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증권사에 행정 제재 가능성 담긴 의견서 전달해
최근 사모펀드 제재 받은 KB증권 WM사업부 긴장감 고조
징계 시 WM 담당 이홍구 신임 대표 연관 가능성도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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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KB증권과 하나증권간 '채권 돌려막기' 거래 적발을 시작으로 국내 증권사들의 채권형 랩어카운트ㆍ특정금전신탁(이하 랩ㆍ신탁) 검사를 완료한 금융 당국이 칼을 빼들었다. 그간 관행으로 인정받던 채권 자전거래와 증권사간 CP(기업어음) 장부가 거래를 위법 행위로 판단하고, 이를 엄정 조치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증권업계에서도 높은 처벌 수위를 예상하는 가운데, 그중에서도 KB증권의 불안감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최근 라임ㆍ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불완전판매 사태로 박정림 대표가 직무정지 처분을 받은 상황에서, 신임 사장 후보로 오른 이홍구 현 KB증권 WM영업총괄본부장 부사장마저 행정제재 대상이 될 수 있는 까닭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랩ㆍ신탁 운용 과정에서 발견된 위법 행위와 CEO 행정제재 여부 등이 담긴 검사 의견서를 각 증권사에 전달했다. 검사 대상은 KB증권과 하나증권을 비롯해 한국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SK증권, 교보증권, 유안타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9개 회사다.
각 회사별로 서면을 통한 소명이 끝나면, 당국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제재 수위가 결정된다. 업계에선 내년 1월 초 금감원 정기인사가 발표되기 전까진 소명 절차가 완료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특정 고객의 랩ㆍ신탁 계좌로 여신전문회사 CP 등을 고가 매수해주는 방식으로 고객간 손실을 전가해왔다. 채권 금리가 급등하면서 평가손이 커지자, 만기가 먼저 도래한 고객들의 수익률을 위법하게 보전해주고 그 손실을 만기가 좀 더 늦은 계좌로 돌린 것이다.
평가손 상태에서 고객들이 환매를 요청하자, 일부 증권사는 고객의 투자 손실을 회사의 고유자산으로 보전하기도 했다. 회사 고유자금으로 펀드를 설정한 후, 특정 채권이나 CP를 고가 매수하도록 요청해서 고객의 손실을 막는 방식이다.
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55조에 따르면 금융투자업자는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금융투자상품의 매매 및 그 밖의 거래와 관련해 정당한 투자자가 입은 손실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후에 보전해 주는 행위가 금지된다.
증권사 PB는 "증권사가 랩ㆍ신탁으로 가져가는 수익이 5bp(0.05%p) 정도인데, 대기업 고객의 경우 25억에서 50억원까지 수익을 얻고 추가 성과보수도 받아 왔다"며 "이 때문에 증권사들이 무리한 수익률을 제시하고 회삿돈으로 손실을 보전해주는 등 모럴 해저드가 반복돼온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 및 법조계에선 증권사가 고유자금으로 고객 손실을 보전했을 경우 CEO에 대한 행정 처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 펀드 운용역들이 회사 고유자금을 사용하려면 최종 단계에선 대표이사 결재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KB증권 내 랩ㆍ신탁 운용을 담당하는 WM(자산관리)부문에서는 당국의 행정제재 여부를 두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실제로 감사실과 WM사업본부 등 내부에선 검사 내용에 대해 함구령을 내리고, 채권형 상품에 대해서도 공격적 영업을 자제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사태의 책임을 두고 직무 정지 처분을 받은 박정림 KB증권 사장은 연임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현재 직무정지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지만, 이번 랩ㆍ신탁 위법사태 책임까지 가중될 경우 재취업마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박 사장의 후임으로 지목된 이홍구 부사장도 WM사업 총괄을 맡아 펀드 및 랩ㆍ신탁 등의 지점 영업에 관여해온 만큼, 회사 자산으로 고객 손실을 보전한 사실이 입증되면 책임 소재를 피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사 영업센터 관계자는 "올해 초 금융위원회가 WM부문의 운용팀장급들을 소집해 경고하기도 한 만큼, 이번 금감원 검사가 단순 지도편달로는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KB증권 측은 "금감원 검사 내용 및 제재 여부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