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전임 회장 취임 이후 업무 세분화하며 조직 비대화
'매트릭스' 이후 계열사 시너지 방향은 '비즈니스 유닛' 체제
계열사 통합ㆍ지분정리 등은 BU 체제 도입 후 진행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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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그룹 연말 조직 및 인사개편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지주의 부사장급 임원을 현재의 절반으로 줄이며 슬림화하고, 기존의 매트릭스 체제 대신 비즈니스유닛(BU) 체제를 통해 계열사간 시너지를 추진하는 내용이 골자다. 현재 최종 조율 및 인선 작업이 진행 중으로, 지주 이사회 및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이 확정될 전망이다.
관심을 모으던 계열사 통합 및 지분조정은 중기 과제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새로운 BU 시스템이 정착하고 난 뒤, 시너지 유무를 따져 내년 이후 본격화할 전망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 이사회는 오는 19일께 이사회 및 자경위를 열고 지주 및 그룹 조직개편 및 인사를 단행할 계획이다. 인사를 이달 초로 앞당겨 단행할 거란 전망도 있었지만, 그룹 전체의 틀을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인만큼 조율을 거치며 이제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상황으로 분석된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비대해진 조직에 대해 큰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는만큼, 이번 인사의 핵심은 조직 슬림화에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구체적으로는 지주 부사장 수를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크게 줄이는 작업이 먼저 진행될 것이란 게 그룹 안팎의 관전평이다.
현재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은 모두 10명이다. 조용병 전 회장 시절 매트릭스조직 및 부문장 시스템을 도입하며, 개별 사업 영역을 모두 쪼개 부사장급 자리를 만들었다. 2017년 조 전 회장 취임 전 지주 부사장이 5명이었음을 고려하면 6년 새 두 배로 늘어난 셈이다.
신한금융은 일부 부문은 서로 통합하고, 비교적 중요도가 떨어지는 부문은 축소 혹은 폐지하는 방향으로 부사장직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진 회장 취임 이후 확장 보다는 내실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돌아서며 큰 의미가 없어진 신사업부문 부사장직(CBDO)은 폐지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부사장이 맡고 있는 감사 부문 역시 이전처럼 상무급 임원이 담당하는 방향으로 축소가 언급되고 있다.
그룹 운영부문 및 원신한부문, 브랜드홍보부문은 이전처럼 하나로 합쳐질 가능성이 언급된다. 신한은행장 취임 전 진옥동 회장이 지주 부사장이던 당시 이 부문을 담당했다. 준법감시부문 및 소비자보호부문 등 내부통제 관련 업무 역시 하나로 합치는 방향이 논의되고 있다.
현재 알려진대로라면 조직 개편 이후 지주 내 부문은 재무ㆍ전략ㆍ운영 및 홍보ㆍ내부통제ㆍ리스크관리 등 크게 다섯 개 안팎의 조직으로 재편된다. 각 부문은 현재처럼 부사장급 임원이 담당하게 된다고 하면, 부사장 자리 수가 현재의 절반으로 줄어들게 되는 셈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부사장의 수가 늘어나고 담당업무 및 부문이 세분화되며 오히려 업무 조율 및 협의가 어려워지는 부작용이 있었다"며 "지주 조직을 슬림화하는 동시에 지주 내 원활한 협의 및 의사결정 기능을 회복시키는 인사 개편안"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계열사간 시너지를 추구하기 위한 새로운 관리 체계도 마련하고 있다. 기존의 시너지 체제였던 '매트릭스 조직'은 지난해 말 사실상 효용을 잃은 상황이다.
새로운 체제는 그룹 계열사를 크게 3축의 비즈니스 유닛(BU)으로 묶는 방향이 언급된다. 하나의 BU는 일종의 의사결정 협의체로, 신한은행 등 핵심 계열사의 CEO가 해당 BU의 수장을 맡는 형식으로 파악된다.
현재 ▲은행ㆍ카드를 중심으로 한 개인고객(리테일) 및 자산관리(WM) BU ▲증권ㆍ캐피탈을 중심으로 한 기업고객 및 투자(IB) BU ▲보험 및 운용 BU로 나누는 안이 큰 틀에서 언급되고 있다. 개별 계열사가 어떤 BU에 소속될 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BU를 관리하는 임원은 지주에 따로 두지 않기로 했다. BU장을 지주 임원으로 임명한다면, 지주 조직 슬림화라는 개편의 방향성과 어긋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협의체의 경우 의사결정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단점을 어떻게 보완할지가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쟁사인 KB금융의 경우 부문장을 주요 계열사에 겸직시켜 의사를 전달하는 조직 구조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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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계열사 CEO 인사에 대한 주목도는 비교적 떨어진다는 평가다. 핵심 계열사인 신한은행과 신한카드, 신한라이프 CEO의 임기가 아직 남아있는 까닭이다. 핵심 계열사 중 올해 말 CEO 임기가 만료되는 곳은 신한투자증권과 신한캐피탈 정도다.
신한투자증권의 경우 첫 2년 임기를 마친 김상태 대표가 연임할 지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올해 초부턴 단독대표를 맡아 '라임펀드 사태' 수습 등을 담당해왔다. 김 대표가 IB부문에 특화된 강점을 갖고 있는만큼, 지주 혹은 은행에서 리테일ㆍWM에 강점이 있는 대표를 보내 각자대표 체제를 갖출 것이란 예상이 그룹 안팎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정운진 신한캐피탈 대표의 경우 지난해 연임해 총 3년의 임기를 소화했다. 정 대표 재임 중 신한캐피탈의 수익이 크게 늘어나며 그룹 내 존재감 역시 커졌지만, 올해 부동산 투자 자산 부실화로 인해 충당금을 대거 적립하며 수익성 및 건전성에 타격을 입은 상황이다. 지주 조직 슬림화 과정에서 현 지주 부사장 중 일부는 계열사 대표로 나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일각에선 조심스레 교체설이 언급되고 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하반기 그룹 핵심 과제 중 하나였던 계열사 통합 및 지분 조정은 새로운 BU 시스템 정착 후 시너지 유무에 따라 진행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조직 슬림화ㆍ효율화에 대한 진옥동 회장의 의지는 변함이 없는만큼, 내년 하반기엔 큰 그림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