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내년 상반기 신입 채용 확대 가능성 높아
공공기관 지정 피하려면 5급 이하 직원만 늘려야
내부선 "조사역 부족한데 저연차 위주 운영 힘들어"
-
- 이미지 크게보기
-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감독원이 인력 확충 요구를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정부가 주시하고 있는 부동산PF를 비롯해 홍콩H지수 연계 ELSㆍ가상자산 등 조사 대상이 확대되면서 조사역 인력난이 주 문제로 떠올랐지만, 내년에도 5급 이하의 저연차 직원만 채용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다.
이복현 체제의 금감원은 기획재정부의 감독을 받지 않는 '비공공기관' 지위를 유지하려고 하고 있다. 공공기관에 편입되지 않으려면, 내년까지 3급 이상 상위직급의 비율을 35% 이하로 감축해야 한다. 내년 초 인력을 확충해도 5급 이하의 신입직원만 늘려야 한다는 뜻인데, 검사 수요 증가로 업무가 가중된 내부 사정상 저연차 위주로 조직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내년에도 5급 조사역 위주로 작년 대비 신입 채용을 확대할 전망이다. 올해 역대 최고 규모였던 135명의 신입사원 채용을 진행하고, 2017년 이후 중단됐던 경력 수시채용도 부활시켰음에도 내부에선 인력이 부족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의 인력난은 갈수록 퇴직자 수가 증가하는 한편, 일감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금감원 내 퇴직자수는 22명에서 70명까지 꾸준히 증가 추세다. 특히 올해 상반기엔 58명이 금감원을 떠나면서, 역대 가장 높은 퇴직률을 기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반면 금감원이 검사해야 할 영역은 지속 확대되고 있다. 지난달 금감원은 조직개편 및 부서장 인사를 실시하면서 가상자산감독국과 조사국 등의 가상자산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같은날 금융IT 인프라 안정성을 제고하는 금융안전국, 취약계층의 지원 체계를 재설계하는 금융안정지원국도 신설했다.
팀 단위의 조직도 새로 구성했다. 그간 행정안전부의 감독 아래에 있었던 새마을금고의 감독을 위한 '새마을금고 검사팀'이 신설됐고, 디지털전환혁신팀ㆍ미래금융연구팀ㆍ공정금융팀 등이 추가됐다.
금감원은 내년 상반기 정부가 주시하고 있는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리스크와 보험대리점(GA),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규모에 대한 검사도 지속 추진할 예정이다.
다만 내년 인력 충원은 5급 이하의 저연차 위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금감원은 공공기관이 아닌 독립 사기관으로 남고 싶어하는데, 공공기관에 편입되지 않으려면 내년까지 상위직급(3급 이상) 비중을 35%까지 축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2007년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가 감독 업무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로 2년 뒤인 2009년 공공기관에서 해제됐다. 다만 정부는 금감원의 방만 경영을 우려, 예금보험공사ㆍ신용보증기금 같은 준정부기관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재부는 지난 2021년에도 금감원을 준정부기관으로 지정하려고 시도했으나, 당시 상위 직급 감축 및 부서 통폐합 등 감사원의 지적 사항을 개선하는 조건으로 유보한 바 있다.
공공기관으로 편입되는 순간, 운영계획과 결산 등 경영 전반에 대해 정부의 통제와 국회의 감사를 받게 된다. 지금처럼 은행ㆍ증권사 등 금융사로부터 분담금을 받아 인건비와 운영비를 충당하는 것도 어려워질 수 있다. 현재 금감원은 예산의 약 70% 이상을 금융사 분담금으로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 관계자는 "금감원은 당연직 기관증인이 아니라서 국정감사를 진행할 때도 국회 본회의 의결로 감사를 신청해야 하는 곳"이라며 "의무적으로 감사를 받아야 하는 곳과 아닌 곳은 임원 입장에서 하늘과 땅 차이기에 어떻게든 (공공기관 지정을) 피하고 싶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 직제는 ▲1급(국장) ▲2급(국장ㆍ부국장) ▲3급(팀장ㆍ수석조사역) ▲4급(선임조사역) ▲5급(조사역) 등으로 구분된다. 5급의 신입 조사역이 입사해도 현장 조사까지 나가는 데 평균 2~3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조사역이 필요한 현 상황과, 5급 이하만을 늘려야 하는 내부 사정이 '엇박자'가 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인력은 없는데 공공기관 지정을 피하려 3급 이상은 오히려 내보내야 한다는 분위기"라며 "실무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조사역이 가뜩이나 부족한 상황이라 내부에서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측은 "내년 신입 채용은 이미 완료돼 오는 1월 모든 절차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대부분 5급 위주"라며 "올해 이미 상위직급 35% 이하 비율을 맞췄고, 자연적인 고용 감소분을 포함해도 공공기관 지정 심사가 있는 내년까지 이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