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현대차 겨눈 엘리엇 아태 CIO 출신
"삼성물산 저평가, 자본 재배분으로 해소해야"
"장기 투자 각오…다른 주주와 연대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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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측이 헬스케어 바이오 같은 미래 성장 산업에 집중한다고 했는데, 성장성이 낮은 오래된 사업을 이어가는 것이 과연 최적화된 자본 배분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주가의 심각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최적화한 자본 재배분 방안이 필요하다.”
최근 삼성물산에 대한 주주제안을 공식 발표한 영국계 행동주의 펀드 팰리서 캐피탈(Palliser Capital)의 제임스 스미스(James Smith) 최고투자책임자(CIO) 대표는 이달 14일 인베스트조선과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이같은 주주제안 배경을 밝힌 가운데 “삼성의 변화는 한국 자본시장에서 전례 없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결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기회”라며 장기 투자 방침을 강조했다.
이달 6일(현지시각) 팰리서 캐피탈은 삼성물산의 기업가치가 매우 저평가돼 있기 때문에 주주환원을 확대하고, 지주회사 전환 등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개선해 가치를 끌어올리라는 주주제안을 발표했다. 회사는 삼성물산 지분 0.62%(약 12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팰리서 측은 패션 및 F&B(웰스토리) 사업부문을 비핵심 사업으로 규정하고 해당 사업을 매각 또는 분할 상장할 것을 제안하는 등의 방안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주주환원과 미래 성장사업에 투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제임스 스미스 팰리서 캐피탈 CIO는 미국 최대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Elliott Investment Management) 출신이다. 2001년 엘리엇에 입사해 2005년부터 아시아태평양지역 업무를 시작했다. 이후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대표로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반대, 2018년 현대차 주주제안을 이끌었다. 2019년 엘리엇을 떠나 2021년 런던에서 팰리서 캐피탈을 설립했다.
아래는 제임스 스미스 CIO와의 일문일답.
-팰리서 캐피탈은 언제부터 삼성물산에 투자했고, 주주 소환이나 의결권 행사 등 적극적인 관여 활동 계획도 있나?
"삼성물산에 투자한 지는 벌써 1년이 넘었다. 삼성물산 경영진 측과 건설적인 대화를 지속해왔고, 앞으로 건설적인 대화나 주주관여(engagement)를 통해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 계획이다."
-삼성물산 측과 대화는 어떻게 진행됐고, 삼성물산 측의 반응은 어땠나. 과거 대비 달라진 점이 있다면? 또 엘리엇 재직 당시 경험으로 한국과 삼성에 대해서 잘 알텐데, 지금 삼성물산을 다시 타겟팅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나를 포함한 팰리서 캐피탈의 일부 직원들은 엘리엇에서 오랜 기간 동안 삼성물산에 관심을 갖고 투자해온 바 있다. 최근 삼성물산의 경영진을 만났을 때 당시 봤었던 삼성 측 담당자를 10년 만에 다시 만나기도 했다. '지금 다시'라기보다는 이미 수개월에 걸쳐서 삼성 측과 미팅하며 계속 주주관여를 해왔다. 최근 서울에서 회사와 만나 면담했고 서로 도움이 되는 건설적인 토론을 했다. 직원부터 CFO에 이르기까지 전사적으로 협조적이었고 그 점이 감사하다. 물론 주주들과 더 투명한 대화를 해야 하는 점에선 분명히 개선 여지도 남아 있다."
-앞서 영국계 자산운용사 시티오브런던도 삼성물산에 주주환원을 요구했고, 최근 미국계 헤지펀드 화이트박스도 가세했다. 해외 투자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삼성물산을 주목하는 이유가 있을까
"가치 증대 차원에서 큰 기회를 보고 있는 것이다. 삼성물산의 저평가된 주가는 실제 큰 잠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삼성물산의 내재가치는 6~7년간 두 배 이상 늘었는데 주가는 내려왔다. 즉, 오늘 삼성물산 주식 가치가 100이라고 치면 향후 200의 가치를 가져야 할 주식이 지금 큰 디스카운트(할인)로 35의 가치로 거래되고 있는 셈이다. 삼성과 제일모직 합병 전에는 100의 주식이 85 정도(15% 할인)의 가치로 거래됐다. 삼성이라는 회사가 한국 사회에서 갖는 의미와 영향력이 굉장히 크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삼성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삼성이 투자자들의 제안을 수용해서 실질적으로 실행해 나간다면 한국 사회와 경제에 큰 반향을 이끌어낼 수 있다."
-다른 투자자들과 연대할 가능성도 있나? 팰리서 캐피탈이 다른 행동주의 펀드와 차별점이 있다면?
"앞서 언급된 투자자들 중 일부와는 실제로 대화나 교류를 진행했다. 상세한 논의가 오고 간 것은 아니다. 큰 회사의 주주들끼리 토론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주주활동의 일환이다. 건설적인 전략을 통해 경영진이 최대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우리는 삼성의 총수 일가, 직원들, 금융당국까지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에 특히 집중하고 있다. 한국 금융당국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굉장히 신경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는 모든 이해 관계자들과의 협력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당장 내년 정기 주총에서 구체적인 행동을 준비하고 있지는 않다고 했는데, 추후 주주총회에서 이사 선임 등을 요구하는 등의 관여 계획도 있나?
"우리는 구체적인 개선안을 제안하는 장기 주주관여를 계획하고 있다. 주주관여는 다양한 형태가 있고 그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이사를 선임할 수도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이사를 선임하겠다는 방안을 고려하진 않았다.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을 추구하기 때문에 현재는 특정 입장에서 주총안건을 선임하겠다는 계획은 없다."
-팰리서 측이 제안한 주주 환원책이 회사의 현금 창출력 대비 과도하다는 시선도 있다. 웰스토리 매각 등 제안한 방안들도 단기간에 해결될 사안들은 아니다. 시세차익을 노리기도 쉽지 않은 주식인데, ‘플랜B’가 있다면?
"회사 측이 헬스케어나 바이오와 같은 미래 성장 산업에 집중 한다고 했는데, 성장성이 낮은 오래된 사업을 이어가는 것이 과연 최적화된 자본 배분(capital allocation)인가 의구심이 들었다. 그래서 자본을 더 나은 곳에 재분배 할 수 있는지 연구한 것이다. 자사주 매각 등 주주 환원, 웰스토리 매각 등은 자본 최적화라는 큰 틀 중 하나의 대안일 뿐이다. 우리는 회사가 실제 어떻게 운영이 되는지 자세한 내부정보를 모르기 때문에 외부의 시선에서 방법을 마련해 회사에 제안했다."
-주주제안을 발표한 직후 주가 변동은 크지 않았다. ‘삼성물산’에 대한 국내 시장의 기대감이 크진 않은 것도 사실이다. 추가적으로 국내 시장에 어필해 나갈 계획이 있나?
"우리가 주주 제안을 발표한 당일 주가가 크게 움직이지 않았지만 다음 날부터 주가 변동이 꽤 있었다. 지금도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며 주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장기적으로 한국 시장과 삼성 측에 우리의 제안을 더 잘 이해 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의향도 있다. 일본을 보면 당국의 정책 변화를 통해 자본시장 전반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삼성도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실제 삼성은 이미 일부 변화가 있었고 앞으로도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