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피프스시즌 투자유치로 한 숨 돌린 CJ ENM…이제 시선은 그룹 정기인사로
입력 2023.12.13 07:00
    오랜 물색 끝 日토호사에서 투자유치
    콘텐츠 협업도…"한미일 시너지 기대"
    재무 부담 저하 및 실적 개선 지켜봐야
    숨통 트인 CJ, 시장 시선은 연말 인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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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CJ ENM의 미국 자회사 피프스시즌(FIFTH SEASON)이 일본 대표 엔터테인먼트 기업 토호(Toho, 東宝)사로부터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CJ ENM의 발목을 잡던 피프스시즌이 이번 거래를 계기로 실적 개선과 더불어 ‘한〮미〮일’ 콘텐츠 시너지를 발현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CJ그룹은 피프스시즌 투자 유치, 티빙과 웨이브 합병 논의 재개, CJ올리브영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마무리로 굵직한 건들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모습이다. 시장의 관심은 CJ그룹의 연말 인사에 쏠리고 있다.

      지난 11일 CJ ENM은 피프스시즌이 토호인터내셔널(Toho International)을 대상으로 2억2500만달러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토호는 영화, 애니메이션, 연극, TV 콘텐츠의 개발과 제작, 배급 사업을 하는 일본의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다. 토호 인터내셔널은 토호의 미국 법인이다.

      토호는 이번 투자로 피프스시즌의 지분 25%를 보유한 2대 주주에 올라선다. CJ ENM이 앞서 2021년 당시 엔데버 콘텐트(현 피프스시즌)의 경영권을 포함해 지분 약 80%를 7억7500만달러(약 9300억원)에 인수한 점을 고려하면, 이번 투자 유치에서 피프스시즌의 기업 가치는 2021년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CJ 측은 피프스시즌 관련 재무 부담을 관리하기 위해 투자 유치에 나선 바 있다. CJ ENM과 피프스시즌 측이 함께 다각도로 옵션을 열어 두고 잠재 투자자들과 오랜 기간 접촉한 끝에 투자를 유치하게 됐다. 

      CJ ENM은 이번 투자금은 피프스시즌을 글로벌 스튜디오로 성장시키기 위한 사업 기반을 공고히 하는데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전략적 파트너 관계로 ‘동서양을 포괄하는 글로벌 드림팀 스튜디오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CJ ENM의 K콘텐츠 노하우, 미국 피프스시즌의 기획 및 제작 역량, 일본 토호의 역량 간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CJ ENM은 이번 투자로 계속된 재무 부담에서 숨통이 트이게 됐다. 

      CJ그룹 사상 콘텐츠 부문 최대 M&A(인수합병)로 관심을 모은 피프스시즌은 적자가 지속되며 CJ ENM의 실적도 짓누르고 있었다. 올해 미국 작가협회(WGA)와 배우 등 파업 장기화로 작품 제작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정상화가 지연됐다. 재무 부담이 높아진 피프스시즌은 올해 임원급을 포함한 두번의 구조조정을 거치는 등 비용 절감에 분주했다.

      CJ그룹 안팎으로 이어진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조만간 이어질 그룹 임원 인사에도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재계의 연말 인사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CJ그룹은 이달 중순을 전후로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진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난달 전략회의에서 성장이 정체한 그룹 상황을 우려하고 주요 경영진에게 책임감을 가지라 강조했다. 실적이 부진한 그룹사를 중심으로 쇄신을 단행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CJ그룹은 올해 유동성 우려가 높은 그룹 중 하나로 거론됐다. 그룹 내부에서 ‘책임론’에 대한 정쟁 (政爭) 분위기가 일기도 했다. 일부 계열사에선 재무 상황에 대해 정확한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고, 그 책임으로 그룹 내 일부 임원이 짐을 싸기도 했다고 알려진다.

      다만 최근 CJ올리브영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가 10억원대 과징금으로 마무리되고, CJ ENM의 피프스시즌 투자 유치도 완료되면서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걷혔다는 평이다. 오랜 기간 진행이 더뎠던 SK그룹과의 OTT 협력 논의도 최근 MOU(업무협약)를 맺으며 다시 물살을 탔다. 팬데믹 타격이 이어지던 CJ CGV도 2분기에 이어 3분기도 흑자를 내며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물론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CJ CGV는 당초 신종자본증권 발행 카드도 고려했지만 투자수요 부진으로 불발됐다. 이달 공모 회사채도 산업은행이 절반을 인수한 점을 고려하면 간신히 미매각을 피한 셈이다. 앞서 CJ CGV 유상증자 과정에선 CJ의 CJ올리브네트웍스 현물 출자가 제동이 걸렸다.

      올해 상반기 연속으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CJ ENM의 실적 개선세도 주목된다. 최근 3분기 실적에서는 영업이익 74억원을 기록하며 시장의 우려는 일차적으로 줄어든 상태다. 시장에서는 실적 개선, 자본 유동화 계획 이행 등을 통한 재무부담 경감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회사는 앞서 넷마블 지분(21.78%)을 활용한 EB 발행 등을 검토했으나 잠정 중단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동안 CJ 그룹이 유동성 관리에 집중하면서 대규모 딜은 자취를 감춘 상태였는데, 투자 유치 등에 성공하면서 시장의 우려도 상반기에 비해서는 줄어든 분위기”라며 “향후 방향에 대해서는 남은 연말 인사를 통해 메시지를 읽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