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ㆍ영업비 출혈도 감수…순이익 떨어져도 중장기 목표
RPㆍ발행어음 판매 확대하려 지점 영업부 보수 늘리기도
임원 인사도 개인고객그룹에 힘 실려…제2의 김성환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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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금융그룹이 이달 내 계열사별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을 실시한다. 무리한 변화 없이 경영 안정성과 연속성을 이어가면서도, 비교적 젊은 50대 CEO가 핵심 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의 수장이 된 만큼 세대교체의 메시지도 담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주는 새로운 김성환 대표 체제의 증권을 중심으로 '운용자산 확대'에 전사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부동산PF나 기업금융 등 기존 사업의 성장성이 정체된 탓에, 자산운용(AM) 부문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영업비용 등 출혈을 감수하고서라도 운용자산 증식에 우선 순위를 두겠다는 구상이다.
'부동산PF 영업통' 출신이지만 5년간 리테일과 자산관리(WM) 사업에서 두각을 드러냈던 김성환 부사장이 대표로 승진한 이유도 김남구 지주 회장의 자산 확대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 따르면 한국투자금융그룹은 이달 중순 전까지 김성환 증권 사장 임명을 시작으로 전 계열사 임원 인사 및 조직 개편을 단행한다. 1969년생의 젊은 사장이 증권 대표로 부임한 만큼, 일정 수준의 세대교체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증권가에 부는 CEO 세대교체 바람도 이번 임원 인사에서의 세대교체 방향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신임 사장으로 내정된 미래에셋증권 김미섭(1968년생) 대표를 비롯해 메리츠증권 장원재(1967년생) 대표, 키움증권 엄주성(1968년생) 대표, 삼성증권 박종문 대표(1965년생) 등은 모두 50대 CEO들이다.
다만 김성환 사장 체제 시작부터 변화 폭을 늘리기엔 부담이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취임 초창기엔 사업 안정성을 고려해 인사를 간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에서다.
이번 김성환호(號)의 핵심 과제는 AM 및 WM부문 사업을 통한 운용자산 확대다. 발행어음이나 환매조건부채권(RP), 채권, 주가연계증권(ELS) 등을 통해 리테일로부터 자금을 유치하고, IB-AM 균형을 이루는 성장모델을 완성시키는 것이 골자다.
이는 일본의 노무라증권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라증권의 경우 일본이 장기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IB부문 수익이 급감하자, WM 영업체제 개편을 통해 리테일 역량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구축했다.
현재 한국투자증권의 수익모델은 IB부문(비중 약 26%)과 트레이딩부문(24%)에 치중됐다. AM부문의 수익은 전체 영업부에서 약 7% 비중에 그친다. 한국투자증권은 약 3년 동안 AM의 수익 비중을 배 이상 늘리는 것을 우선 목표로 삼았다. 실제로 한국투자증권 개인고객 금융상품 잔고는 올해 3분기 말 기준 약 53조원으로, 지난해 대비 30% 가까이 늘었다.
김 사장은 고객자산 확대를 위해 리테일 부문을 대상으로 보다 공격적인 영업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영업비용이나 성과보수 등 출혈도 감수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특히 한투 내부에선 판매 보수까지 확대하며 RP 판매를 장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RP란 금융기관이 보유한 국공채나 특수채ㆍ신용우량채권 등을 담보로 발행한 일종의 금융상품이다. 환금성이 보장되며 투자자는 경과 기간에 따라 확정이자를 받을 수 있다.
기존 대형 증권사들의 영업지점 임직원들은 RP 판매로 통상 10bp의 판매보수를 받는 반면, 한투는 20~50bp의 보수를 받는다. 고객에게 제공하는 RP형 CMA 상품 금리도 한투가 평균 3.2%로 미래ㆍNHㆍKB투자증권(3.1%) 대비 높다.
이로 인해 이번 임원 인사에서도 차기 개인고객그룹장 인선에 힘이 실릴 것으로 관측된다. AM부문에전사 역량을 집중하는 만큼, 이를 총괄하는 임원의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는 관점이다. 내부에선 차기 그룹장으로 현직 PB본부장 이름도 거론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투가 경쟁사보다 RP형 상품에 높은 금리를 제공해 영업하고, 영업 수수료를 2~3배 주니 자산이 모이고 있다. 지점 내 운용자산 규모는 이미 미래에셋증권을 따라잡은지 오래"라며 "한투 내부에선 김성환 신임 사장이 개인고객그룹장으로 5년간 재직하면서 이뤄낸 성과라는 평이 있기 때문에 리테일 영업관련 부서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