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證 WM 신임 이홍구 대표 임기 1년만...내년 말 개편 전망
그룹 CEO 평균 연령 2세 낮아져...본부장ㆍ전무급서 발탁
-
KB금융그룹이 양종희 회장 취임 이후 첫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올해 말 임기가 만료되는 8개 계열사 9명의 최고경영자(CEO) 중 절반이 넘는 6명을 교체키로 한 것이다.
이번 인사의 특징으로는 ▲세대교체 ▲전문성이라는 특징이 읽힌다는 분석이다. 조직의 안정감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발탁 인사를 통해 최대한의 혁신을 꾀한 것이라는 평가다. 다만 KB증권의 경우 현 체제를 1년 유예하며 향후 대안을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KB금융지주는 14일 이사회 및 계열회사대표이사추천위원회(대추위)를 열고 KB증권ㆍKB손해보험ㆍKB캐피탈 등 6개 자회사의 CEO를 교체키로 결의했다. 이창권 KB카드 대표와 김종필 K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1년 연임됐다.
이번 인사의 키워드는 그룹 안팎의 예상대로 '세대교체'였다. 연임을 거쳐 3년 이상 재임한 CEO중 상당 수가 교체 대상이 됐다. 지난달 말 이재근 국민은행장이 연임을 확정지으며 CEO 교체 폭이 최소화될 거란 예상도 나왔지만, 신임 대표에게 한 차례 연임을 보장하는 '2+1' 원칙을 적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인사로 만 59.3세였던 KB금융그룹 CEO 평균 연령은 만 57.2세로 낮아졌다. 1966년생 이재근 행장을 주축으로, 1965~1970년생 CEO들이 경영 최일선에 서게 됐다. KB금융보다 조금 더 일찍 세대교체를 진행한 신한금융 역시 현재 CEO 평균 연령이 만 57.2세다.
다만 KB증권의 경우 세대교체 및 개편을 1년 뒤로 유예했다는 평가다. 이번 인사에서 라임펀드 사태로 중징계를 받은 박정림 대표의 자리를 이홍구 WM영업총괄 부사장이 대체했고, IB부문을 담당하는 김성현 대표는 1년 유임됐다.
이홍구 신임 대표는 다른 신임 대표들과는 달리 1년의 임기만을 보장받았다. 내년 말 김성현 대표와 함께 임기가 만료된다. KB금융은 KB증권의 현 각자대표 체제를 1년 더 유지하며 차기 CEO 및 단독대표제 전환 등 대안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인사를 앞두고 대추위에서 CEO 교체 및 단독대표제 전환 등 여러 방안을 모색했지만 적임자를 찾지 못한 것"이라며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인사들로 1년간 조직을 안정적으로 관리한 뒤, 내년 말 CEO를 포함한 큰 폭의 인사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번 KB금융 CEO 인사의 또 다른 키워드는 '전문성'이다. 가급적 내부에서 CEO를 발탁하거나, 은행ㆍ지주 인사를 보내더라도 해당 부문에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선임했다는 분석이다.
KB손보 CEO로 발탁된 구본욱 전무는 1967년생으로 회계부장ㆍ경영관리부장을 거쳐 양종희 회장이 KB손보 대표를 맡고 있던 시절 경영전략본부장을 역임했다. 2021년부터 리스크관리본부장을 맡아왔다. 최근 손보업의 화두인 재무 및 리스크 관리에 전문성을 갖춘 인사로 평가받는다. 대추위 역시 구 전무의 선임 배경으로 경영관리 역량을 꼽았다.
KB자산운용 대표이사로 내정된 김영성 전무는 외부 발탁인사가 대표이사 자리에까지 오른 경우다. 김 전무는 삼성자산운용ㆍ공무원연금공단을 거쳐 2016년 글로벌전략운용본부장으로 KB자산운용에 합류한 운용 전문가다. 현재 KB자산운용의 핵심 부문 중 하나인 연금&유가증권 부문장을 맡고 있다.
KB캐피탈 역시 마찬가지다. KB캐피탈은 최근 3년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스(PF) 자산을 크게 늘리며 올 들어 건전성에 위기를 맞았다. 부동산PF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이 2021년말 0%에서 지난 상반기말 10.6%로 급등한 것이다. 충당금 전입액을 크게 늘리며 수익성에도 타격을 입었다.
KB캐피탈 대표이사로 내정된 빈중일 국민은행 구조화금융본부장은 국민은행 구조화금융2부장, CIB글로벌심사부장을 거친 심사ㆍ구조화금융 전문가다. 부실 사업장을 선별하고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인사를 선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6년차 임기를 보내고 있는 그룹 내 최장수 CEO인 김종필 KB인베스트먼트 대표를 연임 시킨 배경으로도 전문성이 꼽힌다. 김 대표는 국내 최대 벤처캐피탈(VC)인 한국투자파트너스의 스타 심사역 출신으로, 2018년 KB금융그룹에 영입되기 직전까지 한국투자파트너스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부사장을 역임하고 있었다.
1970년생으로 영입 당시 48세ㆍ현 53세로 CEO 중 가장 젊은데다, 그룹 내 벤처투자 전문성에서 대체자가 없었던 것이 연임의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해 투자자산 평가손실 등으로 수익성이 급락하며 교체 가능성이 언급되기도 했지만, 올해 3분기 기준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3.75%로 회복세를 보인 것도 연임의 배경으로 분석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KB손해보험의 경우 부사장 2명을 건너뛰고 7명의 전무 중 차기 CEO를 선임했고, KB캐피탈 역시 은행의 부행장ㆍ전무급 인사가 아니라 본부장급 인사를 발탁했다"며 "전문성 있는 신진 인사에게 계열사를 맡기겠다는 게 이번 인사의 핵심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