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는 조직개편보다는 계열사 인사 관심...세대교체 가능성 커
우리ㆍ하나금융, 변화 적은 가운데 현장영업 중심 인사 단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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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은 '이자 장사' 비난에, 비은행은 '부동산금융' 부실에 발목이 잡혔다. 정책 리스크ㆍ시장 리스크 양쪽에 발목이 잡힌 국내 대형금융지주는 일단 연말 인사를 통해 쇄신을 꾀하고 있다. 눈 앞에 닥친 위기의 모양새는 비슷하지만, 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방향성은 지주별로 서로 다른 모양새다.
신한금융은 대규모 조직 개편을 앞두고 있다. '조직 슬림화'에 방점을 찍었다. 매트릭스 조직을 대체할 새 시너지 구조도 만든다. KB금융은 조직 개편보다는 '인사'에 방점이 찍혀있다. 신임 회장 취임 이후 계열사 및 지주 임원 교체폭을 어디까지 키울지가 핵심이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일단 현장에 해답이 있다고 보고 영업에 무게를 둔 인사를 택했다.
올해 주요 금융그룹들은 고난의 한 해를 보냈다. 자산 성장에 힘입어 영업이익은 두 자릿 수 성장에 성공했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스(PF) 부실 및 금융상품 불완전판매 이슈에 휩싸이며 지난해 대비 최대 두 배 이상의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했다. 자산 성장ㆍ마진 회복에 따른 배당 증가 기대감이 연초 주가에 반영됐지만, 금융당국의 전례 없는 관치(官治) 및 규제 리스크가 부각하며 하반기 이후 주가는 대부분 게걸음을 면치 못했다.
이 때문에 각 금융지주의 조직 개편 및 인사 방향성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그룹 안팎으로 리스크가 현실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을 읽을 수 있는 까닭이다.
현 시점에서 예상되는 각 금융그룹의 인사 전략은 천차만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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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신한금융은 오는 19일께 이사회 및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를 열고 조직개편 및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진옥동 회장이 취임 후 주도하는 첫 인사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진 회장은 하반기 들어 은행ㆍ카드 합병안 등 대규모 계열사 개편안을 검토해왔다.
현 시점에서는 지주 조직 슬림화와 계열사간 시너지 조직 구축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 모양새다. 일단 이번 인사를 통해 10명에 달하는 지주의 부사장 수가 절반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구체적으로는 현재 세분화돼있는 지주 내 각 부문을 중요도에 따라 5개 안팎으로 통폐합하는 방안이 언급된다.
현재 알려진대로라면 조직 개편 이후 지주 내 부문은 재무ㆍ전략ㆍ운영 및 홍보ㆍ내부통제ㆍ리스크관리 등 크게 다섯 개 안팎의 조직으로 재편된다. 각 부문을 현재처럼 부사장급 임원이 담당하게 된다고 하면, 부사장 자리 수가 현재의 절반으로 줄어들게 된다.
신한금융은 계열사간 시너지를 추구하기 위한 새로운 관리 체계도 마련하고 있다. 기존의 시너지 체제였던 '매트릭스 조직'은 지난해 말 사실상 효용을 잃은 상황이다. 새로운 체제는 그룹 계열사를 크게 3축의 비즈니스 유닛(BU)으로 묶는 방향이 언급된다.
KB금융지주는 오는 14일 이사회 및 계열사대표이사추천위원회(대추위)를 열고 양종희 회장 취임 후 첫 계열사 대표이사 인사를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30일 열린 대추위에선 이재근 현 국민은행장의 1년 연임이 결정됐다. 이번엔 나머지 비은행 계열사 9명의 연임 여부를 결정한다.
KB금융의 최대 화두는 '세대교체'가 꼽힌다. 인사의 폭이 커질 전망인만큼, 안정감을 위해 현 조직체계는 크게 손 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핵심 임원이 지주 및 각 계열사의 임원을 겸임하고, 이를 통해 지주의 전략을 계열사에 일사불란하게 적용하는 현 '부문장-총괄' 체제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의견이다.
다만 세부 조직의 모습은 달라질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달 허인ㆍ이동철 부회장이 사임하며 부회장직이 자연 소멸 수순에 들어간만큼, 부회장들 아래에서 실무를 챙기던 총괄들이 대거 부문장으로 승격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이후 부문장은 그룹 내 차기 최고경영자(CEO)를 길러내기 위한 핵심 직책으로 활용될 거란 전망이 많다.
계열사 CEO 교체 폭은 이재근 국민은행장 연임 결정 이후 조직 안정을 위해 소폭에 그칠 거란 의견이 대두했다. 실제 이 행장과 마찬가치로, 이창권 KB카드 대표나 허상철 KB저축은행 대표 등 이제 첫 2년의 임기를 소화한 CEO에겐 2+1 원칙으로 1년의 임기를 더 주는 방향이 언급되고 있다.
다만 타 계열사의 경우, 세대교체를 통해 그룹 안팎의 위기에 대응해 나가자는 방향으로 무게가 좀 더 실리고 있다는 평가다. KB증권의 경우 박정림 대표는 현재 진행중인 직무 정지 취소 청구 소송과는 관계없이 교체가 유력시되고 있다. 김성현 대표의 경우 3연임을 거쳐 5년간 재임한만큼 역시 교체설에 힘이 실린다. 그룹 내 증권 부문을 깊게 경험한 인사가 없는 만큼 부문장 등을 맡아 지주로 이동할 거란 설도 있지만, 1963년생이라는 나이가 부담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초 임종룡 회장 취임 이후 이미 대규모 인사를 단행한 우리금융의 경우, 지주 임원을 대부분 유임시키며 안정을 꾀했다. 지주 임원들의 직급을 부사장으로 통일시키며 각 임원들의 '책임'이 무거워진 점이 눈에 띄는 정도다.
대규모 인사는 은행에서 이뤄졌다. 이번 우리은행 정기 승진 인사는 대부분 본점이 아닌, 영업점에서 나왔다. 특히 본부장 인사에선 17명의 승진자 중 16명이 일선 영업점 출신이었다. 현장에서 답을 찾자는 최고경영진의 의도가 읽힌다는 분석이다.
하나금융은 지난해부터 본래 2월에 진행하던 사장단 인사를 12월로 앞당겼다. 핵심 계열사인 은행과 증권 대표의 임기가 1년 남은만큼, 큰 폭의 개편이나 인사는 없을 전망이다. 이승열 하나은행장의 경우 지난해 전문성 있는 젊은 리더를 발탁, 전진 배치하며 올해 순이익 기준 업계 2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융의 경우 금융감독원장이 부회장직에 대해 '폐쇄적 운영으로 외부인사를 차단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지적하며 3인 부회장 체제에 대한 고민이 커졌을 것"이라며 "올해 인사를 통해 쇄신에 성공한 금융지주는 내년 주가 차별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