 사장을 SV(사회적 가치)위원회 위원장에, 정재헌 SK텔레콤 대외협력담당 사장을 거버넌스 위원회 위원장에 각각 신규 선임했다. 지동섭 신임 SV위원장은 2020년 1월부터 SK온의 배터리 사업을 이끌어 왔다. 정재헌 신임 거버넌스위원장은 SK스퀘어 투자지원센터장을 지냈고, SK텔레콤 대외협력담당을 겸임할 예정이다.
2017년부터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이끌어 온 조대식 의장과 장동현 SK㈜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거나 자리를 옮긴다. 박 부회장이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으면서 SK하이닉스는 곽노정 대표 단독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조대식 의장은 SK㈜ 부회장으로서 주요 관계사 파이낸셜스토리 실행력 제고와 글로벌 투자 전략 등을 자문할 예정이다. 장동현 부회장은 SK㈜ 부회장직을 유지하면서 박경일 사장과 함께 SK에코플랜트 각자 대표를 맡아 IPO 추진을 목표로 기업가치 제고를 꾀할 전망이다.
김준 부회장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직을 유지한다. 박정호 부회장은 SK㈜ 부회장과 SK하이닉스 부회장으로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AI 얼라이언스를 이끌며, AI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미래 성장동력 확충에 주력한다는 설명이다.
SK는 이번 인사에서 SK㈜, SK이노베이션, SK에너지, SK엔무브, SK온, SK실트론, SK머티리얼즈 등 7개 계열사 대표를 교체했다.
SK㈜ 신임 사장으로 장용호 SK실트론 사장이 선임됐다. SK이노베이션은 SK엔무브 사장으로 재직 중인 박상규 사장을 신임 총괄사장으로 선임했다.
SK에너지 신임 사장에는 오종훈 SK에너지 P&M(Platform & Marketing) CIC 대표가, SK엔무브 신임 사장에는 김원기 SK엔무브 그린성장본부장이 내정됐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신임 사장에는 장호준 SK에너지 Solution & Platform 추진단장, SK인천석유화학 신임 사장에는 노상구 SK에너지 전략운영본부장, SK머티리얼즈 사장에 김양택 SK㈜ 첨단소재투자센터장이 각각 선임됐다.
SK온 사장으로는 이석희 전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신규 선임됐다. 작년 3월 SK하이닉스 대표에서 물러난 지 1년 9개월 만에 현업으로 복귀하는 셈이다. 반도체 및 제조기술 전문가인 이 사장이 그룹의 차세대 핵심 사업인 SK온으로 복귀해 ‘구원투수’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다.
SK텔레콤은 유영상 대표가 유임됐다. 판사 출신인 정재헌 SK스퀘어 투자지원센터장 겸 SK텔레콤 대외협력 담당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SK텔레콤은 이번 조직개편에서 사장급 대외협력 담당 조직을 별도로 만들었다.
SK그룹 임원 인사와 동시에 계열사들은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각각 조직 효율화 및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와 SK㈜로 분산돼 있던 투자 기능을 모두 SK㈜로 이관한다. 기존 조대식 의장이 총괄하던 수펙스 내 투자1·2팀을 SK㈜ 산하 투자 센터 4개와 합쳐 SK㈜로 통폐합·축소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최근 최태원 회장이 그룹의 투자 성과에 대해 질잭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SK수펙스추구회협의회 소속이던 미국, 중국, 일본 등 글로벌 오피스도 SK㈜로 조직을 옮긴다. SK㈜는 중복됐던 투자 기능을 일원화 및 효율화하고, 지주회사로서 포트폴리오 관리 기능을 강화해 멤버사들의 기업가치 제고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중심으로 인공지능(AI) 메모리를 선도하기 위해 'AI 인프라' 조직을 신설한다. 해당 조직 산하에는 부문별로 흩어져 있던 HBM 관련 기능을 결집한 'HBM 비즈니스'가 신설되고, 기존 글로벌세일즈마케팅(GSM) 조직도 함께 편제된다. AI 인프라 담당에는 김주선 GSM 담당이 사장으로 승진해 선임됐다.
‘AI 인프라’ 산하에는 'AI & 넥스트(Next)' 조직이 신설돼 차세대 HBM 등 새로운 시장을 발굴, 개척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IPO를 목표로 하고 있는 SK에코플랜트는 장동현 부회장, 박경일 사장이 각자대표로 ‘투톱’체제를 이끈다. 또한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6BU(Business Unit) 4센터 체제를 3BU 3센터 체제로 전환한다.
한편 글로벌 불확실성이 높은만큼 올해 SK그룹의 임원 규모는 대폭 축소됐다. 이번 인사에서 신규 선임 임원은 총 82명으로 2023년 145명, 2022년 165명, 2021년 107명에 비해 줄었다.
최태원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전략투자팀장은 임원으로 승진했다.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에 임명된 최 팀장은 1989년생으로 이번 인사에서 최연소 승진 임원이다. 2017년 SK바이오팜 경영전략실 전략팀에 선임 매니저(대리급)로 입사해 휴직 후 석사 과정을 밟은 뒤 2021년 7월 복직해 지난 1월 글로벌투자본부 전략투자팀 팀장으로 승진했다.
SK그룹은 “각 사가 오랜 시간 그룹 차원의 차세대 CEO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양성된 새 경영진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준비된 인사’를 한 것”이라며 “자연스럽게 이뤄진 큰 폭의 세대교체 인사는 각 사가 지정학적 위기와 국내외 경기침체 등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각 분야 최고의 글로벌 기업으로 지속 성장하기 위한 새로운 전환점 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