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임료 높은 총수 관련 일감에 대형 법무법인 관심
공개매수 공방, 자본시장법, 지분양도까지 쟁점 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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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앤컴퍼니그룹 ‘형제의 난’이 다시 벌어지면서 대형 법무법인들도 분주하다. 최근 자문료가 쏠쏠한 그룹 총수 관련 일감이 뜸했던 터라 이번 일감을 따내는 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장 공개매수 공방부터 자본시장법 저촉 문제까지 법무법인이 관여할 업무가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5일 한국앤컴퍼니는 MBK파트너스 스페셜시츄에이션스의 특수목적법인(SPC) 벤튜라가 자사 주식 약 27.32%(2593만4385주)를 공개매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소 매수 수량은 지분 20.35%(1931만5214주)고 매수 가격은 주당 2만원이다. 벤튜라는 지난달 30일 한국앤컴퍼니 주요 주주인 조현식 고문 및 조희원 씨와 공개매수 및 보유주식에 대한 권리행사와 관련한 주주간계약도 체결했다.
조양래 명예회장의 장남(조현식)과 차녀(조희원)가 사모펀드(PEF)와 손잡고 차남 조현범 회장에 대한 공세에 나서며 한국앤컴퍼니 형제의 난이 2년여 만에 재개됐다. 조현식 고문과 조희원 씨의 지분(합산 지분율 29.54%)과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로 사들일 지분이 조현범 회장(지분율 42.03%)을 넘어설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는 법무법인 광장이 자문을 맡았다. 올해 초 MBK파트너스와 UCK파트너스가 진행한 오스템임플란트 인수 및 공개매수를 도운 경험이 있다. 오스템임플란트 공개매수 담당은 NH투자증권이었는데 이번엔 한국투자증권이 맡았다. 조현식 고문은 처남인 차종현 차파트너스 대표와도 이번 사안을 논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수비진영'인 한국앤컴퍼니그룹의 법률자문단 진용은 아직 윤곽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조현범 회장은 200억원대 횡령·배임 및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로 재판을 받다가 지난달 28일 보석으로 나왔다. 그 후 한 주 사이에 조현식 고문 등이 전격 공세에 나선 터라 대응할 시간이 많지 않았을 것으로 풀이된다.
법무법인들은 수임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한국앤컴퍼니의 상황을 살피고 있다. 수임료가 후한 총수 관련 일감이 오래 간만에 나온 터라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김앤장은 조현범 회장의 형사 사건 등에서 변호를 맡아 온 바 있다. 이번 형제의 난도 그룹의 중요 사안인만큼 조력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더 확실한 큰 손인 MBK파트너스와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태평양도 한국앤컴퍼니그룹과 관계가 있는 곳으로 꼽힌다. 종로로 사무실을 옮기기 전까진 한국타이어 빌딩을 임차해 사용하기도 했다. 이 외에 기업법무에 강점을 가진 세종, 율촌, 화우 등 대형 법무법인들도 수임 가능성을 타진하거나 고민 중인 분위기로 전해진다.
한 대형 법무법인 관계자는 “방어하는 쪽에선 결국 돈을 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한국앤컴퍼니그룹 쪽 일을 맡을 수 있을까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형제의 난은 앞으로 쟁점화할 만한 요소가 적지 않다는 평가다. 공세자 입장에선 최대주주가 지분 40% 이상인 상황에서 공개매수 카드를 꺼낸 터라 난이도가 높다. 명분 싸움을 펼치는 중 시시각각 변하는 주가도 살펴야 한다.
수비진영에서는 우호 세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룹과 조 회장 측에선 우호 지분이 있으며 대항 공개매수는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hy그룹이 백기사로 거론된다. 조현범 회장은 윤호중 hy 회장과 동창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공개매수 기간 중 이런 입장 표명이 득이 될지는 미지수다. 올해 SM엔터 사례처럼 주식 시장에 영향을 미칠 행위로 비친다면 금융감독원의 시선을 끌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조현범 회장의 지분율이 정당하느냐는 논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조양래 명예회장은 2020년 6월 한국테크놀로지그룹(현 한국앤컴퍼니) 보유지분 전량(23.59%)을 조현범 당시 사장에게 양도했다. 다른 자녀들은 조 명예회장에 대한 성년 후견을 신청하는 등 반발했다. 이듬해 벌어진 형제의 난에선 넉넉한 지분율을 확보한 조현범 회장이 주주총회에서 승리하면서 일단락된 바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앤컴퍼니 측에서 지분 방어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데 사실이든 아니든 논란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며 “방어보다는 공격자의 일이 더 많을텐데 공개매수자 측에서 장기적으로 이슈를 끌고 갈 수 있느냐도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